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라트 경제신화’를 자랑하는 모디 총리
-과연 구자라트에는 경제기적이 있었나
-오늘날 인도와 구자라트가 닮은 점

타임지에 실린 인도 모디총리. (사진=타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 모디 정부의 위기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7%대 경제성장률은 이미 옛말이다. 오히려 임기 내 최저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도 IMF는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과장되었다고 비판한다. 

과거 구자라트 주지사시절 보인 놀라운 경제성장과 친기업적인 행보는 오늘날 그의 영광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의 만성적인 실업률과 투자부진 등은 ‘모디 리더십’이 오늘날 인도에 가장 잘 맞는 옷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니케이나 노무라증권 등에서는 이에 “인도는 제조업 육성 및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한 성장모델을 따라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분석한다. 해외투자를 장려하고 투자여건을 완화한다지만, 규제허들과 인프라부족, 정치적 불안정성 등은 늘 장밋빛 미래에 따라붙는 변수다. 힌두 민족주의의 암묵적 조장으로 사회적, 종족적 불신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면초가에 몰린 모디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반전카드를 가지고 있을까?

이쯤에서 구자라트를 한번 돌아볼 때가 되었다. 모디 정부와 인도의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의 최대 업적인 구자라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구자라트의 경험에서 위기에 빠진 인도경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구자라트의 기적은 인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별개의 사건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둘 다 아니라면 구자라트 기적에는 애초에 그가 인도에 맞는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일각의 비판처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허상이 존재했다는 의미가 된다.

◆ 모두가 부러워하는 구자라트의 이면

2012년 3월 <타임>지의 1면은 모디 주지사로 장식됐다. 타이틀도 거창하다. 타임지는 ‘모디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라는 헤드라인으로 그를 거창하게 띄워졌다. 당시 타임지는 “수십km에 걸친 해안, 국유지와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노동력 등 구자라트의 천혜의 이점을 활용했다”며, “효율적인 관료정치를 보태고 대기업을 위한 품질 좋은 전력 배급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구자라트의 주도 아메다바드의 시내. (사진=유튜브)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구자라트 무역연합의 암리쉬 파텔 사무총장은 당시 구자라트 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노조는 섬유산업 지역이었던 구자라트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등 임시직만을 고용하는 덜 투명한 소기업에게 하청을 준다. 노조의 사기는 저하돼 있다. 또 다른 전략은 노조활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거주지 행정당국에 기부를 하거나, 파업을 봉쇄할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 보상 관련법규는 준수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특히 경제특구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유명한 경제특구(SEZ) 역시 구자라트 정부의 자랑이다. 경제특구는 본질적으로 고용창출을 목표로 한다. 파텔은 “경제특구 규정은 기업이 노동 조건, 임금 조건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들은 오리사 같은 빈곤지역 출신의 이주자들을 고용하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특구 창설을 위해 정부는 각종 항의에 귀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경제활동 지역의 구조 변경도 감행했다.

그 결과 구자라트 해안은 석유 및 시멘트 산업으로 황폐화됐다. 이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연방정부의 환경부 산하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추야자열매 생산은 50% 감소했고, ‘치쿠’라 불리는 지역특산과일 재배는 자취를 감췄다. 환경운동가인 오스만 가니도 최근 “구자라트 해안에서 어획된 어종의 변화와 망그로브 숲의 파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자라트 주의 주도(州都)인 아메다바드 역시 오늘날 근사한 쇼핑몰과 호화 건물들, 완벽한 도로망 등으로 현대의 인도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미 7~80년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 국민들의 눈에는 그닥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른바 구자라트의 기적은 오늘날 제 2의 구자라트를 꿈꾸는 개발도상국에게는 그야말로 ‘발전모델’이다. 각 국의 지방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러시아이 사하 공화국 같은 경우도 매년 구자라트에 공무원단을 보내 그들의 경제성과를 점검하게 할 정도다.

물론 구자라트 주는 1994~1995년부터 2010~2011년 사이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물론 인도 전체의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뭄바이에 위치한 인디라 간디 개발연구소의 경제학자인 나자즈는 “구자라트 주가 인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지 않았고 여전히 7~8% 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수치에 함정이 있다는 비판은 늘 존재해왔다.

나자즈에 따르면 성장은 지원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가 낸 “불완전한 개혁결과와 구자라트 모델”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역내 생산량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상당한 공공부채에도 불구하고 산업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세금지원 혜택을 받고, 이들에게 전체 지원의 3분의 2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델리 주의 경우 2011~2012년 26억 루피를 지원받았지만 구자라트 주에는 1783억 루피(3조 원)가 배정됐다. 나자즈에 따르는 “이는 본질적으로 석유에 의존한 결과다”고 주장한다.

석유는 구자라트 주 전체 산업생산의 22.8%를 차지한다. 반면, 유전자변형 BT 면화 같은 산업용 경작을 장려한 결과, 농업은 점점 더 생계유지형 식량생산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은 훼손되고 토양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불평등도 여전하다. 구자라트 주는 인도 전역에서 문맹퇴치(구자라트 주민의 79%) 부분 18위, 영유아 사망률과 빈곤수준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메다바드의 무슬림 슬럼가. (사진=인디라간디개발연구소)

◆ 심화된 불평등

그러니 보이는 모습이나 수치가 훌륭하다고 주민들이 잘 살게 된 것은 아니다. 가령, 모디 총리는 주지사 재임시절 2002년의 유명한 무슬림 박해 이후 힌두 공동체와 이슬람 공동체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었다고 주장한다. (당시의 무슬림 박해는 구자라트 주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충돌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사태를 말한다. 1000명이 넘는 무슬림 인구가 희생되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배후에 모디 총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계획가이자 아마다바드 도시공평성센터의 연구원인 레뉴 데사이는 “도시계획은 상당히 변화했다. 이제 무슬림들은 대개 도시 외곽에만 살고 있다”면서 “힌두 거주민들은 이러한 방식도 평화의 일종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학교와 민간병원들이 들어서 있는 신개발도시의 정적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쥬하푸라처럼 게토로 변해버린 구역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다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넓은 구역의 주민들에게는 흔히 ‘테러리스트’, ‘범죄자’, ‘부랑자’, ‘광신도’ 등의 모욕적인 표현들이 붙여진다.

인도의 수많은 판자촌과 마찬가지로 서로 뒤얽혀 얌전하게 줄지어 있는 1층 혹은 2층 집에 대략 40만 명이 살고 있다. 이 구역은 1976년 대홍수 때 이재민들의 거처가 되었다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종교 폭동 이후에 더 확장됐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2002년 구자라트 종교폭동 이후 인구는 두 배 늘었지만 사회기반시설은 늘지 않았다. 현지 영자신문사인 <더 힌두>에 따르면 힌두교를 믿는 가정의 주거공간은 철조망과 경찰서로 분명하게 경계가 설정된다. 시가 매입하고 부동산 업체가 개발한 몇몇 부지는 힌두교도 주거영역에 위치해 있는 반면 무슬림의 주거영역은 ‘불법’으로 남아 있다.

무슬림 주거영역 중심부에서 여성 협동조합인 ‘마힐라 패치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 셰이크 여사는 르몽드의 여성 기자 클레아 샤크라베르티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는 땅값 상승으로 큰 시세차익을 얻었다. 아마다바드의 무슬림들은 이제 살 곳을 찾을 수 없다. 부자들은 이곳과 쥬하푸라에 빌라를 구입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법으로 공유지에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셰이크 여사는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식수원과 하수가 뒤섞이는 이곳에서는 화장실이 네 집당 1개 정도에 불과하다. 공립학교 운동장은 쓰레기로 폭격을 맞은 모양새이고, 학급 정원은 과밀 상태다.

아메다바드의 무슬림 슬럼가. (사진=인디라간디개발연구소)

이 구역을 벗어나면 모디 총리의 주지사 시절 자랑스럽게 건설되었던 뭄바이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고속도로변에는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부동산 업체의 광고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광고판은 하나같이 수염을 잘 다듬은 남편과 베일을 쓴 아내, 흰 옷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기도하는 건강한 아이의 모습, 유쾌하고 전형적인 무슬림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슬로건들은 모두를 위한 구자라트와 부동산 개발을 내세운다.

모두를 위한 건 맞지만, 각자 사는 집은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 그가 책임지고 있는 인도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다. 이에 인도의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구자라트를 떠올리며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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