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중국의 지구전 전략 채택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 유화파와 강경파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미중 양국이 상대국 총영사관을 서로 폐쇄하면서 본격적으로 신냉전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국에서는 미국이 의도대로 미중 전면 대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일정 수준의 맞대응이 불가피하지만 미국이 걸어오는 동시다발적인 개별 전장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자국이 유리한 방식으로 싸움의 판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이 구사했던 지구전을 소환했다.  

지난 7월 30일 시진핑 주석은 대미항전 전략을 논의하는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국제환경이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이라 반드시 지구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12월 인민출판사가 『지구전론을 다시 읽는다』라는 책을 출판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초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을 읽는 모습을 관영매체들을 통해 공개했다. 당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지구전’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옥죄어오는 미국에 맞서 ‘지구전’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중국이 지구전을 택한 것은 바로 미중 양국 국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아직은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월등하고 첨단과학기술이 앞선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가진 장점, 즉 14억 명의 인구에 기반한 내수 시장과 세계 2위로 성장한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실력을 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구전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국가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대공황 이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는 등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중국은 조만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면서 ‘시간은 내 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오래 버티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구전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급도를 높이면서 미국이 걸어오는 ‘안보 전쟁’에 국력을 소진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걸어가는 지구전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늑대 전사 외교’ 전술 

한편,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전랑’(戰狼·늑대 전사)처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공세에 거침없이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 외교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중국이 ‘늑대 전사 외교(wolf warrior diplomacy)’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사 중의 전사’로서 입이 거칠기로 유명하며, 각국 주재 중국대사들도 방침에 따라 ‘늑대 전사 외교’ 전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것은 당에서 외교부에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국 외교관들은 이러한 전술을 훈련받는다. 

스웨덴 주재 중국대사가 현지 공공방송 인터뷰에서 스웨덴 언론을 중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면서 중국이라는 헤비급 권투선수에 도발하는 라이트급 선수에 빗대며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는 프랑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노인들을 죽게 했다’고 반격하는 글을 올렸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도 영국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만들길 원한다면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다. 

일반적으로 외교사절은 주재국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하여 공개적으로 주재국을 비난하는 것을 극도로 삼간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41조①항도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해야 하며 접수국의 내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반하면 접수국은 해당 인물을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추방할 수 있다. 

그리고 대사의 직무는 신임장 제정과 동시에 개시되는데, 주한중국대사는 신임장 제정식도 열리지 않았고 게다가 부임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년 2월초 대사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 동인은 WHO 사무총장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여행이나 교역을 방해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을 들어 한국도 이를 따라야한다고 말하면서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중국은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지자 뒤돌아보지 않고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조치를 취했다. 한국이 코로나19 진원지 국가에 의해 오히려 입국금지 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의 전략·전술 전망

첫째, 중국은 인접 국가들을 우군으로 확보하여 블록 형성을 통해 맞서려 할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NATO)격인 인도·태평양 군사 연대를 추진하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라는 블록을 만들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이 주도해 만든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중심으로 ‘보건건강공동체’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CO 회원국은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이며, 전 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 명의 지역협의체이다. 이들 국가는 인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정보기술(IT) 퇴출을 위해 미국이 추진중인 ‘청정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에 대해 중국은 9월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 세계 디지털 거버넌스 심포지엄 회의에서 중국이 자체적인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구상)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이것은 ‘중국은 기술 도둑’이라는 미국의 프레임을 깨는 동시에, 친중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G2 간 기술패권 전쟁이 ‘세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내수 중심 경제 발전 전략을 실시할 것이다. 미국이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진하자 중국은 우리는 과대한 내수시장이 있다고 호언해 왔는데, 공산당 정치국은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4·5계획 : 2021∼2025)에서 내수 확대를 경제운영의 새로운 전략으로 삼기로 하고 ‘국내 대순환론’ 전략 추진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지난 40년간 경제 전략의 핵심이었던 수출 중심의 대외 개방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서, 자급도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방대하고 앞으로 더 커질 잠재력은 풍부하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수출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전면 심화 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전략이라고 천명하면서,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와 국제 간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조를 형성하는데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셋째, 중국은 지구전과 함께 ‘담담타타’ 전술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중국의 샤프 파워(sharp power·비밀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를 동원한 호전적인 ‘늑대 전사 외교’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키워주고 있으며, 게다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대표적 매파로 알려진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교수는 강연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사상 유례없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 하나도 없다”고 통절한 반성을 제기한 적이 있고,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각국의 반중 정서가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산당 지도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강경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전면적으로 대항할 의사가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변학자들 역시 지나친 전랑 외교 전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주문했다. 

미국은 화웨이의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강제 퇴출은 물론 반도체 공급마저 막아 숨통을 끊으려 한다. 최근에 제3국 반도체 업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SW)와 기술·장비를 사용했을 경우, 화웨이에 납품하기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화웨이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9월 15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화웨이와 반도체 거래를 중단하게 되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화웨이는 물론 중국 전체의 전자 공급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기 모바일 앱 틱톡을 미국 기업에 넘기든지 아니면 문을 닫으라고 강제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위챗에 대해서도 거래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중국의 핵심 이익만 골라 정 조준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반격하지 않고 있다. 애플, 보잉 등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지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응한 청두 미국 총영사관 폐쇄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응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것은 일시적인 전술 변화에 불과하고 중국의 목표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완전히 수세적인 전술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며, 로우키(low-key)로 가다가도 기회가 오면 공격하는 방식을 구사할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불리하다고 보고, 반격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오쩌둥이 지구전과 담담타타 전술을 구사하여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된 것처럼 중국은 ‘중국몽’을 달성하여 미국을 능가하는 수퍼파워로 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전술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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