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대화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Quad·4자) 회의에 참석했다. 이때 예정되었던 한국 방문이 갑자기 취소되어 그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면서 쿼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대화(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자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쿼드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안보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까지 논의되면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판세가 형성되어 있고, 아태 지역 및 인도양 지경학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이해도 얽혀있는 두 전략의 내용을 살펴보고 양 전략 사이에서 한국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 국방부는 2019년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 : 준비태세, 파트너십과 네트워크화된 지역’(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이라는 제목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 영향력, 약탈적 경제를 지렛대삼아 현존 국제질서를 타파하고 있다. 경제·군사적으로 부상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의 더욱 강건한 협력과 치명적인(fatal) 군사력을 결합해 막아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일대일로와 관련해 일방적이고 모호한 거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원칙에 어긋나며 방글라데시, 몰디브, 스리랑카 등에서 여러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유재산을 상업적인 담보로 절취하는 것을 포함해 투자유치국들의 빚 부담을 전략적, 군사적 접근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에 우려한다고 표명했다.

한편 한국은 ‘동북아와 한반도에 있어서 평화와 번영의 축’이고,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보에 불가결함(critical)을 강조했다. 

2019년 11월 4일 태국 방콕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자 미국 국무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 공동 목표의 진전(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하면서 적극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과 인도의 동방정책,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긴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일대일로 정책 참여 방안 

일대일로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고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입장이 애매하고 심지어 난감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경제 및 안보 질서를 바꾸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일대일로 정책과 이를 지키려는 인도-태평양 전략 간의 경쟁에 끼이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해결책이 나온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원인 일본은 2018년 10월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제3국의 기초 인프라 공동 개발 협력 관련 문건에 서명해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협력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을 잇는 잠재력이 큰 구상이라고 말하자, 시진핑 주석은 일본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국은 일대일로,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과 각각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 구상과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연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발굴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2019년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을 선택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두 개 전략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생각과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로 중국의 자본·기술·인력으로 추진되고 한중이 제3국 건설시장을 놓고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동안 양국이 1.5 트랙 등을 통해 일대일로 협력방안을 모색하였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물론 주변국이자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중 양국은 일대일로와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매개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계속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풍부한 ODA 경험과 시공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경우 효과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대국주의적 야욕이 없고 동남아, 서남아 및 아프리카에서 안보적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도 없기 때문에 개발 경험과 좋은 이미지를 살려 인도-태평양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선도적으로 협력을 이끌어나간다면 지역발전은 물론 인프라 구축, 에너지 시장,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 투자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전략과 협력에 관해서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2019년 11월 방콕 동아시아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된 한미 차관보회의에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제목의 ‘설명서(Fact Sheet)’를 발표했는데, 에너지·인프라·디지털 경제·인적 역량 강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 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곧 이어서 서울에서 개최된 4차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한·미 양자 경제협력관계, 개발·에너지·인프라·과학기술 및 디지털 연계성 등 분야에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간 연계협력, 환경·보건·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등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한미 간 실질협력을 공고히 하고 향후 구체적 사업들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채택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 걸음 더나가 안보 개념이 강조되고 있는 쿼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외교협력을 다른 나라로 확대해 인도·태평양에 다자 안보 틀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이른바 ‘쿼드 플러스’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입지에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 고위 인사가 미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요한 문제를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안 된다. 더구나 우리의 동맹국가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초를 치듯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외교 전략에도 어긋나며 우리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하고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하며, 특히 밖으로 표명할 때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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