[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쉬운 영화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는 경력이 무색했다. 영화는 보편의 정서를 다룬다고 말하나 지나치게 안일했다.영화의 배경인 1994년은 우리도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계층이동과 인정욕구에 목말랐던 시점으로 묘사된다. 이 가운데 은마아파트 사는 중학교 2학년 은희의 성장통을 그렸다. 특히 성수대교의 붕괴가 은희에게 상흔을 안겨주는 매개로 기능했다, 보통사람이 발 딛고 살아가는 현재를 치열하게 묘사하는 일반 독립영화와는 달리, 특정계층의 정서를 특정시점에서 진행하며 공감을 요구했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중남미 국가들은 분권화 측면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것은 그들의 국가건설 측면에서도 관련이 있다.독립 과정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거나, 핵심지역의 기득권들이 지방의 여러 세력을 규합해 국가를 건설하는 이른바 포스트식민시대의 주권국가(nation-state)와는 거리가 있었다. 지방의 농촌 기득권이나 토호들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하였고,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자면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주권국가의 개념보다는 국가연합(state-nation)의 형태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 모디 정부의 위기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7%대 경제성장률은 이미 옛말이다. 오히려 임기 내 최저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도 IMF는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과장되었다고 비판한다. 과거 구자라트 주지사시절 보인 놀라운 경제성장과 친기업적인 행보는 오늘날 그의 영광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의 만성적인 실업률과 투자부진 등은 ‘모디 리더십’이 오늘날 인도에 가장 잘 맞는 옷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니케이나 노무라증권 등에서는 이에 “인도는 제조업 육성 및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실리콘밸리에는 싱귤래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y)라는 이름의 대학교가 있다. 기업가들에게 인공지능, 신경과학, 나노기술 같은 최신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말하자면 ‘테크 전문대학’이다.이 대학교의 철학은 워낙 대학의 이름과 관련이 깊다. 특이점(Singularity)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일 터이다.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말한다. 일설에 따르면 SF 소설가인 버너 빈지가 1993년 발표한 논문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에서 최초로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프리카의 보건산업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소위 ‘선진국 병’이라 불리는 당뇨병의 전방위적 확산이다. 식습관 변화, 빠른 도시화, 농산물 가공업계의 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도시화와 질 낮은 식사가 원인당뇨병은 흔히 ‘선진국병’이라고 불린다.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주로 발병하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2030년 이후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비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가 에이즈 등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요즘 불매운동에 한창인 국민들은 ‘이 기업은 일본기업인가?’, ‘이 기업도 불매해야 하나?’등의 고민으로 한번쯤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국적을 가리는 문제는 더욱 더 복잡해졌다. 심지어는 ‘국내기업’으로서의 지위에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때론 국내와 국외에서의 행태가 다른 덕에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일도 있다. 작게는 상품의 ‘내수차별’에서부터, 크게는 외국인 주주나 해외시장의 보호가 국내의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일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라고 이러한 사례에서 예외는 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작년과 올해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얻은 한국영화를 뽑자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과 국제영화 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을 빼놓을 수 없다.◆ 평단은 왜 두 작품에 열광하나두 영화는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워낙 여러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이창동 감독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두 영화는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상징주의적이고, 모호하고 다층적인 계층관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포스트구조주의적이었다.갈등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인들도 ‘배달의 민족’이었다. 인도가 배달 음식의 천국으로 거듭나면서 나오는 말이다. 노점상 커리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스타벅스 커피까지 다양한 음식을 30분이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사실 인도에서 배달산업이 깊게 뿌리내린 지는 좀 됐다. 90년대 개방 이후로 도시화와 인터넷 보급의 확대, 포장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거나 배달시켜 먹는 인구가 늘어난 탓이다. 도미노피자, 피자헛, 맥도날드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외식 기업들 역시 인도 진출 당시 테이크아웃&배달 시장에 주목한 바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여성할당제의 옹호자들은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직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할당제를 반드시 성평등의 의미에서만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여성인권 수준과 여성할당제 유무 간에는 사실 별 상관이 없는 곳이 많다. 대규모 인종학살로 남성 숫자가 크게 부족해져 일찍부터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필요했던 르완다의 경우도 있는 반면,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여성 경영인의 확충이 요구되는 사례도 있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과거에는 이른바 ‘성공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를 잘 수행하면 나중에 성공할 수 있다는 약속이다.“명문대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살 수 있다” 등은 이른바 이러한 성공규칙을 대변한다. 지금쯤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은 이들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들어본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오늘의 사회는 당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기에다 여성 차별, 난민 문제, 외국인 노동자와 규칙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진보적인 담론은 그간 ‘사회에서 요구하는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우리도 일본에 경제보복을 시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과거의 우리는 어땠나를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1955년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는 조총련이 득세하고 있었다. 이들은 곧 재일교포의 북송 운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도 세계대전의 상처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재일교포들 대부분은 일본인 국적도 없었을 뿐더러, 고향 역시 남한 혹은 북한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1956년 북한과 일본은 상대방 국민의 송환에 협력하겠다는 각서를 교환하게 된다.우리도 전쟁이 막 끝난 시절이었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판결에 반발해 경제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보복의 문제점을 파헤쳐야 할 언론이 ‘차분하고 이성적인’ 등의 수사로 상황의 본질을 희석하는 점이 아쉽다.본질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우리 국익에 반하는 ‘어깃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경제보복에 대응하고 있다. WTO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일본과는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히려 비이성적인 태도로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작금의 중국-러시아 관계는 아마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훈훈했던 시기로 기억될지 모른다.6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양국 간 관계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중러 수교 70주 년을 축하하기 위한 국빈 방문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라고 부르면서, 두 사람이 지난 6년 동안 거의 30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 두 정상의 관계를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의 화두는 단연 일본의 경제보복이다. 모두가 웬 경제보복이냐며 놀랐다. 그것도 ‘앞으로 너희나라 물건 안 사’가 아니라, ‘너희한테 물건 안 팔아’라는 식이다. 그러니 제 살 깎아먹는 행보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경제보복의 대상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일본에서 핵심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누군가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잘 나가는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거래처인 정육점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앞으로는 고기를 끊어주지 않겠단다. 다행히 오늘내일 장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국가라는 테두리 밖에서 산산이 조각난 권력이 홍보·경영·기술·과학 전문가들이 만든 기술적 허구 속으로 흩어지고 있다.”1994년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2017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승리를 거두며 서구 강대국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파격적으로 등장한 이 세 인물은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 연령, 정계진출 배경 등 여러 면에서 상반된 모습이지만, 정치 무대에 ‘경영’을 끌어들여 기업인으로서의 경험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특이점에 대한 담론은 정치를 윤리로 바꾸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바로 과학적 합리성을 신화적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은 관찰을 근거로 하는 예측이 아닌 인류의 목숨이 달린 비극적 서사의 매체가 된다.『트랜스휴머니즘에 맞서』의 저자이자 셰필드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리처드 존스는 그의 저서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스템으로, 과학보다는 종교와 관련이 깊다”고 단언하기도 했다.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인류의 근본적인 신화를 핵심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브렉시트 합의안이 3년째 지지부진하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와 이후에 대한 합의들을 정리해 하원에 제출했지만 세 차례 모두 부결됐다. 결국 그녀는 모든 책임을 지고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현재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다.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자다. 그의 경쟁자는 메이 총리의 측근으로 EU와 협상할 의지를 가진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다. 보수당은 차기 당 대표 겸 총리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 5차 투표에서 존슨과 헌트를 결선 후보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기술혁신에 대해 문외한일지라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자본력을 갖춘 재력가의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과학자 및 테크기업의 관계자들에게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따라서 기술을 앞세운 거래에는 자연스럽게, 미디어적인 담론보다는 실용적 담론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은 정말로 우주여행을 위해 인체를 저온 냉각시키거나 사망 이후 생명을 되찾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금이 이것들을 가능하리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보존기술을 발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완전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 유명한 말은 작년 3월, 그가 사망하며 다시금 언론을 통해 회자되었다.실제로 철학자이자 연구자인 닉 보스트롬은 2014년 출판한 인공지능에 대한 한 저서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 등도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있는 ‘슈퍼 인공지능’ 기계들이 인간에게 가할지도 모를 실존적 위협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엘론 머스크는 이것이 핵무기보다도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 198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