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대화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칼럼니스트.(전 주시안총영사)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Quad·4자) 회의에 참석했다. 이때 예정되었던 한국 방문이 갑자기 취소되어 그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면서 쿼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쿼드는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대화(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자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쿼드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안보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까지 논의되면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판세가 형성되어 있고, 아태 지역 및 인도양 지경학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이해도 얽혀있는 두 전략의 내용을 살펴보고 양 전략 사이에서 한국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 일대일로 정책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 정책은 실크로드 옛 영광을 재현하고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대규모 대내외구상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실크로드 경제벨트(絲綢之路經濟帶)와 21세기해상 실크로드(21世紀海上絲綢之路)의 끝 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서, 일대(一帶)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의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에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이다. 

거시적으로는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내다보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인프라 개발과 무역증대 등을 통해 국익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의 해외 순방이나 외국 고위인사들의 중국 방문 기회 등을 활용해 일대일로 국제 협력을 공식화하는 양해각서(MOU) 체결하고 있다. 

특히 2019년 3월 시진핑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계기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일대일로 대상 국가를 G7국가까지 확대했고, 대규모 일대일로 정상회의 개최(제 1, 2회 베이징, 격년제 개최)를 통해 일대일로 참여 저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대일로 성과로서 눈여겨 볼 것은 중국 각지에서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중국-유럽 국제화물열차이다.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노트북, 프린터 등을 실어 나르지만 유럽에서 다시 중국으로 올 때는 자동차 부품 등을 제외하고는 수송할 상품이 아직까지 별로 없다는 것이 회의론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으나, 이제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화물열차 운송의 경제성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쓰촨성 청두에서 출발해 신장 아라산커우,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에 도착하는 ‘롱어우(蓉歐) 중국-유럽 국제화물열차’는 2주내에 폴란드에 도착하고 3일 내에 다른 유럽국가로 운송이 완료되고 있다. 

기존 해상 운송 방식은 45일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매우 빨라 화물량이 늘어 매일 운행되고 있다. 

중국-유럽 국제화물열차는 연선 국가의 무역에 새로운 통로를 열어주었고 현지 건설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줘 유라시아 경제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런데 일대일로 프로젝트 건설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지만 필요한 노동력·자재·기계설비 등은 중국에서 가져와서 쓰고 있다. 중국은 지분을 확대해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단지를 개발할 경우에도 패키지로 개발하여 중국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다시피 하고 있다. 

해당 국가 지도층은 국가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환영하지만 현지 식자층에서는 중국경제에 예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연선 국가에 대한 지원은 경제협력 촉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프라 건설이 절실한 국가에 투자와 차관이라는 ‘당근’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으며, 해당국들이 ‘빚의 함정(Debt Trap)’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채무장부 외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 함반토타(Hambantota) 항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함반토타항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 중국은 스리랑카가 빚을 갚지 못하자 이를 기회로 중국 국영기업 초상국유한공사가 이 항구 지분의 70%와 99년 항구운영권을 획득했다. 그래서 일대일로 사업이 개도국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일대일로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으나, 중국은 특히 항만 투자를 통해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해군기지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하는 공세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진주목걸이 형태로 중국에서 아프리카 동안을 잇는 동남아와 인도양의 에너지 해상 운송 루트상의 주요 항만을 개발하고, 나아가 지중해까지 진출해 그리스 피레우스항에 이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항과 제노바항의 투자와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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