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위치한 센타라 세이센즈 리조트 앤 스파. (사진=센타라 세이센즈)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양 도서국가들은 휴양 관광지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몰디브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다. 반면 스리랑카는 국내에서 직항 항공편이 있지만, 주로 몰디브를 가기 위한 경유지라거나, 인도와 비슷한 분위기의 불교국가 쯤으로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리랑카도 이제 변화하고 있다.

반면, 스리랑카 관광 산업의 위기는 늘 정치 위기에서 시작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위기와 내전 때문에 관광산업이 부각되지 못했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70년대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타밀족과의 종족 갈등이 내전으로 격화되었고,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내전은 2009년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의 헌정 위기는 이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지난 10월 시리세나 대통령이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하고 돌연 마힌다 라자팍세 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각을 해산하고 11월 6일까지 의회 활동을 중단시켰다. 라자팍세 전 대통령은 반군의 강경 진압을 통해 내전을 종식시킨 장본인이지만, 타밀 주민에 대한 가혹한 처사 등으로 동시에 ‘독재자’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스리랑카는 전통적으로 서방 국가들과 인도의 우방국가였다. 내전 당시에도 인도가 민족적 동질성을 공유하는 타밀 반군을 드러내놓고 지원할 수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라자팍세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달리 친중국에 가까웠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무척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이와 같다.

이에 니케이를 비롯한 몇몇 외신들은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반(反)중국 정책이 2018년의 헌정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 지적한다. 기껏 중국노선에 공을 들여온 라자팍세가 시리세나 대통령을 움직여 위크레메싱게의 축출을 요청했다는 의심이 그것이다. 물론, 의회의 대법원의 반발로 인해 위크레메싱게의 총리는 복직할 수 있었지만.
 

라자팍세 스리랑카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관광 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도 작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핑 관광은 연일 화제다. 이에 정부에서는 과거 타밀 반군의 본거지가 머지 않은 동부의 아루감 베이(Arugam bay)등을 개방하기도 했다. 한때 폐지됐었던 여성의 주류 구매 제한 등의 조치도 진작에 폐기되었다.

물론 중국과 인도 관광객들은 서양에서 온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해양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들은 사파리, 정글 등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특히 인도 관광객에게는 그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지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이른바 ‘먹방’ 관광이 인기다.

이른바 ‘전쟁터 관광’도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전 이미지를 관광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그 내용은 물론 내전이 가장 격렬했던 북부 지방을 견학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1930~40년대에나 유행했던 ‘오스틴 캠브리지 차’를 타고 총알로 고슴도치가 된 주택, 폐허가 된 군 기지 등을 돌아보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나름 평가가 괜찮다.

이런 소소한 성공에 스리랑카인들은 잔뜩 고무되어 있다. 심지어는 여태껏 해 왔던 데로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을 ‘벗겨먹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반성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10년 전에도 사실 기회는 있었다고 한다. 내전이 종식된 이후 인근 국가를 중심으로 스리랑카 관광 붐이 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로는 지자체부터 아래로는 숙박업소까지 모두들 쉽게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당시의 관광 산업은 더 이상의 모멘텀을 얻지 못했다. 관광국의 한 고위 공무원은 현지 국영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은 해외 관광객들이 어쩌다보니 스리랑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오게 된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간 잠재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자프나 시의 전경. 자프나의 타밀 주민에 대한 가혹한 처사로 악명 높은 라자팍세 전 총리의 선전 홍보물이 길가에 걸려있는 모습이 의미심장하다. (사진=트래블 어드바이저)

이 모두는 어떻게 잡은 기회를 잘 활용해보려는 스리랑카 각 경제주체의 노력이라고 보아도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에 카순이라는 한 스리랑카인은 니케이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스리랑카의 주요 관광지 호텔들이 사실은 정치적 커넥션 하에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콜롬보 등 주요 관광지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호텔들의 사주는 주로 정치인이거나, 최소 정계에 깊숙한 연줄이 있는 사람”이라며, “총리와 전 대통령의 갈등이 남 일같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가 얼마만큼 관광산업에 개입되어 있는지 짐작이 간다는 투였다.

그는 남쪽 해안의 우나와투나(Unawatuna)에서 여동생과 함께 조그만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일대의 모든 유관산업 종사자들은 정치 갈등이 국내 갈등이든, 국제 갈등이든 이제야 걸음마를 뗀 스리랑카의 관광산업에 더 이상 개입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 국내에서도 관심 증가해

스리랑카 관광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언제나 인기가 있었던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경쟁국과 비교해보면 스리랑카의 경제력과 개발수준이 이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자면 다소 놀라운 사실이다. 지금이야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서 스리랑카 관광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대형 서점에도 스리랑카 관광에 대해 소개하는 책자는 거의 없었다. 과거 스리랑카에서 거주했던 이동석(30)씨는 “스리랑카에 대한 정보는 선교사나 코이카 등 봉사활동자, 혹은 인도에 거주중인 교민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 역시 스리랑카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남인도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교민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편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의 대도시인 첸나이나 벵갈루루에 사는 수천 명의 교민들에게는 스리랑카가 훌륭한 휴가지다. 우스갯소리로 소고기로 만든 빅맥을 먹으러 스리랑카에 간다는 소리도 심심찮다. 한국인 사모들은 종종 삼겹살 회식을 위한 돼지고기를 잔뜩 사와서 비축해놓기도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좋게 말해 ‘나만 알고싶은 관광지’, 나쁘게 말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관광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그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혜초여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 스리랑카의 여행상품을 기획할 때는 남인도 관광과 섞어서 패키지로 묶곤 했다”며, “그러나 요새는 스리랑카 개별 여행상품을 묻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아마 워라밸 같은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내놓는다. 워낙 해외여행이 일상화되었고, 일본이나 동남아가 익숙한 이에게는 스라랑카 관광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인도 여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비슷한듯 다른 분위기를 가진 대안으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내전 이슈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답한 이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국내에서는 스리랑카에서 내전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이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도 이제는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는 국내에서도 스리랑카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설명엔 모두가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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