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경영자·수평적 문화·모빌리티·디자인 경영·남양 연구소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년 전 이날 부회장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아들인 정 수석부회장은 3월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3월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투박한 경영자=그의 할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에 따른 현대가 특유의 가풍에 따라 예의가 바르고 소탈하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 소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식성이 알려졌는데 정주영 명예회장의 식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전해진다. 식성처럼 성격도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년회 등에서 직원들과 직접 만나 단상을 없애고 직원들 사이에 자리하다가 행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앞에 나서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 단순히 대본을 읊는 모습이 아닌 직원들에게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화하듯 상호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에게 농담도 건네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수평적 문화=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 틀에 박힌 경영이 아닌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대기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선택적 근로 시간제도를 확대하는 등 근무제도를 개편하며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임원 직급체계도 달라졌다. 지난해 이사대우, 이사 등으로 상무 이하 임원 중 복잡하게 나뉜 직급을 상무로 통일했다. 직급체계를 간소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5급·4급 사원은 G1, 대리는 G2, 과장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하는 등 기존 6단계에서 4단계의 직급으로 줄였다.

호칭도 바꿨다.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로 칭한다. 다만 팀장, 파트장은 그대로 불린다. 수직적인 구조를 탈피하고 조직 간 소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 개편이다.

정 수석부회장도 직원들로부터 ‘수부(수석 부회장의 줄임말)’로 부르며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풍의 영향을 받아 예의가 굉장히 바르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교 재학 시절 정주영 명예회장과 살며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며 예절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정 수석부회장은 단순히 제품만 가지고 4차산업기술이 접목된 미래차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중이다. 지난해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서비스, 제품 등 모든 면에서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찾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미래 산업에 대해 탐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CES(세계 최대 IT 전시회)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인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선언했다. 현대차의 미래도시 청사진은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전기차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목적기반 모빌리티, 이를 잇는 허브 공간 모빌리티 등이다.

그는 향후 10년 내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판단에 따라 그룹 내에 ‘도심항공 모빌리티 사업부’가 지난해 신설됐다. 미국 나사 출신의 인재를 사업부 수장으로 영입하며 하늘을 나는 차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외부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 1월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 개발을 위해 우버와 협력했다. 현대차는 우버와 올해 CES 현대차 전시관에서 ‘도심항공 모빌리티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디자인 경영=정 수석부회장이 2년 전 경영 실권을 잡으며 현대차그룹은 디자인에 더욱 몰두했다. 최근 2년간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시킨 신형 소나타, 더 뉴 그랜저 등의 판매량이 높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디자인센터에서 무려 수 백명의 디자이너들이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경쟁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디자인은 경쟁력이 높다. 디자인 개발에 쓰이는 비용도 연구개발 비용의 최대 20% 정도 된다. 이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인재 영입도 최근 판매 흥행을 이끌었다. 2006년엔 폭스바겐 출신 피터슈라이어 사장, 2016년 이상엽 전무 등을 영입하며 순혈주의보다 외부 전문가들을 들였다. 최근엔 BMW, 벤츠, 인피니트 등에서 디자인을 맡았던 인재를 영입하며 디자인 경영에 힘을 쏟았다.

정부 공식 석상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 부회장. 이들은 미래차 관련 배터리 동맹을 맺고 남양연구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공식 석상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 부회장. 이들은 미래차 관련 배터리 동맹을 맺고 남양연구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남양연구소=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대를 맞아 앞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해 국내 배터리 동맹(현대차·삼성·LG·SK) 전선을 구축하기도 한 그는 남양연구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해 협력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는 20분 내 충전이 가능하고 1회 충전으로 450㎞를 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기아차의 개발을 도맡은 곳으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1995년 설립된 이 곳은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로 구성됐고 연구인력이 무려 1만4000명 정도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9월 14일 취임한 정 수석 부회장이 딱 취임 2년이 되는 때다. 2년 간 정 수석 부회장이 조직 문화를 바꾸면서 미래차 시대에 걸맞는 기업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순혈주의를 타파한 것도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다른 경영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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