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이커머스·로켓배송·한국판 아마존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쿠폰이 팡팡 쏟아진다’는 뜻을 사명에 담은 쿠팡은 온라인 전문 유통업체지만 오프라인 업체들도 경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를 설립하고 이끈 김범석 쿠팡 대표는 특유의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는 적자폭도 계획된 적자라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김범석 대표는 1978년생으로 젊은 창업자이자 기업인답게 기세가 등등하다.

◇하버드=김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해외로 나간 뒤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하버드 MBA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기업인의 면모를 보였다. 당시 김 대표는 잡지 ‘커런트’를 만들어 뉴스위크에 매각을 했다.

대학 졸업 이후엔 한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가 일을 그만두고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매각했다. 이후 2010년 8월 김 대표는 하버드대에서 알게 된 윤선주 이사와 MBA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을 참여시키며 쿠팡을 설립(자본금 30억원)했다.

◇이커머스=‘쿠폰이 팡팡 쏟아진다’는 뜻을 담은 쿠팡의 사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는 2010년 김 대표가 자본금 30억을 가지고 설립할 당시 소셜 커머스 기업이었다. 쿠폰으로 할인을 많이 해주는 등 타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그랬듯 ‘박리다매’, ‘이벤트’ 형식의 판매를 추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소셜 커머스업계에서 후발주자이던 쿠팡의 고민이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끈 것이다. 결국 이커머스 1위를 기록한 쿠팡은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2014년 로켓배송을 통해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을 해 유통업계 신속배송의 상징이 됐다.

로켓배송 관련 사진. (사진=쿠팡)
로켓배송 관련 사진. (사진=쿠팡)

◇로켓배송=특히 이커머스 기업 1위로 발돋움하기까지는 로켓배송의 힘이 가장 컸다. 쿠팡은 2017년 마지막 남은 소셜커머스 사업의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기업으로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쿠팡은 음식점과 지역 할인쿠폰 등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쿠팡은 주말 포함 익일 배송하는 시스템, 가장 좋은 조건의 판매자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울러 최대 10% 정도의 추가 할인을 해주는 정기배송, 솔직한 상품평, 로켓페이 간편결제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결과 2018년은 물론 지난해까지 국내 이커머스 회사 중 최대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27곳에 불과했던 전국 로켓배송센터는 지난해 무려 5배 이상인 168곳으로 늘었다. 로켓배송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들도 그만큼 늘었다는 반증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조1531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절반이 넘는 61.7% 증가한 기록이다. 특히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에 348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수직 상승한 셈이다.

다만 적자 지속세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회사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규모는 무려 3조 600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추가 투자 유치에 호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 (사진=쿠팡)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 (사진=쿠팡)

◇한국판 아마존=김 대표는 쿠팡을 한국판 아마존으로 만들기 위한 포부를 갖고 있다. 같은 생각으로 투자를 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자금도 이를 거들었다. 한국의 아마존이 될 회사로 쿠팡을 선택한 손 회장은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든든한 투자금을 얻은 쿠팡은 이를 로켓배송 확대와 마케팅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특히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인력 투자에도 많은 비용이 들었다. 쿠팡의 핵심인력은 이 회사가 직접 고용한 배송인력인 쿠팡친구(구 쿠팡맨)다. 배송 시스템도 직접 운영하며 빠른 배송을 이끌었다.

이렇게 쿠팡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활 편의는 커졌지만 그만큼 출혈을 감내해야했다. 적자가 조 단위로 늘어나자 쿠팡에 투자한 손 회장과 이를 유치한 김 대표에 대한 일부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손 회장은 다시 쿠팡에 비전펀드를 통해 20억 달러의 추가투자를 거행했다. 소프트뱅크는 기존의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한 뒤 보유지분을 비전펀드로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성장하는 한국판 아마존 쿠팡을 끝까지 파트너로 신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쿠팡의 적자폭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계획된 적자”라는 말을 해왔는데 이는 필요에 의한 투자와 성장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쿠팡의 1대 주주는 비전펀드다. 김 대표 단독체제였던 쿠팡은 현재 3인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전략기획, 고명주 대표는 인사, 정보람 대표는 핀테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서 김 대표는 손 회장의 투자 취지에도 걸맞는 한국판 아마존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집중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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