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한국의 대처 방향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샌드위치 압박을 받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GDP 규모가 세계 12위 규모이고 IT 산업 등이 발달한 제조업 강국이며, 특히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 미국은 당연히 한국을 자기편으로 인식하고 중국을 건제하고 봉쇄하는 데 여러 가지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으로서는 한미간 틈을 노리면서 한국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할 것이다. 미중패권 경쟁 국면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북중관계와 이념적인 측면이다. 중국은 북한의 6.25 남침 기획에 참여하고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여 개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동개입 조항’이 있는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는 북한의 강력한 후원국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공산당 일당 체제의 국가이다. 전임 정부에서 한중관계가 역대 최고관계라고 하였고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여 천안문 망루에 올라가 축하해 주었으나, 사드배치 문제가 생기자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하여 보복조치를 한 바 있다. 

한국적인 시각으로만 중국을 보며 대응하고 정책을 전개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더구나, 현재의 중국은 개혁개방을 하면서 세계에 문을 열고 공산당 체제 운영에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한 덩샤오핑 모델이 작동하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체제, 특히 시진핑 체제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고 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이다. 이제 여러 가지로 상황이 변하여 중국에 투자하여 상과를 보는 것은 어렵게 되고 있다. 대신에 중국 시장을 개척하여 우리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 중국시장은 이미 제2의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하였고 코로나19가 극복되면 소비시장은 더욱 더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다. 중국시장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개척해야할 시장이다. 기업만으로는 벅찰 수 있다. 국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자체들이 기업들의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사무소나 경제진흥원 등 지자체 플랫폼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일본, 유럽, 호주, 대만 등을 아우르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표준화 작업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중국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호혜공영’을 내세워 왔지만 싹쓸이 형태로 중국기업들이 독식하다시피 전개되어 오고 스리랑카 함반토다 항구 운영권(99년)을 확보하여 항구를 자기 것으로 하다시피 하고 있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4차 산업혁명도 자국 위주로 주도하려할 것이고 한국 기업이 들어가게 되면 들러리가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유럽, 호주 등에는 한국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넓고, 반도체, 통신장비,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시장도 크다. 무엇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 표준화 작업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전략적인 측면이다. 미중패권 경쟁이라는 신 냉전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이 신 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중국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보안법을 강력히 시행하고 홍콩 입법원 선거를 연기시키는 등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천국, 불편함이 없이 영어가 통하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홍콩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불시에 체포되고 일반인들, 심지어 외국인들도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제2전선은 대만해협에서 형성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제19기 당대회에서 장기집권 체제를 공고화할 때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만문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연임에 성공하고 코로나 19 방역에 성공함으로써 지지율이 치솟고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게 되자 공세를 가할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과의 관계 긴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단교 이후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로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해 보건 의료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9월 17일엔 ‘화웨이 저격수’로 통하는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리덩후이 전 타이완 총통의 추모식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대만을 찾았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원칙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는데, 기습으로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여 홍콩사태를 제압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대만에 대해 전격적인 압박 작전을 취할 수도 있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날 때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와 비행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제3전선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수도와 산업기지인 동부 연안에서 가장 가까이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중무장한 병력이 대거 배치되어 있어 언제라도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특히, 과거 6.25전쟁 때도 격돌이 있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지역으로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한미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3불(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요구는 대표적인 것이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안보를 제약하는 요구는 단호하게 배격되어야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중국의 힘이 커지면 한국에 대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전통적으로 ‘원교근공’ 전술에 능하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미·중 관계는 임계점을 넘고 있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전 세계가 요동칠 것이며, 중국과 가까운 한반도에 밀어닥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가치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여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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