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CSR 전문가. 살림 교수
- CSR 법제화, 제도적 한계 노출
- 극복 위해 처벌 조항 강화 불가피

인도 거리 풍경 (사진=pixabay)
인도 거리 풍경.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 윤리, 사회공헌과 노동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인도가 우리 기준으로 ‘대기업’에 해당하는 기업들에게 CSR을 의무로 수행할 것을 주문해 화제를 낳았다.인도의 회사법 개정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이에 CSR의 법제화에 대한 현지 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기사의 기초가 되었던 논문의 저자 박종호 前 아시아교류협회 연구원이 현지 조사 중 인도 라자기리 대학 살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 사정을 들어봤다.

Q.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라자기리 대학의 경영학부의 부교수이며, 대학 내에 위치한 CSR 센터에서 기업들의 CSR 전략을 수립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인도경제인연합 (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ies) 내의 CSR 위원회에서 전문가 패널의 한 명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인도 내에서 CSR의 법제화는 기업 및 학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도 큰데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적인 여유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비판에 공감합니다. 시행령도 섣부르게 도입되었습니다. 인도 내 다른 법체계들은 법령의 조항 하나하나가 너무 구체적이고 복잡해서 비판을 받곤 하는데, 그에 비해 이번 회사법 제 135조는 법령 자체와 그 의미하는 바가 두루뭉술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가령 정부에서는 법령에서 예시한 활동이 아니라도 CSR 취지에 부합되면 적법한 활동으로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해야 CSR 취지에 부합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기업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까?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부가 명확한 처벌 조항을 수립할 것이라고 쉽게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처벌 조항이 마련되면 기업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고, 기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집권한 신정부가 집권 초에 시행령으로 처벌 조항을 명시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입법안은 집권 2기 초반에 주로 도입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신다면 이해가 쉽습니다. CSR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고하지 않았을 시의 처벌 조항은 명확한 데 비해 CSR 활동을 못했을 경우의 처벌 조항이 왜 없는지에 대해서는 위의 이유 말고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강제성이 없으니 기업들이 열심히 CSR을 수행할 동기가 사라지게 되고, 따라서 기업들의 초기 CSR 활동이 여러모로 미숙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도의 아이들 (사진=pixabay)
인도의 아이들 (사진=픽사베이)

Q. 제도적 한계 외에도 CSR을 강제화한 것 자체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또한 애초에 신뢰할만한 NGO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기업들의 불만도 들려옵니다.

인도에서 비록 CSR에 대한 전통이 깊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CSR 활동을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여기는 데에서 벌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임이 NGO에게 돌아가 는 듯한 분위기는 아쉽습니다. 가령 대기업들은 촌락이나 부락 지역 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위생 상태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언론의 눈에 잘 안 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유례없었던 타밀나두 지역의 수해를 복구하는 일에는 기업들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첸나이 같은 큰 도시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수해 현장에 등장하는 것은 엄청난 미디어 노출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해 복구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CSR 법제화는 중장기적인 목표로 지역 주민들의 전반적인 삶을 개선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띄고 있기에, 그다지 권장할 만한 현상이 아닙니다. 

Q. NGO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지역 주민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 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는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GO 단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넓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촌락 지역에서 기껏해야 지역 신문에나 간단히 소개 될만한 그들의 활동에 유력 기업들이 그들의 자금을 위탁하기는 힘듭니다. 아직 잘라 말하기는 힘든 현상이지만, 유력 기업들의 CSR 활동은 마케팅 효과나 신규 투자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지역의 단체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그러나 기업의 입장을 볼 때 그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는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 말도 맞습니다. 어쩌면 CSR의 법제화가 기업이 CSR을 자선의 영역을 비용의 개념으로 전도시킨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업이 CSR을 비용으로 여기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CSR의 제도화는 정부가 기업의 이러한 입장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법제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역 기반 NGO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도 결국 기업이 그들에게 위탁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CSR 책정 금액 중 최대 5% 를 NGO에 위탁할 수 있으니 곧 기업의 한해 순이익의 0.01%밖에 안 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많은 금액이 절대 아닙니다. 특히나 이곳 케랄라 지역처럼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곳의 경우 지역 기반 NGO들이 인근 기업들의 도움만 가지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개발 사업을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시(市) 전경
인도 하이데라바드시(市) 전경

Q. 그럼 케랄라 주(州) 같이 낙후된 곳의 민간단체들은 어떻게 CSR을 주로 수행하나요?

앞서 말했듯 케랄라 등의 지역은 자생적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정부의 세입을 주로 중동 국가들에서 근로하는 노동자들의 송금액에 많이 의존해 왔습니다. NGO 단체들의 활동 자본도 마찬가지로 지역 경제보다는 외부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Q. 그렇다면 정부 입장에서 당장 시급한 보완책이 무엇인가요?

물론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것입니다. 일단 절대적으로 기업들의 CSR 참여가 기대보다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힘든 선택일수는 있지만, 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처벌 규정의 명시가 가장 필요한 보완책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NGO가 쓸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넓혀야 합니다. 현행 CSR 법정 금액의 5%는 너무 적습니다. CSR을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수행하는 것은 NGO 단체입니다. 그들에게 좀 더 많은 금전적인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Q. 이 곳 대학에 위치한 CSR 단체도 실질적으로 CSR을 수행하는 기관 인가요? 

맞습니다. 일반 자선 기관처럼 기업들의 기부나 위탁 금액을 받아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일도 겸합니다. 작년부터는 고등 교육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찾아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주 활동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CSR에 대한 교육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전인도경제인연합에서 매 분기 열리는 CSR에 대한 교육과, 활동 점검에 대한 활동도 저와 이곳 라자기리 대학에서 늘 도와주고 있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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