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국가의 사회정책 만족도 조사
정부 정책에 불만족 높아
늘어난 수명 정책에 반영해야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세계적으로 수명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오래 사는 것을 큰 복으로 생각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많은 사람들은 60세 전후에 첫 번째 직장에서 나와서 수십 년의 긴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큰 고민에 빠진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장수가 저주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은 장수와 관련된 사회공공 서비스와 정부의 정책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세계 평균으로 보면 물론 OECD 회원 국가의 복지 및 헬스케어 정책과 노인정책은 매우 잘 된 것으로 평가받을지 모르지만, 정작 OECD 회원 국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OECD 회원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은 공공서비스와 사회혜택이 아직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에 해당하는 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2/3의 사람들은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4명중 3명은 정부가 사회적 경제적 안전장치를 만들어 보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OECD는 21개 국가에서 18세에서 70세 되는 2만2천명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3월 19일 발표했다. 조사내용은 ‘무슨 걱정과 근심이 있으며 정부가 사회적 경제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노후를 걱정한다. / Pixabay
많은 사람들은 노후를 걱정한다.(사진=Pixabay)

조사 내용은 보통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프지 않고, 쪼들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바람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아프거나,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의 가장 시급한 걱정거리이다. 가계 수지를 맞추려는 희망은 특히 수입이 낮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걱정거리였으며 경제적 위기를 심하게 겪는 국가에서 특히 그랬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꺼리인데 비해, 젊은 사람들은 적절한 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걱정꺼리이다. 조사대상의 모든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그럭저럭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공통적인 희망이었다.

이번 조사는 현재의 사회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족이 잘 드러난다. OECD 회원 국가 국민들조차 일부 소수만 헬스케어나 주택 및 장기적인 돌봄 정책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아프거나, 직업을 잃어서 수입이 없을 때, 정부가 적절한 안전장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절반 이상은 정말 필요할 때 쉽게 공공혜택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앙헬 구리아(Angel Gurría) OECD 사무총장은 “이 조사결과는 정책결정자들에게 울리는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OECD국가들은 가장 앞서고 좋은 사회 안전장치를 가진 국가이다. 이들 국가는 평균적으로 GDP의 1/5를 사회정책에 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 위키피디아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사진=위키피디아)

전체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재정적 안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공공연금제도를 지지하기 위해 더 많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평균 40%의 사람들은 좀 더 나은 헬스케어와 연금을 위해서 수입의 2%를 더 세금으로 낼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헬스케어를 위해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응답한 숫자는 아일랜드 국민의 51%에 달했으며 포르투갈 49%, 그리스와 칠레 48%에 달했다. 더 나은 연금을 위해서 2%이상 세금을 더 내겠다고 응답한 숫자는 이스라엘 49%, 칠레 51% 리투아니아 53%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국가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칠레, 덴마크, 에스토이나,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미국 등이다.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 입구 / 위키피디아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 입구(사진=위키피디아)

조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 나이 들어서 아프지 않고, 돈에 쪼들리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은 거의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사에서 정책결정자들은 통찰력을 얻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인간의 수명은 100년 전에 비해서 대략 2배로 늘었다. 갑작스런 수명의 연장으로 사회 각분야의 시스템이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장수시대에 맞게 사회 곳곳의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그 같은 변화는 큰 틀에서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효력을 미치도록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수정작업이 필요하다.

OECD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자들은 평범해 보이는 이 조사에서 나타나는 경고음을 가볍게 듣지 말고 미리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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