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1936년 말 중국 공산당은 장제스 군대에 쫓겨 ‘대장정’이라 불리는 후퇴를 통해 옌안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을 때 공산당 토벌 업무를 맡고 있던 인물은 일본군에 의해 선친이 폭사당하고 근거지(동북3성)를 빼앗겨 강한 반일 감정을 품고 있던 장쉐량이었다. 

장쉐량은 ‘우리 민족끼리’ 단결해 항일하자는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에 설득당하여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기 위해 시안에 온 장제스를 기습적으로 체포하는 시안사변(1936.12.12)을 일으켰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장제스는 어쩔 수 없이 제2차 국공합작에 동의했고, 이로써 중국 공산당은 기사회생했다. 

마오쩌둥의 지구전 전략

제2차 국공합작 성사로 휴식과 정비를 위한 여유를 확보한 마오쩌둥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5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린 항일전쟁연구회에 참석해 「지구전론(持久戰論)」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항일전략 지침을 제시했다. 이것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과 정면 승부에 말려들지 않고 유격전 등 유리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투쟁으로 무너뜨린다”는 전략이다. 

중국 공산당의 ‘혁명 성지’로 불리는 산시성 옌안의 양자링(楊家嶺)에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주더를 비롯한 공산당 지도자들이 살았던 황토 요동(窯洞·토굴)이 남아있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요동 입구에 놓여있는 작은 책상에서 「지구전론」을 썼다고 한다. 

중국의 전통적인 전술을 모아놓은 것이 ‘36계’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이웃 나라를 공격한다),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渡陳倉·밝을 때 잔도를 수리하는 척하며 어두울 때 진창으로 간다), 이일대로(以逸待勞·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린다) 등 여러 가지 전술이 망라되어 있다. 

마오쩌둥의 지구전은 36계 전술 중 ‘이일대로’ 전술과 유사하다. 이것은 상대의 전력이 아군보다 강할 때 수비에 치중하는 한편, 전열을 가다듬어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린 뒤에 공격하는 전술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지구전 지침에 따라 항일전쟁을 전개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고 장제스 정부와의 내전에 전략적 중점을 두었으며, 중국을 침략한 일본에 대한 대응은 부차적이었다. 결국 공산당은 일본의 항복 이후 전개된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에 승리했다. 이 때 구사한 전술이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이다.

이것은 1919년 코민테른(공산주의인터내셔널) 창립 이래 세계 각지의 공산당들이 애용했던 통일전선전술을 쉽게, 중국식 4자성어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칠 때는 친다”는 말로서, 불리할 때는 대화 카드로 위기를 넘기고 유리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만전술이다. 

이 전술에 말려들어 대륙을 잃고 대만으로 쫓겨 간 장제스는 훗날 다음과 같이 통탄해 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전세가 불리하면 반드시 평화회담을 제의해 온다. 그러나 실력이 생기면 평화회담을 파기하고 다시 공격을 감행한다. 그들이 우리와 평화회담을 하는 때에는 그들이 은밀히 무장투쟁을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공격과 평화회담을 동시에 병행함으로써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고 저들의 힘을 집결하며, 우리의 투지를 약화시키고 저들의 힘을 증강하는 데 최고도의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

2018년 4월 미국이 국제사회의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제2 통신장비 업체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하는 제재를 가하자 ZTE는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정하여 벌금 납부와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해 기사회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 대만과의 관계 긴밀화 등 전방위적으로 대중압박을 가해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국 전략(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이것은 2017년 미 국방부가 발표한 ‘미 국가 안보 전략(NSS)’을 바탕으로 미국 행정부의 향후 대중국 전략 및 정책 방향을 집약한 보고서다. 지난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약 40년 동안 취해왔던 중국에 대한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전제했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미국 시장을 개방하는 등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개방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는 중국이 더 개방된 사회가 되면 시민 중심적인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로 변화될 것이라는 미국의 믿음에 기인했으나, 중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 질서를 착취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이해와 이데올로기에 일치하도록 국제질서를 개조하려고 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전 세계 국가들의 국익이 중대하게 훼손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 중국을 미국에 경제적, 가치적, 안보적 도전을 가하는 ‘경쟁자’로 규정했다. 미국은 진실을 왜곡하고 미국의 가치들과 이상들을 손상시키는 중국의 프로파간다와 거짓된 서술에 계속해서 도전해나갈 것을 천명하면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동맹국들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나아가, 2020년 7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Communist China and the Free World’s Future)’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시진핑 주석을 공산당 총서기로 호칭하면서 “시 총서기는 실패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고 규정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세계 국가들이 단결해 새로운 독재에 승리해야 한다”면서 “만약 자유세계가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이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함으로써, 레짐 체인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ZTE를 제재할 때만해도 중국은 ZTE가 대 이란 및 북한에 대한 제제 지침을 어긴 것에 대한 조치로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미국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랐다. 그러나 화웨이를 제재하자 중국은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부상 제어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계되는 대만문제에 이어 체제문제까지 건드리자 미국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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