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종식 이후 ‘관광업’에 올인하는 스리랑카
-인도양 도서 국가 중 가장 풍부한 잠재력
-고질적인 정치 위기가 변수

스리랑카의 대표 유적 시기리야의 전경. (사진=론리플래닛)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내전 종식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스리랑카는 202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유치한다는 야망을 품었다.

전통적으로 인도양 도서국가들은 휴양 관광지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몰디브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다. 스리랑카는 국내에서 직항 항공편이 있지만, 주로 몰디브를 가기 위한 경유지라거나, 인도와 비슷한 분위기의 불교국가 쯤으로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스리랑카도 이제 변화하고 있다.

스리랑카 관광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스리랑카의 관광업은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불교, 역사유적에 대한 관광이 다수였다”며, “하지만 최근 젊은 관광객들은 콜롬보와 주변의 해안가의 리조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휴양지로서의 가치는 연일 상한가다.

◆ 해외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

잘 정비된 해안 도시 콜롬보와 주변 도시들은 교통과 접근성이 좋아 해안스포츠나, 의료관광, 비즈니스 투어에서 유리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100만 명에 그쳤던 해외 관광객이 2017년에는 220만 명으로 뛰었다. 2022년에는 현재 수치에서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유로모니터의 예상이다. 중국과 인도 관광객의 증가가 결정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유럽 관광객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유럽에서는 접근성에서 유리한데다가, 내전과는 상관없이 전통적으로 ‘가성비’ 좋은 휴양지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경우 16세기부터 주거지를 형성해서 아직도 후손들이 민족 지형도의 한 축을 이루기도 한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은퇴 후 주거지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2017년 기준으로는 영국과 독일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각각 43만 명, 28만 명을 기록했다. 국영 항공사인 스리랑카항공은 몰디브와 함께 두 나라 모두를 여행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으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의 작년 보고서 역시 “스리랑카는 인근의 경쟁 국가인 싱가포르나 몰디브에 비해 확연한 비교 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국가는 프리미엄 관광 이외의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리랑카로서는 여기서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론리 플레닛은 스리랑카를 2019년의 최고 여행지로 꼽기도 했다. 글로벌 호텔 프렌차이즈들 역시 새로운 지점을 준비 중에 있다. 세인트레지스와 힐튼이 수도 콜롬보에 새 호텔의 입점을 고려하고 있으며, 타지 등 로컬 프렌차이즈 역시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양이다. 갈레, 탕갈레 등 해안마을의 주민 역시 자신의 집을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전환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갈레 항구의 모습. 과거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진=론리플래닛)

스리랑카 관광국의 고위직 공무원인 반다라는 여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리랑카가 조만간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다라는 “스리랑카는 현재 발리와 비슷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지만, 해안, 서핑, 트레킹 등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다라는 스리랑카의 식생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콜롬보에서 1시간 반만 내려가면 해안이 있다. 이 곳에서는 바다생물 중에서 가장 큰 푸른 수염고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쪽으로 1시간 반을 올라가면 정글이 있다. 이 곳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코끼리를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 스리랑카의 정치 위기 

하지만 스리랑카 관광 산업의 위기는 늘 정치 위기에서 시작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위기와 내전 때문에 관광산업이 부각되지 못했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70년대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타밀족과의 종족 갈등이 내전으로 격화되었고,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내전은 2009년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2000년대 들어 타밀 반군의 활동 지역이 북부와 동부 일부 지역으로 좁혀졌으나, 관광 산업에 끼친 피해는 막대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타밀 반군이 국제공항에 폭탄테러를 저지르는 일도 흔했다. 해변에서 한가로이 관광을 즐기고 있던 서양인 관광객들이 테러에 목숨을 잃는 일들도 이따금씩 보도되었다. 

물론 지금도 타밀 반군의 주요 거점 지역이었던 북부와 동부 해안가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힌두 사원의 벽에는 수십 년간 양 군이 주고받았던 탄환 자국이 선명하며, 로컬 뉴스도 이따금씩 아직 터지지 않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주민들의 소식을 보도하곤 한다. 인권과 불완전한 민주주의 이슈는 현재까지 남아시아 정치 위기의 메인 테마이다.

2018년 있었던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지난 10월 시리세나 대통령이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하고 돌연 마힌다 라자팍세 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각을 해산하고 11월 6일까지 의회 활동을 중단시켰다. 라자팍세 전 대통령은 반군의 강경 진압을 통해 내전을 종식시킨 장본인이지만, 타밀 주민에 대한 가혹한 처사 등으로 동시에 ‘독재자’로 인식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즉각 자신의 의회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갈등이 증폭되며 각국 외신은 스리랑카에 새로운 정치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헌정 위기는 총리의 복귀와 함께 가라앉았지만, 스리랑카의 안전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직까지 완전히 휩쓸려나가진 않은 모양이다.  

◆ 중국인들이 몰려든다 

스리랑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려보자. 인도양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 역시 스리랑카 관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인도양 국가들을 둘러싼 미국, 중국 그리고 인도의 각축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관광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부상이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그렇다. 스리랑카는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반가운 웃음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펼쳐친 남부 항구의 건설 프로젝트 및 콜롬보의 주요 기간시설을 중국의 투자로 진행하는 탓에, 요즘 스리랑카의 주요 도시인 콜롬보나 캔디에서는 곳곳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필연 관광 산업 육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일각에서는 고질적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환경과 문화유적 훼손 등 ‘오버투어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니케이 신문 역시 지난 11월 기획 기사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스리랑카의 대표 이미지였던 ‘순백한 관광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롬보의 국영 통신사 역시 “얄라(Yala)나 우다왈라위(Uda Walawe) 사파리를 방문하는 서양인 관광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야생동물 공격, 원주민들의 주거환경 침입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의 증가하며 야생 코끼리들의 수가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상아 채집보다는 주거지 침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개체 수 감소가 주요 원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생 코끼리를 둘러싼 논쟁은 또 다른 ‘코끼리 논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우선, 현직 총리가 속한 국민당의 상징이 바로 그 코끼리이기 때문이다. 

함반토나 항구의 전경. (사진=BBC)

이와 함께,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전임 대통령인 라자팍세가 진행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수정하는 데 관심이 많다. 아무리 봐도 중국에 유리한 투자 사업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빚더미는 덤이다. 이 프로젝트는 라자팍세의 지역구인 함반토나 항구에 13억 달러 규모의 항구를 중국정부의 자금으로 짓는 것을 주요 골자로 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이를 늘 ‘하얀 코끼리’라 부르며 비판해왔다. 하얀 코끼리는 수익성이 없고 쓸모없는 투자를 뜻하는 비즈니스용어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이를 ‘초록 코끼리’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친환경적인 관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진 빚도 갚아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자금의 유입 없이 이 같은 목표가 가능할 것인가?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집권당은 이에 눈길을 돌려 인근 국가인 인도 관광객의 유치를 대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은 이 같은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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