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등교거부 운동
- 친환경 태양광 요트로 유럽에서 뉴욕까지 대서양 횡단
- 노벨평화상 최연소 후보자… 대안 노벨상 수상

기후변화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교거부 시위에 나선 학생들(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이우진 기자]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2019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70여 개국의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 어린 소녀가 단상에 올라섰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가 아닌 친환경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에서 뉴욕까지 온 그레타 툰베리였다. 

◇ 기후변화 대책 마련 요구하며 등교거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18년 여름, 스웨덴 국회의사당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스웨덴을 비롯한 전 유럽에 이상고온이 찾아오자 툰베리는 학교를 결석하고 9월 9일 총선까지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며 시위를 지속했다.

그 후 SNS를 통해 툰베리의 시위가 알려지면서 이에 공감한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 운동에 동참했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이름의 세계 청소년들의 연대모임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이름의 기후문제 관련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 아스퍼거 증후군, 장애가 아닌 초능력

툰베리는 11살 때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 받았다. 발달장애의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은 ‘특이한 것에 지나친 흥미, 일방적 대화’ 등이 있다. 툰베리가 등교를 거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정상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며 보인 모습은 아스퍼거의 특징과도 어느 정도 유사하다.

이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독일의 극우정당에서는 툰베리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조롱하면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하지만, 툰베리는 자신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은 초능력이라고 말하며, “혐오자들이 당신의 외모, 혹은 남들과 다른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그들이 막다른 골목에 있다는 뜻이다”라고 응수했다.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중인 그레타 툰베리(사진=연합뉴스)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중인 그레타 툰베리.

◇ 세계 정상들을 침묵시킨 16세 소녀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친환경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툰베리는, 연설에서도 환경오염에 무관심한 기성세대를 거침없이 비판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툰베리는 “나의 메시지는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운을 띄운 후, “이건 틀렸습니다.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다고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고 연설을 이어갔다.

직설적이고 신랄한 툰베리의 말에 장내 분위기 또한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이어서 지난 30년간 과학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외면해온 정치를 비판하고, 현재의 환경정책은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IPCC(정부간 기후 변화 협의체)의 통계도 언급하며, 지금처럼 탄소배출이 지속된다면 남아있는 탄소예산 또한 8년 내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기성세대를 향한 비판과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요구하는 쿤베리의 연설은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는 경고로 마무리 지어졌다.

◇ 엇갈리는 찬사와 비판

 스웨덴에서 1인 시위로 시작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까지 하게 된 툰베리의 행보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지지하는 세계적 청소년 연대가 결성됐을 뿐만 아니라, 각계의 유명인사들도 툰베리를 지지하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제인 폰다(81)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시위에 참여하는 도중 경찰에 연행되었다. 앞서 폰다는 청소년들의 시위로 인해 영감을 받아 자신도 금요일마다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툰베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4일 마크롱 대통령은 “그레타의 급진적인 사고방식은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다.”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툰베리의 연설 일부와 함께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어린 소녀로 보인다"라고 연설과 상반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외신들로부터 툰베리를 조롱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 노벨평화상 입후보대안 노벨상 수상

지난달 25일 스웨덴의 바른생활재단(Right Livelihood Foundation)은 ‘바른생활상’ 수상자로 툰베리를 선정했다. 바른생활상은 기존의 노벨상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서구 중심적이고 정치적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적 인식으로 인해 새롭게 제정되어 '대안 노벨상(Alternative novels)', ‘제 2의 노벨상’ 등으로도 불린다. 빈곤문제와 환경보호, 부정 타파 등 부문에서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진다. 바른생활재단은 “툰베리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인류가 기후변화 위기에 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운동을 촉발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툰베리는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기로 결정한 젊은이, 성인 등 모든 연령대가 참여하는 전 세계적 움직임의 일부분일 뿐이다”라면서 “상을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툰베리는 노벨평화상 최연소 후보로도 뽑혔지만, 에티오피아의 총리 아비 아머드 알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아쉽게 상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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