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간 미묘한 지분경쟁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왼쪽)이 2017년 3월 충남 당진공장에서 ‘브라질 CSP 슬라브 입고식’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왼쪽)이 2017년 3월 충남 당진공장에서 ‘브라질 CSP 슬라브 입고식’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오너 3세 간 미묘한 지분경쟁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는 비교적 늦게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장 이사는 2016년 말 동국제강 비전팀 이사로 발탁되면서 철강업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항간에는 최근 장 이사를 둘러싸고 ‘승계’와 둘러싼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만간 진급을 통해 기업 안팎에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비슷한 연배의 오너 3, 4세들이 이미 부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장 이사도 마냥 승진을 늦출 수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4월 출소한 장세주 회장이 현재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앞서 장 회장은 2015년 3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기간 동안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져 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적통인 장 이사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장 회장 역시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장 회장은 지난해 장 이사에게 동국제강 주식 10만 주를 증여했다. 이를 두고 기업 안팎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실권자인 동생 장세욱 부회장의 장남 훈익 씨가 잇따라 지분 매수에 나선 가운데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오너 3세 간 지분경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장 이사가 재계에 이름을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왼쪽)과 장세욱 부회장(오른쪽) (사진=동국제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이사를 둘러싼 승계와 관련된 소문은 끊이질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동국제강의 승계가 머지않은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장 회장이나 장 부회장 모두 올해 60대 초중반으로 재벌기업 오너 기준으로는 젊은 축에 낀다. 즉 아직 한창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장 회장이 동국제강의 경영 전반을 적극적으로 이끌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이다. 이 경우 적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장 이사는 신년인사회 등 굵직한 공식석상에 아버지인 장 회장을 대신해 참석하는 일이 적지 않다. 

물론 장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분간은 요원한 가능성일 높다. 일단 동생인 장 부회장이 장 회장이 없는 공백 기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구조로 되돌려놨기 때문이다.  

반면 장 회장은 2012년 브라질 제철소 투자사업 때 한차례 오점을 남겼다. 당시 장 회장은 흔히 CSP제철소라고 불리는 공장을 설립해 철강을 현지 조달한다는 계획을 실행코자 했지만 악재가 연달아 겹치면서 일정이 꼬였다. 브라질 특유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관료주의, 인프라 부족 등에 휘말려 공사가 끝도 없이 지연된 것. 이 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된 동국제강은 인력 감원을 단행해야 했다.   

브라질 CSP제철소. (사진=동국제강)

◇ ‘4세 돌풍’ 예고한 장선익 이사

이후 브라질 CSP제철소는 다행히 정상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고질적인 자본잠식과 환율 변동성은 현재까지도 한 해 경영실적을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고는 형이 치고 뒷수습은 동생이 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뒷수습도 온전히 안 끝났는데 돌아온 형이 곧바로 전면에 복귀할 수 있겠나”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아버지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고, 남겨진 역할은 아들이 대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극단적으로 장남에게 승계하는 모양새를 꾸며놓고, 장 회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어느 쪽이 되었든 머지않은 시점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장 이사의 영향력이 현재까지는 미미하다는 점도 괘를 같이 한다. 실제로 동국제강 소유 지분율은 0.5%에 불과할뿐더러 그룹 내에서의 실질적인 존재감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반대로 향후 ‘오너 일가’ 사이에서 그룹 내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회장은 원래 모습을 외부에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장 이사에 대한 부분은 말씀드릴 내용이 많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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