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사건은 IT로, 자연과 생명은 BT로 움직인다.
-직업관련 질문에 응답자 1,040명 중 91%가 이공계라고 응답했다.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홍후조 논설위원] AI를 장착한 로봇이 사람의 일부 직업과 더 많은 직무를 빼앗아간다고 야단이다. 다른 한편 갤럭시나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보면 이들이 인간에게 주는 편리성에 대해서는 환호작약한다.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여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기계에 모래를 부어 고장을 낸 러다이트운동이 있었다. 어떤 철도 침목공은 자신이 기계보다 망치질을 더 잘 한다고 대결을 벌이다 죽음을 면치 못했다. 퀴즈, 장기, 서양장기, 바둑 등 한정된 조건 속에 경우의 수가 드러나는 것, 일정한 알고리즘이 있는 것에 대해 사람은 AI보다 못하다.

더 이상 이들을 이기려드는 것은 피차 시간낭비이다. 이 시간에도 AI는 전기를 흘려주고 일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빅 데이터가 되는 시장 정보든 전문 학술 정보를 먹여주면 이를 꾸준히 잘 처리하여, 예측과 맞춤형 정보를 선물해준다. AI는 야근에 공휴일에 추가근무에 시달리면서도 힘들다고 투정도 안하고, 묵묵히 성실히 제 일을 다 한다.

이제 AI를 장착한 로봇과 더불어 일하고 이들을 관리하고 수리하며, 개선하고 폐기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사물과 사건은 IT, 자연과 생명은 BT로 움직인다. 그 교집합, 공통분모인 T는 컴퓨터 기술(Computer Technology)이다.

이 기술을 때로는 과학, 기술, SW라고도 하고 인문학 쪽에서는 언어, 문법, 문해력 등으로 부른다. 어쨌든 이전 교육에서는 읽고 쓰고 셈하기로 국어, 외국어, 수학을 지력 개발에서 중시했지만, 이제는 수학, 과학, 기술공학의 탐구력, 문제해결력, 제작능력, 창의력 등을 더 강조한다. 문제는 일반적인 사람이 AI를 장착한 로봇과 더불어 일하는 능력이 있느냐이다.

그런 첨단의 일은 실리콘 밸리, 구글이나 아마존, 세계 최고 대학의 몇몇 천재성을 발휘하는 인재들에게나 요구되고 기대되는 능력이 아닐까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직업을 낳았다. 이번 지능정보화 문명도 새로운 직업과 직무를 낳을 것이다. 이 문명전환기에 어느 기업이나 기관이든 아날로그적 일을 디지털화하는데, 디지털 자료를 아날로그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백방으로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걸맞은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호소도 들린다. 외국에서 산업연수생을 수입하다가 이제는 초고급 두뇌인재도 수입하게 생겼다.

학교도 미처 이런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했고 사람들도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 가령 SW나 백 앤드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남의 일, 먼 나라의 일로 여기는 것이다.

현재 고교생들이나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졸업 후에는 점차 사라질 직업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특히 실업자가 되기 쉬운 문과생들은 더 많이 공무원시험에 기댄다. 현 정부도 공무원 수를 더 늘린다고 한다.

국민들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평생 먹여살려준다. 기업에서라면 벌써 없어질 일들을 법과 규정으로 그 일을 챙기는 면도 있다. 한 나라의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공무원, 공사, 공단 등에 많이 기대는 것에 대해 외국의 미래학자들도 우려한 바 있어, 무척 암울한 전망이다.

얼마 전 필자는 재직하는 대학의 학생들과 교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어느 쪽에 직업과 삶의 기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040명 중 이공계 응답자들의 91%가 이공계라고 응답하였고, 인문사회계와 예체능계의 80%도 이공계라고 답하였다.

결국 전체적으로 85% 정도가 이공계라고 응답한 셈이다. 이는 전체 고교생과 대학생의 85%는 이공계 쪽 공부를 해야 한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남학생들의 30~40%, 여학생들의 60~70%는 여전히 비이공계 쪽에서 공부한다. 20세기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21세기는 달라졌다. 이제 문이과 구분도 없다. 근육 쓸 일도 적어서 남녀 구분도 거의 없다.

중고생 및 대학생들이 ITBT세계에 펼쳐질 새로운 직업세계로 나아가도록 학교교육에서는 더 독려해야 할 것이다. 실업자 될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20세기 공부에 기대도록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교육적 배임背任행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BTIT 쪽에 관심을 갖도록 학교에서 더 많은 강좌를 열어주자. 혼자 책을 읽어서 아는 공부는 더 줄이자. 산업사회 수학도 줄이고, 선형대수, 이산수학, 확률과 통계를 더 많이 가르치자. ITBT 공부는 문제를 풀 줄 알아야 하는 공부, 아는 것을 넘어 할 줄 알아야 하는 공부다. 문명변화에 맞게 공부한 사람을 기업이나 사회는 값을 더 높게 쳐줄 것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