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사진=cj)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작년과 올해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얻은 한국영화를 뽑자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국제영화 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빼놓을 수 없다.

◆ 평단은 왜 두 작품에 열광하나

두 영화는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워낙 여러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이창동 감독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두 영화는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상징주의적이고, 모호하고 다층적인 계층관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포스트구조주의적이었다.

갈등이 해소되는 와중에서 안티테제의 캐릭터가 살해된다는 장면에서는 서스펜스의 여지도 남긴다. 유수 영화제의 평단이 ‘전 세계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시장에서는 간판을 내리지 않은 기생충의 경우, 식모도우미나 운전기사 등의 소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반응이 유독 뜨겁다. 칸의 고장 프랑스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쉽지 않은 소재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버닝에 대해 영화적 메시지를 한 층 더 분명하게 전달한 <기생충>에 대한 평가가 더욱 분분한 것 같다. 그 중 ‘냄새’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뜨거웠다. 버닝 역시 끝내 종수가 벤을 왜 살해했는지에 대한 해석은 모호하다. 그럼에도 이 두 영화를 계급투쟁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영화 속 두 ‘살인’이 알고리즘의 가장 집적적인 은유라는 점에 있어서도 이견이나 반론은 적은 편이다.

기생충의 네 가족. (사진=cj)

◆ 두 번의 살인이 남긴 것

이창동 감독 역시 “벤이 겉으로 보기엔 잘못이 없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 역시 하나도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벤의 삶과 태도가 자신도 모르게 종수와 해미 같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은 종수와 해미를 대접하고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말을 그저 재미있는 것으로 삼거나 지루하게 여겨 종수를 불편하게 만든다. 

‘냄새’역시 그러하다. 냄새는 어디까지나 생리현상이다. 냄새를 맡는 행위와 이에 대한 거부감 또한 역시 본능적인 현상이다.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딱히 그가 사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본질적으로는 생활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외적으로는 계급 이동을 거부하는 체제 본연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에는 마냥 선한 사람도 없고 마냥 악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두 작품은 부유층에 대해 무조건적인 경멸을 보이는 사람들의 맹점을 찌른다. 작중에서도 ‘이 사람들 참 착해’, ‘저만큼 돈 있어봐라 우리도 착해지지’ 등으로 하류계급의 인간상이 훌륭하지는 않음을 상기시킨다. 기택이 박 사장의 사진을 향해 사죄를 하는 것을 보면 본인도 그저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화 버닝 속의 종수(유아인 배우 역)과 벤(스티븐 역 배우 역)

모두가 특별히 인격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빈부격차로 생기는 언행의 차는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약자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결국에는 약자에게 살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살해동기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이는 니체의 말마따나 르상티망의의 발로를 드러내는 셈이다.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강한 자에게 품는 질투나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을 말한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자신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고 이해받을 수 없기에, 르상티망 보유자들은 근원이 되는 자신의 인식 기준을 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스스로 받아들여 자기의 열악함에서 애써 벗어나려 한다.

박사장과 벤이 나쁜 사람이었으면, 우리가 극장을 나서면서 그렇게 찝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통쾌하게 여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보았기에 찝찝해진다. 그래서 이 두 작품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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