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는 리더·재드래곤·상생경영·민간 외교관·시스템 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추진력이 강했던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신중한 경영 방식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아버지 이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이후 그룹의 경영을 사실상 맡게 된 이 부회장은 사업구조를 IT 기술과 바이오 위주로 재편하며 미래 시대에 맞춘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청하는 리더=이 부회장은 무조건적인 실행보다는 신중히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 이 회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생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아버지의 경영방식을 닮은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경영 방식은 이 부회장의 기본적인 철학에 더해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글귀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상무보로 입사할 당시 ‘경청, 삼고초려’라는 글귀를 받았다.

변화가 빠르고 여러 기술이 융합되는 시대에 걸맞는 경영 방식으로도 보인다. 이 부회장은 추진력보다는 신중한 경영을 기하며 실용주의를 원칙으로 움직인다. 핵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정리할 것은 제외하는 방식이다.

소탈한 성격도 경영 방식에 더해졌다. 이 부회장은 의전을 선호하지 않아 해외에 일적인 일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 홀로 움직인다.

일부 오너 경영인이 개인적인 일에 비서를 동행시키는 일이 있지만 이 부회장은 평범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는다. 앞서 일을 마치고 아웃도어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홀로 기차역을 향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임원 전용기와 헬기를 매각했다. 또 원래 잔존했던 의전을 없앴고 회사 안에서도 직원들과 같은 동선을 이용한다.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재드래곤=이 부회장은 기업인임에도 대중들로부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대중들은 이 부회장의 이름과 유명 연예인 지드래곤의 이름을 더한 ‘재드래곤’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마치 트렌드를 리드하는 연예인처럼 이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될 때마다 그가 착용한 아이템들이 화제가 되며 인기를 얻곤 했다. 이 부회장이 기차를 탈 때 찍힌 아웃도어 패딩이 ‘이재용 빨간 패딩’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뿐만 아니라 한 브랜드의 티셔츠와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손으로 살짝 가리며 바른 립밤까지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 호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적이면서 보수적일 것 같은 재벌 총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 부회장의 패션 센스와 외모가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상생경영=이 부회장은 준법정신과 상생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타트업은 물론 협력사를 지원하는 등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일들을 펼치고 있다.

5월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후 실효성 있는 감시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노조경영 방식을 철폐하면서 이전과 다른 노사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시민사회, 법조인, 언로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삼성 계열사 최고 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과 관련된 신고나 제보를 받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 외교관=이 부회장은 외국어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전력도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외국어 실력을 키웠다.

또 성격도 나름의 친화력 있다고 알려져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친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비즈니스 성과도 가져다줬다. 미국의 하만을 인수합병한 것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이자 미래기술을 위한 발걸음이다.

삼성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자제품에 품질 좋은 스피커를 접목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하만 인수는 회사 입장에서 호재다.

삼성전기 전잔용 제품을 보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사측)
삼성전기 전잔용 제품을 보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

◇시스템 반도체=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비전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꼽았다. 이에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무려 10조원이 투입된다. 극자외선을접목한 미세공정 고도화로 인해 AI 반도체 개발까지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60조원을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관련 인력도 1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에서 전례 없는 투자 규모다.

이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 배경으로는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IoT), 미래차 부품, 5G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실제 미래차 관련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4년 전 전장사업팀을 만들기도 했다. 하만 인수로 이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음향기술력을 높여 스마트폰 TV 등에 접목시키는 한편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으면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 부회장 등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1년 9개월 만에 내려진 판단인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뒷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관련 재판은 다음 달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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