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외국어문교육과 국제정세교육이다.
-‘여행자의 언어’수준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면 된다.

사진=Ⓒpixbay 이미지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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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논설위원] 거시적 차원의 교육은 문명의 변화를 읽고, 이에 적응하며, 나아가 이를 주도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현대문명은 두 가지로 변한다. 물리세계의 세계화와 가상세계의 지능정보화이다.

지리상의 세계화는 이집트․지중해․인도․아랍․중국․유럽 등 유라시아중심에서 시작하여, 지리상의 발견이후 구미의 대서양시대로, 2차 대전이후엔 태평양시대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화는 국가간 분쟁, 쇄국 등으로 가끔 축소되기도 하지만 인류와 지구촌을 향한 거대한 흐름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화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 가지인데 외국어문교육과 국제정세교육이다.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더 큰 그림 속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도록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서는 먼저 외국어문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수학 다음으로 많은 시간․노력․비용을 쏟는 곳이 외국어공부이다. 수학은 영재고나 과학고를 가는데, 영어 등은 외고를 가는데 가장 중요하게 쓰인다.

세계화시대에 외국어구사능력은 모든 세계시민들의 기본 자질이다. 외국어는 제1언어 혹은 제2언어로 사용하는 인구수, 국제적인 사용자수, 그 나라 경제력, 사회적 문화적 권위 등으로 그 값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 9개를 공식적으로 가르치도록 되어 있으나, 영어는 필수로 배우고, 주로 중국어나 일본어 중에서 선택해서 배운다. 학교에서 유럽, 남미,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 등의 언어는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우리가 제국을 경영해보지 않은 탓도 있다. 힌디어, 포르투갈어, 벵골어, 말레이인니어, 우르두어, 암하라어 등도 사용자가 1억이 넘는다. 이렇게 언어 사용자(언중)가 1억 명이 넘는다면 학교에서는 이를 공부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학교가 15개 이상의 외국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다행히 지능정보화의 도움을 받는, 즉석동시 통번역시대에는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시리, 파파고, 트랜스레이터 등등의 SW가 핸드폰 안에 들어와 있다.

데이터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편리해졌다. 이로써 외국 여행하는데 언어불편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나의 통번역 비서가 나를 따라다니는데 내가 굳이 시간․노력․비용을 들여 외국어를 공부해야할까 하고 의심이 든다. 최근 들어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제2외국어 공부에는 심드렁해졌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다양하고 얕게’ 가르치자는 것이다. 즉 초등 고학년부터 한 학기에 하나의 제2외국어를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특히 수치심과 열등감이 거의 없는 초등시절부터 놀이와 생활로서 외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청 소속의 순회교사를 통해 학기마다 돌아가며 외국어문을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해당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한 원어민들에게 한국어(KSL)와 교직과목을 이수시켜 한국인 교사와 짝을 지어서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다. 이때는 ‘여행자의 언어’수준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면 된다. 알파벳, 발음, 기본단어, 기본문법, 기본문형, 자주 쓰는 일상어 수준으로 가르치고 SW기기 활용법을 익히면 된다.

외국어교육보다 더 강조할 바는 문화교육이다. 그래서 필자는 외국어‘문’교육이라고 한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세계관, 생활습관, 에티켓, 문화와 식생, 우리와 다른 점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언어와 함께 문화를 곁들여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다양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접해봄으로써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장차 자신의 진로를 계획할 때도 관심과 지경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외국어를 습득하는 난이도, 소질은 매우 차이가 크다. 또한 필요와 관심을 갖고 더 깊이 공부하려는 외국어도 다를 것이다. 각 외국어학회나 단체에서 대사관과 더불어 사이버강좌, 경시대회를 열거나 00어 능력시험을 만들어 개별적인 관심과 능력수준을 더 고양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화시대 세계를 무대로 공부하고 일할 세대들에게 주요한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노출되도록 하여 이들을 세계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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