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인도 배달 시장
-조마토와 스위기, 인도 시장 양분
-아마존과 우버 등 업계공룡들도 군침

인도 최대 배달업체 조마토의 직원들. (사진=조마토)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인들도 ‘배달의 민족’이었다. 인도가 배달 음식의 천국으로 거듭나면서 나오는 말이다. 노점상 커리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스타벅스 커피까지 다양한 음식을 30분이면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사실 인도에서 배달산업이 깊게 뿌리내린 지는 좀 됐다. 90년대 개방 이후로 도시화와 인터넷 보급의 확대, 포장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거나 배달시켜 먹는 인구가 늘어난 탓이다. 도미노피자, 피자헛, 맥도날드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외식 기업들 역시 인도 진출 당시 테이크아웃&배달 시장에 주목한 바 있다. 이는 요즘이라고 다를 것 없다. 시장 조사 기관 레드시어 매니지먼트는 인도 온라인 식품 배달 시장은 2017년 7억 달러에서 2021년 25억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배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4억3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역(逆)성장하는 가운데 유일한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반면 세계시장은 같은 기간 6% 감소했다. 이와 함께 가처분소득의 증가,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단독가구 직장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 주문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데 이어, 온라인을 통한 외식산업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음식 주문·배달 앱과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인도인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현재 인도 내 패스트푸드 업계 매출 25%는 앱을 통한 배달이 차지하고 있다.

인도 배달업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료=레드시어)

◆ 예전에도, 앞으로도 유망한 배달 시장

배달 매장 수의 증가는 대도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사업자 등록한 식당 수 대비 배달 가능 매장 가능한 매장의 비율을 살펴보면, 뭄바이(78%)와, 델리/NCR(61%)와 같은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을 거점으로 배달 가능 매장의 수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일부에서는 역설적으로 인도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더운 날씨도 배달 문화 발달에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체계가 미비한 인도 대도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온 도로가 차량과 오토릭샤(삼륜 택시)로 가득 찬다. 차를 몰고 나가 생필품을 사는 대신 전화 한 통으로 식료품·식수·약 등을 주문해 오토바이로 배달받는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기간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의 주거환경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 주재원은 “인도 수도환경이 안 좋아 양치질부터 식수 등 대부분의 수요를 (식료품점의) 생수에 의존하고 있다”며, “어떻게 매번 차로 매번 그 많은 물을 사 올 수 있겠나. 대부분은 배달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배달업이 발달하기 좋은 나라다.

특히 7~9월 몬순 기간에는 배달 업체가 배달료를 올려도 인도인들은 이를 흔쾌히 낸다. 현재 주요 배달 음식 앱 배달료는 50루피(약 850원) 안팎이다.

배달 주문이 손쉬워지면서 야식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워낙 저녁을 늦게 먹는 인도의 식문화를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개 인도인들은 저녁을 8~9시에 먹는다. 델리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펍 등에서 실시하는 ‘해피아워’가 저녁 6~7시까지이니 새삼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배달 업체는 쉴 틈이 없다. 컨설팅회사 레드시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 점심과 저녁 피크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의 배달 건수는 약 4만5000건이었으나 12월에는 8만5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야식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에 사는 1인 가구다. 레드시어는 “전문직 종사자나 대학생이 심야시간에 배달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 빅2에 도전장 던진 우버와 아마존

인도 배달 시장은 토종 업체인 조마토가 스위기가 양분하고 있다. 조마토의 경우 7년 전부터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시행했다. 한동안 조마토의 독점적 경쟁체재가 이어졌으나, 몇 년 전부터 Foodpanda 등의 경쟁업체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조마토의 위상을 위협하기도 했다. Foodpanda사의 경우, 인도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마케팅을 펼친 덕분에, 인기 있는 식당들의 정보와 특별 할인 등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고객 프로필을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식당을 추천해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각각 점유율 40%, 30% 정도를 차지하는 조마토와 스위기 등 두 업체로 정리되는 추세다. 이에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도 2017년 '우버이츠'라는 식품 배달 서비스 브랜드를 론칭해 인도 ‘빅2’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파편화된 현지 배달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시장에서 우버를 몰아내고 차량공유 시장의 1위로 등극한 현지 업체 올라(Ola)역시 15년 식품 배달 서비스인 올라 카페(Ola Café)를 출시했으나, 출시 1년 만에 스위기와 조마토와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해당 서비스를 철수한 바 있다. 이에 2017년 Foodpanda를 인수하며 시장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위기는 인터넷 배달 전문 스타트업으로, 2014년 설립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남부 벵갈루루에서 사업을 시작해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 등 주요 13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배달원 숫자만 20만 명이고, 월 주문 건수는 3000만 건에 달한다. 2018년에는 F단계 후속 투자에서 누적 투자금액은 2.55억 달러에 도달하였다. 현재 기업가치는 대략 13억 달러, 한화로 1조463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인도의 대표적인 유니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 1위 배달 대행업체 ‘스위기’(Swiggy)의 배달원이 가정집을 방문해 소녀에게 주문한 음식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스위기)

애초 음식점 리뷰 사이트였던 조마토는 2015년 인터넷 배달 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지방 중소 도시까지 확장해 인도 200여 곳에서 조마토를 이용할 수 있다. 조마토 역시 3월 배달 건수 3000만 건을 넘겼다. 배달원 수는 23만 명 정도다. 최근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등 15개 투자사로부터 4억43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스위기와의 경쟁에서 반 발자국 앞서가는 모양이다.

두 업체는 단순 음식 배달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조마토는 최근 드론 배송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디핀데르 고얄 조마토 CEO는 “오토바이 배송은 평균 30.5분이 걸린다. 드론을 이용하면 배송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기는 음식뿐 아니라 생필품 배송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9월 유제품 전문 배달 업체를 인수하면서 우유·과일·야채·꽃·유아용품 등 배송 품목을 늘렸다. 바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아침 식사 정기 배달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조마토가 추진하는 드론 배송. (사진=조마토)

이에 아마존까지 ‘배달 전쟁’에 가세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마존은 올해 축제시즌(디왈리) 전인 9월 중으로 레스토랑을 통한 음식배달 서비스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우버 이츠를 인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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