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클라쓰·모빌리티·바이오·옥중 저서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솔직하고 호탕한 경영자로 꼽힌다. 횡령 혐의로 수감된 일이 있지만 현재 최 회장의 얼굴에선 그늘을 볼 수가 없다. 가정생활도 평탄하지 못했다며 혼외자의 존재를 스스로 알리기도 한 그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전파하려 노력한다. 미래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 과거의 일은 잊고 그룹의 미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격이다.

◇최태원 클라쓰=예순이 넘은 최 회장은 나이보다 젊은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월 SK 사내방송에 최 회장은 젊은층들에게 인기였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의 영상을 선보였다.

해당 영상은 최 회장이 라면 먹방을 하는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젊은 직원들에게 다가가고자 재밌게 만든 것이 아닌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최 회장은 라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을 버릴 것인지 고민하다가 이내 다 마신다. 냄비 위에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을 남기지 맙시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최 회장은 회사의 연중 최대 행사인 ‘SK 이천포럼’을 홍보하기 위해 이 영상을 기획했다. 경제, 산업, 기술 분야 등에서 국내외 전문가를 데려와 회사의 미래 계획을 짜는 내용의 포럼을 친근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환경적 가치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영상이 나오기 앞서 이천포럼 홍보를 위한 회의실에 직접 등장해 홍보맨을 자처했다.

이처럼 최 회장은 젊은 총수 못지않은 감각을 보여주는 소통 경영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 전파를 소통 기반에 깔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지난해엔 직원들과 100회에 걸친 ‘행복 토크’를 진행하는 한편 ‘번개 모임’을 가지며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사내 방송에서 환경 가치를 알리기 위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SK)
사내 방송에서 환경 가치를 알리기 위해 소통하는 모습. (사진=SK)

◇모빌리티=최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전기차, 에너지, 바이오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모빌리티, 에너지, 반도체 사업을 키워 그룹에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SK차이나는 6월 중국 전기차회사 비야디의 자회사(비야디 반도체)의 지분(1.47%)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는 모빌리티 사업을 키우기 위한 작업이다. 연결을 뜻하는 라틴어 넥실리시를 회사명으로 지은 SK넥실리스도 대표적이다. 회사명에 미래사회 모빌리티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기술을 연구 중이다. 최 회장은 SK넥실리스를 글로벌 1위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미래 기술력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으 모두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됐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등이 총체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꾸준하다. 미국의 천연가스 업체에 투자한데 이어 미국의 에너지펀드에 현금을 출자(1130억원대)했다. 이는 북미 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SK는 향후 5년 안에 액화천연가스 사업 가치를 20조 원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SK바이오팜 상장 당시 모습. = 한국거래소)
(SK바이오팜 상장 당시 모습. = 한국거래소)

◇바이오=바이오사업도 키우고 있다. 최 회장은 일찌감치 바이오와 제약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봤다. SK바이오팜은 7월 코스피 상장했다. 2011년 생명과학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 된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품목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아 미국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부터 임상, 신약 허가 등 전체 신약 개발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국내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2002년부터 바이오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30년간 바이오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2007년 SK의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신약 개발 인력을 지주사 직속 조직으로 두며 힘을 실어줬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회장이 직접 뒷배가 된 것이다.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은 최 회장은 “1993년 신약 개발에 도전한 뒤 실패도 경험했지만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며 “글로벌 신약 개발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이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를 지속해왔다”고 말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최 회장의 맏딸 최윤정 씨도 SK바이오팜의 일원으로 상장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휴직을 한 그는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책임매니저로 일했다. 최윤정 씨는 생물학 전공자다.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설명하는 최 회장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는 직원. (사진=SK)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설명하는 최 회장의 모습이 노트북 화면에 보이는 모습. (사진=SK)

◇옥중 저서=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게 된 기점은 2014년 옥중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출간한 이후다. 이전에도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더 본연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경영인이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도 CEO 직속 사회적가치추진단을 설치하며 환경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기업 자산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SK주유소 3600여개 중 200곳을 로컬 물류 허브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작년 1월 사회적 가치 창출 전담 조직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신설하며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사회적 가치를 인센티브로 지원하는 회사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운영하며 눈길을 끈다. 2017년 이 제도에 130개 기업이 참여했고 73억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혼외자를 언론사에 직접 편지로 고백한 것도 최 회장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불미스러운 수감 시절도 회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배포가 큰 경영인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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