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부사장, 책임론 ‘모락모락’

2017년 11월 간판을 바꾼 DB그룹.
2017년 11월 간판을 바꾼 DB그룹.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기업 총수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가업 승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탓에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전문 경영인보다는 자녀들을 믿는다. 실제로 패션기업을 대표하는 형지, 에스제이, 에스제이듀코,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휠라코리아 등을 훑어봐도 2·3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는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그 면면을 분석 보도키로 했다. <편집자 주> 

◇DB그룹 2세, 그룹 승계에 필요한 지분 확보

DB그룹(옛 동부그룹) 2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그는 1991년(17살)부터 계열사 지분을 승계하기 시작한 덕에 그룹 승계에 필요한 지분 확보를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김 부사장은 그룹 지주회사 격인 DBInc의 지분 18.21%,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는 DB손해보험의 지분 9.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이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훨씬 이전부터 그룹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셈이다. 

김 부사장은 사실상 현재 DB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핵심기업인 DB손해보험의 최근 실적이 부진한 점은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3조270억원, 영업이익 5123억원, 당기순이익 3729억원을 거두었는데, 전년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3%, 당기순이익은 27.6% 감소하며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원수보험료 가운데 장기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64% 가량이었다. DB손해보험 장기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한 85.6%였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손해율 상승은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DB손보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김 부사장은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그룹 전체의 중장기 발전전략 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 경영을 총괄하거나 영업을 담당하는 직위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부사장과 매출 부진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부사장(오른쪽). (사진=DB그룹)

◇ 김남호 부사장, 자질론 vs 책임론 ‘갈팡질팡’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부사장이 공식 해명대로 경영 일선에서 연구업무에 전념하고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라는 게 재계 일각의 중론이다. DB그룹의 창업주인 김 전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의 임원,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DB그룹은 현재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측은 일찍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사 전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다. 재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김 전 회장의 최근 집행유예 판결이 더 부각되면서 오너리스크가 지속되는 듯 하다”며 “김 부사장이 DB금융연구소에서 한가로이 중장기전략을 수립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재벌집 아들이라고 무조건 앞장서서 총대를 메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는 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에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2015년 DB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부장)을 맡은 지 2년 만인 2017년 상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승장구 했다. 게다가 DB손보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김 부사장이 지난해 수령한 배당금은 88억1928억원으로, 업계 전체로는 3위에 해당했다.

이에 대해 재계 전문가는 “김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자니 오너리스크 및 ‘자질론’이 고개를 들 것이고, 이선에 머물러있자니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DB그룹 관계자는 “현재 김 부사장은 그룹사 전체의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정도 내에서의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부사장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1월 보유 전환사채(CB)를 차바이오텍 주식 8만2385주로 전환하고 2월 초부터 한 달 간 8회에 걸쳐 처분, 이익 19억원을 남겨 의심을 샀다. 공교롭게도 한국거래소는 3월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종합 의료회사 차바이오텍은 김남호 부사장의 장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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