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일대일로, 과연 함정일까
스리랑카의 일대일로, 과연 함정일까
  • 최진영 기자
  • 승인 2019.10.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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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인가 선물인가…섣부른 판단 말아야
함반토타 항구의 중국인 노동자.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스리랑카는 그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와도 같았다. 일대일로는 곧 채무의 함정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에서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전임 대통령인 마힌다 라자팍세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재원으로 남서부의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인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2016년 항구 지분 80%를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자오상쥐의 항만책임자 레이 랜은 최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함반토타에는 중국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스리랑카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계획이 있다. 단기적인 수익을 노렸으면 굳이 이 곳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세계적으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른바 HIPG라고 불리는, 중국항만공사와 스리랑카의 항구부문 기관의 민관 협력기구는 일대의 주요 행위자로 기능한다.

랜에 따르면 인도, 미국 그리고 일본 등의 비판은 중국와 스리랑카의 협력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이클 팬스 미국 부통령 역시 최근 스리랑카의 사례를 거론하며 “중국은 ‘빚’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난한 나라에 융자를 주고, 빚을 무기화해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요지다.

물론 서구 열강의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스리랑카가 채무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반토타 항구를 둘러싼 논란은 늘 정쟁의 불씨가 되어왔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대통령을 재임한 라자팍세는 늘 그의 지역구에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반대파들은 2015년 대선에서 ‘1조5000억’원의 항구가 과연 얼마나 쓸모게 있겠느냐, 한마디로 ‘가성비’가 얼마나 좋겠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미국과 인도와 더 이상은 멀어질 수 없다는 비판도 꽤나 뼈아팠다.

결국 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된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국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낮췄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스리랑카의 수출액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외채무를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외화보유고도 7월 기준으로 약 9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2023년까지 갚아야 할 빚은 약 20조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스리랑카중앙은행에 따르면 약 60조원의 빚 중 중국의 채무는 약 10%에 해당한다.

함반토타에 건설된 중국계 럭셔리리조트 샹그릴라. (사진=샹그릴라)

미국은 특히 스리랑카의 정세에 민감하다. 동남아와 서아시아, 혹은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시하고 있는 인도의 인접국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인도양 인근국가나 아프리카 등을 향할 때 늘 스리랑카의 해상로나 항공로를 이용하고는 한다. (우리나라에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간다면 경유지는 십중팔구 싱가포르 아니면 스리랑카일 것이다)

이는 일본과 인도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은 이전까지 스리랑카의 해외투자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왔었다. 하지만 200년대 중반 들어 중국의 물량 공세를 이겨낼 수는 없었나보다. 콜롬보에 근거를 둔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함반토타 건설을 두고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시해왔다”며 “지금도 항구를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HIPG의 성과는 결실을 앞두고 있다. HIPG가 결성되기 전 항구는 선박들을 끌어오는 데 늘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의 가장자리에 위치해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의아하다. 약 3만6000척의 선박이 스리랑카 해안에서 남쪽으로 불과 6해리 떨어진 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수가 있기 전인 2017년에는 불과 175선의 화물선만 함반토타에 닻을 내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작년 말까지 300척의 선박이 추가되었다.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으로 운송되는 완성차의 물동량이 60% 가까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진핑과 라자팍세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AYOBOWAN은 스리랑카의 신할리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한다. (사진=CNN)

일본의 해운재벌인 니폰유센은 이번달 중순 HIPG와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자동차의 운반과 이송에 있어서 항만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초 노르웨이의 자동차 운송업체 회그 오토라이너나, 우리 기업인 현대오토에버 역시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채결했다. 

4월에는 중국의 에너지기업인 중국석유화학(Sinopec)이 약 2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함반토타에서 선박 급유입찰권을 따냈다. 중국석유화학의 관계자는 당시 “시노펙의 스리랑카 시장진출이 남아시아의 허브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이 항구를 글로벌 해운의 중심지로 올려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렌 역시 니케이아시아리뷰와의 인터뷰에서 “HIPG 덕에 드릴과 휘발유가공선이 스리랑카에 처음 도입될 수 있었다”라며 “스리랑카는 현재 함반토타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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