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병’ 당뇨, 아프리카에서 급속한 확산
-빠른 도시화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영양실조와 당뇨가 동시에 발병하기도 해

아프리카에 만연한 당뇨.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프리카의 보건산업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소위 ‘선진국 병’이라 불리는 당뇨병의 전방위적 확산이다. 식습관 변화, 빠른 도시화, 농산물 가공업계의 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도시화와 질 낮은 식사가 원인

당뇨병은 흔히 ‘선진국병’이라고 불린다.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주로 발병하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2030년 이후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비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가 에이즈 등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말라리아나 최근 에볼라의 발원지라는 인식 때문에 아프리카는 일반인들에게 보건 및 위생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달리 말해, 전통적으로 유행하고 있던 전염병에 더해 최근에는 당뇨 같은 비전염성 질환까지 확대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프리카 각국의 재정부담은 말이 아니다.

실제로 프레데릭 르 마르시스 리옹 고등사범학교 연구원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당뇨병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당뇨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개인에 대한 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네갈의 한 전문의가 프랑스전문지 르몽드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당뇨병은 이전부터 세네갈에서 종종 발병하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10년 간 당뇨병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아프리카의 공중보건에 대해 다룬 한 저널에 따르면 “201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3800만명 이상이 비전염성 질환으로 사망했다”며, “이들의 4/5인 2900만 명은 저소득 국가(세네갈, 카메룬, 브라자빌 콩고, 가봉 등) 출신이다”고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비전염성 질환의 급증 현상은 도시화를 포함한 삶의 방식 변화와 관련이 깊다. 아프리카가 독립할 무렵에는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15%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도시 거주 인구는 인구의 약 38%에 이른다. 도시화는 육류를 비롯해 오일, 소금, 탄산음료의 소비를 늘리는 등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왔고, 운동량은 이전보다 대폭 감소했다.

2018년 기준 아프리카 각국의 당뇨발병률. 기니나 탄자니아 같은 국가의 당뇨확산은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랜싯)

여기에 알코올 소비와 흡연이 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질병에 대한 연구가 현지에서는 부족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질병 예방 프로그램 역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농산물 가공업체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스위스의 식품 대기업 마기(Maggi)가(현재는 네슬레에게 인수되었다) 현지의 전통 식재료들을 대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생략되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되는 보건비용은 6120억 달러(680조원)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증가, 즉 보건 시스템의 과부하, 환자 및 사망자 증가에 따른 노동 시장의 질적 저하, 사회 조직의 약화 등을 우려한다.

WHO는 또한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비용은 연간 112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201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경제적 손실은 7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전염성 질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은 심혈관계 질환(1730만명)이다. 그 다음이 암(760만명), 호흡기 질환(420만명), 당뇨병(130만명) 순이다.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75.1%가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카 비글리 당뇨학회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봉, 남아프리카, 케냐 등과 같은 저-중소득 국가의 경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성 질환들에만 주의가 집중되고 있다”며 “비전염성 질환들에 대한 심각성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짚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나쁜 식습관’이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체중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저-중소득 국가의 아동들은 체중관리가 특히 어렵다. 태아, 영유아동기, 청소년기에는 영양소 부족을 겪고 그 이후에는 지방과 당분, 염분을 다량 함유한 영양학적으로 질이 낮은 음식들을 섭취한다. 결과적으로 영양실조와 비만이 공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당뇨 자가진단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다. (사진=픽사베이)

◆ 손 놓고 있는 정부 당국들

WHO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관련 당국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영양실조와 비만이 공존하는 현상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그러나 아프리카 각국의 전문가들에 의하면 “당뇨보다 전염성 질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에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당뇨병에 투입될 장기적인 예산이나 인력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었다. 

모든 재원과 인력이 에이즈 퇴치에 집중된 덕분에, 에이즈에 대한 예방 및 치료, 사후대처까지 많은 점에서 개선이 있기는 했다. 이에 당뇨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찰나,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당뇨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아무래도 선진국들의 아프리카 공중보건문제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해당 질병이 자국에 얼마나 위협이 되느냐”와 무관할 수 없다. 말하자면, 자국민에게 질병이 전염될 수 있을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당뇨나 말라리아, 산모 사망 같은 질병이 전염병이었으면, 애진작에 근절되었을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세네갈 정부는 이에 WHO와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실행 중인 ‘m-diabetes’ 이니셔티브를 지원한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조치다. 휴대폰을 통해 당뇨병 예방법, 식단 관련 조언, 발 관리 방법,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당뇨 관리 등에 관한 메시지를 배포한다.

그러나 예방이 전부는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당뇨병의 발병 여부 확인이 가능해졌지만, 이것이 에이즈의 경우와 같은 정책적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다. 오늘날 비전염성 질환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진단기와 관리 도구의 확충, 의료 수준 향상은 물론 사회적 불평등 해소,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건 시스템의 마련, 그리고 탄산음료와 질 낮은 식품들로 아프리카 시장을 잠식시키고 있는 농산물 가공업계의 로비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

따라서 비전염성 질환의 해결은 국제 주체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상황은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르 마르시스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공시스템이 당뇨를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고, 또 이로부터 빈곤층이 위협을 받지 않게, 전세계의 연대 하에 역학적 전이(Epidemiological transition)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