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요금 인상에 학생 주도 시위… 정부 인상안 유지에 격화
- 약탈, 방화 등 발생하며 인명피해 잇따라
- 사회적 불평등 심화, 신자유주의 정책 등 오랜 기간 쌓여온 불만 폭발

충돌 중인 칠레 시위대와 특수부대(사진=BBC)
충돌 중인 칠레 시위대와 진압부대.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이우진 기자]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정부의 지하철 요금 인상 발표에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주도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은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에 따라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800칠레페소(약 1328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8원)로 올랐다.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칠레 정부가 요금 인상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시위는 급격히 격렬해졌다. 지하철역과 건물 방화, 상점 약탈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새벽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산티아고 도심 곳곳에는 군인과 탱크들이 배치됐다. 산티아고의 비상사태 선포는 1973∼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 이후 처음이다. 또한 피녜라 대통령은 19일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뒤늦게나마 밝혔다.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와 지하철 요금 인상 중단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격화되자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다. 19일에는 저녁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통행이 금지됐지만 20일에는 저녁 7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 더 긴 시간 통행을 금지했다. 수도권 전역과 비오비오, 코킴포 등 다른 지역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되어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과격해진 시위대가 상점가에 방화와 약탈을 하면서 인명피해 또한 잇따랐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주말 동안 시위대는 버스를 불에 태우고 지하철역을 부수며 경찰과 충돌했다. 동시에 공공기관과 상점가의 방화와 약탈이 이어지면서 두 슈퍼마켓에서는 방화로 3명이 사망했고 의류 공장에서도 방화로 인해 5명이 사망했다. CBC는 60여 곳의 월마트 소유 매장들이 약탈당했으며, 그중 한 곳에서는 화재로 총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시위가 격렬해지고 시위대와 군·경찰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20일(현지시각)까지 총 14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칠레 당국은 밝혔다.

칠레에서 시위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올해 6월 세계 최대 노천 구리광산인 칠레 코델코(Codelco)사의 추키카마타(Chuquicamata) 광산 노조가 2주간 파업을 진행했다. 같은 달에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 공교육을 강화하라는 칠레 교사들의 무기한 파업도 6주 이상 이어졌으며 월마트 칠레 노조 또한 7월에 파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친기업적 정책 등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칠레 국민들의 불만이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인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발파라이소 대학교의 정치학자 홀츠만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경제에 대한 좌절, 수도·전기 및 교통비 상승, 그리고 더 많은 범죄와 부패와 같은 ‘요인의 축적’이 시위의 원인이라 비판했다. 홀츠만은 “사람들은 국가가 비효율적이고 시민을 보호하지 않으며, 시장은 시민을 착취한다고 느낀다”며 “지하철 요금은 마지막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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