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블록체인 혁신 속도 내야” 발언…업계는 즉각 반응
-중국 블록체인 실적 ‘압도적 선두’자랑하던 미국등 경쟁국들 크게 앞서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블록체인 발전과 동향에 대한 집단 학습을 주재하는 자리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근 한달 새 중국 각 도시들은 블록체인에 대한 지원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산업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미국 포브스(Forbes)지도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미국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블록체인 절대적 선두 자리매김한 中, 성장 이어간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공산당 관계자들에게 “중국도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중국 블록체인 산업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시 주석의 발언이 있은 후 바로 다음 날 암호 화폐 가격은 40%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 위챗(WeChat)에서는 ‘블록채인’의 검색 횟수가 60배 증가했다.

중국 각 도시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지속됐다. 지난 25일 중국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도는 지난 한달 사이 광저우, 쿤밍, 청두, 충칭 등의 도시가 블록체인에 대한 지원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리타오 광저우 블록체인아카데미 부원장은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에서부터 각 주무 부처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실물 경제와 결합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도시들은 모두 블록체인의 선진 기술을 도입해 지역 시장을 혁신하고 도시에 변화의 기회를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각 도시는 도시 특색에 따라 블록체인 산업의 중점을 달리 두고 있는 모양새다. 베이징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발전 자체에 초점을 뒀다. 중국인터넷금융협회 블록체인연구프로젝트팀, 중국 블록체인(샌드박스)연구센터, 베이징 다통구 블록체인기술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 중국 베이징에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편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와 선전은 블록체인을 금융 산업에 활용하는데 초점을 둔다. 상하이에는 은행 간 시장 블록체인 기술 연구팀이 자리하고 있고, 선전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설립한 '웨강아오 다완구 무역금융 블록체인 플랫폼’이 10억달러의 투자금을 가지고 시범 가동 중이다. 무역 중심지 광저우와 항저우에서는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방향성이 무역과의 결합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위와 같은 집중적 산업 양성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한 상태다. 지난 21일 발표된 일본 리서치 업체 아스타뮤제(Astamuse)의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독일의 5개국을 대상으로 한 2009~2018년 블록체인 관련 특허출원 조사에서 중국은 7600여건으로, 전체 1만2000여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특허 출원 수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였다.

◆ 이미 美 앞지른 中, 디지털 화폐 패권 노린다

이러한 배경 속에 미국에서는 중국의 블록체인 관련한 움직임에 유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 포브스지는 중국의 비트코인 개발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며 과거 중국이 5G나 인공지능을 국가적 중심 사업으로 특정한 뒤 압도적인 속도로 산업 발전을 이끌어냈던 것에 주목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착화되며 두 국가 간 힘싸움은 과거 무역 등에서 기술 발전 영역으로 옮겨갔다. 양국이 무역전쟁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힘겨루기 속에 기술 패권은 핵심적인 카드가 됐다.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흘러나오는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블록체인 기술 패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역전쟁을 타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열위를 가지는 분야는 크게 기술과 통화, 두가지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은 지금껏 막강한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내세워 글로벌 패권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기술과 통화 두가지 영역에서 모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블록체인 기술이 중국에게 매우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중국 인민은행이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와 자주 견줘지곤 하던 중국의 위안화 CBDC는 여타의 디지털 화폐와는 달리 자국 중앙은행이 발행한다. 이미 중국 내에서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핀테크 산업 환경은 중국 내 CBDC의 보급과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달러화의 아성을 쉽사리 넘지 못했던 위안화는 디지털화 경쟁에서만큼은 미국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안정성과 경쟁력이 높아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 임동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빠르게 CBDC(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미국보다 떨어지는 금융 경쟁력 부분에서 퀀텀점프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외국과의 교역 네트워크에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할 경우, 위안화의 국제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블록체인 분야에서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의 ‘블록체인 굴기’를 통해 기술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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