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는 정보information로, 정보는 지식knowledge으로, 지식은 지혜wisdom로 가공된다
-이제는 기초문제와 응용문제를 바꾸어 가르쳐야 한다

사진=국내최대규모 별마당도서관
사진은 국내최대규모 별마당도서관 5만여 권 규모로 꾸며진 별마당 도서관의 상징은 13m에 달하는 초대형 서가의 모습. 한번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방문하여 마음껏 구경해보는것도 유익하다.

[홍후조 논설위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할 때 영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H. Spencer(1860)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 지식인가?’를 물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대중 민주사회로 전환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공장에서 제조업에 종사하게 될 텐데 이때 필요한 지식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유목사회, 농업사회에서 필요했던 지식은 산업사회에서 그 필요성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명과 건강의 유지에 필요한 지식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 차례로 직업과 경제생활 영위, 가정생활과 자녀양육, 정치와 사회생활, 여가와 예술에 필요한 지식을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런 지식의 중요성에 대한 우선순위는 이전의 귀족에게 필요한 지식의 우선순위와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었다.

이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나아가 지능정보화사회로 나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지식은 무엇일까? 흔히 지능정보화 사회는 모든 사물과 자연, 인간과 사회, 사건이 모두 연결되는 사회이다.

모든 것들이 각자 자기의 센서를 달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물활론Neo-animism의 사회이다(홍후조, 2016). 모든 것들은 디지털화되고, 디지털화한 자료들은 빅 데이터로 클라우드에 쌓이고, 이들은 일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처리되어 data는 정보information, 정보는 지식knowledge으로, 지식은 지혜wisdom로 가공된다.

디지털 자료를 아나로그 세계로 환원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이로써 시장정보나 전문학술정보를 맞춤정보나 예측정보로 생산해내는 것이다. 향후 학생들의 공부는 이 언저리를 맴돌게 될 것이다. 이런 공부를 더 하려면 기존에 하던 공부를 줄여야 한다. 마치 농업사회의 지식을 줄이고 산업사회의 지식을 늘렸듯이 해야 한다.

무엇을 줄여서 무엇을 늘일 것인가? 예를 들면 중고교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서도 실패자, 포기자를 양산하는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초등학교 6학년 수학 책을 보면 인구밀도=인구수/를 공식으로 가르치고 이를 응용해서 여러 도시와 나라에서 인구밀도를 구해보라는 문제가 나온다.

수학을 오용하는 잘못된 가르침이다. 수학은 자연과 사회 현상을 객관적가치중립적으로 간명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밀도 문제도 사실상 단위 면적당 개체수가 빽빽한 것과 띄엄띄엄 성근 것을 수리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나눗셈을 배운 학생들로 하여금 궁리해서 공식을 만들어보도록 가르쳐야할 것이다. 그 단위 면적은 , , , , , 든 모두 좋다. 그 안에 있는 것이 사람이든, 나무든, 동물이든, 미생물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왜 공식을 먼저 가르치는지 알 수가 없다. 문제를 풀려고 궁리를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그 결과물로서 공식이 도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공식을 외워서 문제풀이에 적용하는 것을 주로 가르치는 것은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수학을 이렇게 생활 속의 문제해결자로 쓰지 않는, 수학적 사고를 기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오랜 습관이 되었다.

이제는 기초문제와 응용문제를 바꾸어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시간 들여 애써 수학을 궁리하도록 해야 한다. 수능처럼 100분 만에 30문항을 풀라는 식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기본적인 계산은 암산과 필산을 해야 하겠지만, 이를 넘어선 복잡한 계산은 필산하기보다 계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 지능정보화시대에 맞다.

다른 하나는 즉석동시 통번역기의 도움을 받는 지능정보화사회의 외국어 공부이다. 외국어도 수학 못지않게 학생들의 시간, 노력, 비용을 엄청 소모하는 분야이다. 세계화시대에 영어 같은 글로벌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2외국어로 불리는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를 방문하고 여행하는 일도 잦아졌다. 세계적으로 언중이 1억이 넘는 외국어는 20여개 정도 된다. 해당 외국어의 기본 알파벳, 발음, 기본 단어, 기본 문형과 문법 등을 매일 한 시간씩 한 학기 정도 배우면, 고교에서 5-6가지 외국어를 여행자의 언어로 배울 수 있다.

여행자의 외국어는 통번역기를 휴대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추가로 알면 된다. 물론 해당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 나중에 유학하거나 사업 거래를 할 사람들은 더 깊이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요컨대 지능정보화시대에는 산업사회에 필요했던 공부를 줄여야 한다. 공부하는 방법도 ICT 기기의 도움을 더 받아야 한다. 시간, 비용을 많이 들여서 하는 미련한 공부는 대폭 줄이고 공부법도 달리해야 할 것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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