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 하늘길 뚫는 모리셔스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직항’ 하늘길 뚫는 모리셔스 주목해야 하는 이유
  • 박종호 기자
  • 승인 2019.03.0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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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모리셔스-인천 잇는 하늘길 열러
-모리셔스는 몇 안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아프리카 內 '최고 선진국'이라 불리기도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의 모습. (사진=모리셔스 관광청)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한국과 모리셔스를 오가는 직항 노선의 신설여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에서 모리셔스 대표단과 항공회담을 열고 양국 간 직항 운항가능횟수 주 4회에 합의하고, 제 3국 항공사간 코드쉐어 조항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모리셔스 국적항공사인 에어모리셔스가 양국 간 직항노선을 주1회 운항한다.

한국과 모리셔스는 1971년 수교 이후 50년이 지나도록 양국 간 직항로가 없었다. 이에 여행객들은 모리셔스를 가려면 다른 도시를 한 번 이상 경유해야 했다. 반면 양 국을 오가는 직항노선의 비행시간은 약 12시간으로 예상된다. 평균 20시간 이상 걸리는 경유 노선(1회 경유)보다 시간이 크게 단축될 예정이다.

실제로 모리셔스는 관광지로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요즘에야 한국에서도 신혼여행지로 알음알음 찾아가고는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이어온 휴양지이기도 했다. 이곳의 관광객은 보통 연평균 약 120만 명 정도인데, 그 중에 프랑스 관광객이 50만 명 정도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독일(25만) 영국(15만) 러시아(10만) 순이다.

모리셔스와의 거리를 고려하자니 아무래도 유럽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특히 프랑스 관광객이 유럽인 관광객의 절반 정도로 다수를 차지한다. 프랑스어가 영어보다 훨씬 많이 쓰이는 국가인 탓일 것이다. 인근에 프랑스령 레위니옹이 위치한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인구 구성도 좀 독특하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섬나라지만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인도계 주민이 약 90만 명, 전체 비율의 약 68%를 차지한다. 원주민에 해당하는 아프리카계의 크레올족은 27%에 불과하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중국계 역시 3만 명 이상 된다. 

공용어로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불어가 가장 흔하다. 이에 따라 모리셔스에 가면 인도인들이 불어로만 말하는 진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아프리카계 크레올족 역시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쓰이는 프랑스계 방언을 사용한다.

인도계 주민이 다수이다 보니 아프리카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과반수 가까이가 힌두교를 믿는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도 약 15%에 해당하지만 중국인 이민자를 중심으로 불교도 사회 내에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현실정치의 대가’ 헨리 키신저는 모리셔스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전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는 그의 회고록에서 미국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모리셔스의 외교관과의 대담을 다룬 바 있다.

사건의 발단은 닉슨이 모리셔스를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리타니와 혼동한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모리타니는 미국과는 사이가 안 좋았고 1967년에는 단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닉슨은 회담장에서 모리셔스의 사절에게 결국 국교정상화를 논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반면 모리셔스의 사절은 재치가 있었다. 모리셔스의 외교관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닉슨에게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우주 추적 기지에 만족하시나요?”라고 응대했던 것이다. 이에 닉슨은 당황했다. 키신저는 이에 닉슨이 자신을 부르더니 “왜 우리와 외교 관계도 없는 나라에 우리의 우주 추적 기지가 있는 건가?”라고 물어보았다는 후문이다.

모리셔스의 위치. (사진=구글)

아마도 키신저는 모리셔스를 기억할 때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먼저 기억해 내겠지만, 정치학자들은 또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안전하게 작동하고 있는 모리셔스의 민주주의와 선진 정치문화다.

지난해 3월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미나 구립파킴이 전격 사임하는 사건이 있었다. 구립파킴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엔지오 지구연구소(PEI)에서 전달받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이탈리아와 두바이 등에서 2만6000달러(약 2900만 원) 상당의 보석과 의류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다.

구립파킴 대통령은 논란에 대해 “똑같은 모양의 개인 카드를 가지고 있어, 혼동해 사용했을 뿐이며 사용 금액은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으나 카드를 건네준 지구연구소가 모리셔스의 사업가 알바로 소브린호에 의해 설립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소브린호는 당시 사기 혐의로 스위스와 포르투갈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모리셔스에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투자은행 설립 허가를 받았던 것.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정부 측 관계자와 소브린호 간에 유착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언론과 야당의 공세를 이기지 못한 구립파킴은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히고 말았다. 당시 유력 외신들은 해당 사건을 두고 “국민의 승리이자, 부패가 용납되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일리가 있는 평가다. 신용카드 부정사용은 몇몇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의 부패 혐의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2900만 원의 금액 자체도 경우에 따라 큰 금액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모리셔스 국민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몇몇 정치, 경제학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 순위에 집중한다. 2017년 순위를 기준으로 모리셔스는 전체 16위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국가로 등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오래된 미국(21위)과 프랑스(29위)보다도 뛰어난 성과였다.

참고로 이 해 우리나라는 전체 20위로 뛰어올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의 말석에 자리할 수 있었다. 당시 불거졌던 대통령 탄핵과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과거 몇 년간 한국은 이 순위에서 늘 20위권 밖에 머무르며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그룹의 상위권에 만족해야만 했었다. 

◆ 경제도 나름 괜찮아

2018년 기준 모리셔스의 명목 1인당 GDP는 약 1만1015달러로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아프리카 지역 한정으로는 적도 기니, 세이셸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물론 적도 기니와 세이셸의 경제수준이 조금 더 높지만, 이들 두 국가가 기형적인 빈부격차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모리셔스를 이들과 같은 자리에 둔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에 유럽의 몇몇 언론들은 모리셔스를 두고 ‘아프리카 극소수 선진국’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를 두고 국내의 한 전문가는 “유럽의 아이슬란드처럼 영토에 비해 넓은 EEZ로 인해 어업이나, 천혜의 자연환경 등으로 관광 산업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파이가 많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자유도 지수도 세계 상위권으로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공장이나 기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에 석유 같은 자원은 없지만 아프리카에선 생활수준이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역시 “모리셔스의 정치적 안정성, 국제 금융시설 인프라, 다국어 구사 노동력 그리고 투자 규제 완화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트루이스의 시내 상점. (사진=허니문리조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경우에는 ‘모리셔스 미러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지리적 이점과 선진화된 정치, 국민의식 등이 두루두루 영향을 끼쳤다. 지리적 이점의 경우 인도양 한복판에 있어서 해양 물류 허브로 기능하기 유리한 데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 불안에 휘말릴 위험도 적다는 점에서 기인했다.

이렇게 조그만 섬(제주도보다 약간 큰 정도)에 35km에 달하는 철도도 있고, KFC도 20개나 있다. 다만 대단히 비싼 물가는 관광객들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체감 물가는 서울과 큰 차이는 없다는 관광객들의 후기도 심심찮다. 말하자면 아프리카 나라라 물가가 쌀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인 셈이다. 

오히려 자생적인 산업의 기반이 약하고, 공산품이 상대적으로 귀한 섬나라의 특징과 통하는 면이 많다. 맥도널드 빅맥 세트의 경우 150루피로 5000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로컬 식당에서의 식대는 대략 200루피로 6600~7000원선이다. 

물론,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비싸니 주민들의 삶의 수준이 낮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리셔스의 복지 정책 역시 주변 국가의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비가 무상이며 학생들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대 모리셔스 투자는 주로 부동산, 제조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으로 이뤄졌다. 2014년까지는 49만 달러 등을 투자하며 나름의 관계를 이어갔지만, 이후로 현재까지 양 국의 경제교역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로 국내에 소개되는 것도 환영이지만 그간 모리셔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기업인들이 이를 현지 진출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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