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기후변화는 다른 나라보다 유독 빠르다. (사진=사이언스 지)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러시아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에 작금의 러시아가 기후변화를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보도되었다. 메드베데포 러시아 총리 역시 지구 온난화가 농업 분야와 러시아 국민 안전에 모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처음으로 서명했고, 지난주 다시금 협약에 비준했다. 파리협약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협약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러시아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25~30%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언뜻 봤을 때 인상적인 성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살펴보면 이것이 사실은 큰 의미가 없는 약속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을 전후해 급감했다. 에너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시기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중앙계획경제가 무너진 것이 주요 이유다. 실제로 2017년 기준 러시아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도와 비교해도 32%나 적었다. 현재 수준에서 오히려 탄소배출량을 늘려도 탄소배출량 절감 약속과 위배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지난주 발표한 파리협약 비준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벌인 홍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것도 활동비는 ‘제로’인 홍보사업이다. 러시아경제인연합회(RSPP)도 해당 서약을 서방 국가들의 제재 속에서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았다.

시베리아의 한 원주민. (사진=CBS)

러시아는 세계 최대 화석연료 수출국이다. 천연가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니 기후변화 정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기후정책이 자국 같은 에너지 생산 국가들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오히려 기후변화는 그들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면 러시아 북쪽 연안을 가로지르는 운송로가 생길 것이고 물류 인프라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러시아는 기후변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식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가파른 기후변화로 러시아는 전례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에 따르면, 지리적 이유로 러시아에서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 2.5배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여름 산불로 수백만 헥타르의 시베리아 침엽수림이 황폐화되고, 홍수로 시베리아 남부 이르쿠츠크 지역이 큰 피해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러시아 영토의 60%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에도 재앙적인 결과가 예측된다. 홍콩 영자지 아시아타임즈(AT)는 한 연구를 인용해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면, 러시아 주요 인프라의 안정성과 역량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추산에 따르면, 영구 동토층 지역은 2080년까지 현재보다 25%나 줄어들 전망이다. 이 경우 에너지 송유관, 교통망, 거주지를 포함한 약 300조원 상당의 인프라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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