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미망인·여성기업인·대북사업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작고한 남편을 대신해 총수 자리에 오른 여성 기업인이 있다. 바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 번째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30여 년을 살다 하루아침에 재계 전면에 나선 그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정몽헌 미망인=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인 정몽헌 회장과 1976년 결혼한 현정은 회장은 30년간 가정주부로 지내다 2003년 정 회장이 돌연 유명을 달리하자 부군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현대그룹은 형제들의 싸움으로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던 만큼 현 회장이 그룹 총수에 나서게 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몽헌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을 맡기엔 너무 어렸다는 점도 현 회장을 경영 무대에 소환한 요소가 됐다.

현대는 계열사 분리를 거쳐 재계 15위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그때 공식 석상에 정몽헌의 아내 현 회장이 그룹의 총수로 등장하게 된 것. 남편을 잃은 지 두 달도 채 안 된 상태였다. 이때부터 현 회장은 현대가 회장으로서 전면에 나섰다.

현대그룹 로고. (사진=현대그룹 홈페이지)
현대그룹 로고. (사진=현대그룹 홈페이지)

◇여성 기업인=현 회장은 2009년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에 한국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79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선정(48위)됐다. 당시 어려운 격변의 시기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극복해 다른 여성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됐다. 

현 회장은 한 번 결정을 내리면 후회하지 않는 스타일로 범현대가에서 뚝심 있는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찌감치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무는 올해 4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600만 원어치를 샀다. 23일 종가를 적용해 추정한 정 전무의 주식 매입 규모는 7580만원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23일 6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0.30%(8만1861주)를 보유하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사업=현 회장은 현대가의 평생 숙원이었던 대북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부터 전면 중단돼 지금껏 재개되지 못하고 있고, 2009년에는 현대아산 직원이 137일 동안 북한에 억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과 시아버지의 오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힘이 들 때마다 의지를 되새기며 한 고개씩 산을 넘었다.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로 2016년까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 참석과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 등을 이유로 현 회장은 북한을 6차례 방문했다.

특히 2009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는 현 회장이 현대가의 적통성을 이어간다는 것을 상징했다. 김 위원장은 “정몽헌에게 금강산을 줬는데 당신에게는 백두산까지 줄 테니 잘 해 보시오”라며 대북사업의 공식 창구로 현 회장을 인정했다. 이는 대북사업에 급물살을 타게 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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