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회사법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제
-기업들은 이를 잘 시행하고 있을까?

인도 화폐(rupee) (사진=pixabay)
인도 화폐(rupee)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개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SR이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 윤리, 사회공헌과 노동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시대가 강조하는 가치에 따라 CSR도 그 개념을 확장하며 여러 사회적 담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지난 2014년, CSR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방증이라도 하듯 인도에서는 CSR 활동의 보고 및 지출을 강제한 회사법을 개정 시행해 화제가 됐다. 말하자면, 기업에게 기부를 강제하는 인도. 그들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법률을 제정하게 되었을까.

(사진=연합뉴스)
인도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CSR의 법적 강제, 어떻게 가능했나.

인도가 CSR을 법으로서 의무화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급진적이라고 평가된다. CSR이란 기업이라는 사회구성원이 자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인 만큼, 법리적으로는 의무에 근거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적 도움을 법제화하는 CSR의 강제조항이 인도 의회를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일반적인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도 사회의 특수한 배경이 있다.

그 배경에는 우선 오랫동안 인도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박애주의 기부사상이 있다. 인도는 힌두교 등 종교적 영향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가르침이 존재했다. 근대 이전에는 이러한 종교관에 근거해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 활동이 많았는데, 이후에도 인도 사회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약자에 기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기업들이 신탁사상에 의거, 국가와 지역의 경제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했다. 당시 기업들은 주로 교육기관을 건립하거나 국가 및 지역사회의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고,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졌다. 기업뿐만 아니라 중앙정치무대에서도 빈곤층,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여는 필수적 가치로 여겨져 왔던 만큼, CSR의 법적 강제가 인도 의회와 사회에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인도 국기 (사진=pixabay)
인도 국기 (사진=pixabay)

인도의 개정 회사법, 실질적 내용은?

개정 회사법 제135조에 명시된 CSR 의무화 내용은, 일정한 규모 이상인 인도의 회사가 법령에 명시된 범위에서 사회적 기여활동을 해야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의 세부 조항에서는 “매 회계연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책의 수행을 위해 직전 3개년도의 평균 순이익의 2%의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법적 강제의 수준을 강하게 했다.

이와 함께 인도 기업부(Ministry of Corporate Affairs)는 제135조에 관한 시행령을 마련해 제도의 구체적 실현을 꾀했다. 시행령의 마련을 통해 CSR 의무화를 다시금 확립하고, CSR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공시하게끔 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간략히 시행령의 주요 내용을 살피자면, 회사법 제135조의 수행 주체는 2013년 인도회사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회사로서, 인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포함된다. 또한 기업부는 “기업은 법이 정한 CSR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공시 및 웹사이트에 개제해 일반인들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시행령을 통해 규정했다. 인도 정부는 이와 같은 시행세칙들을 명시하며 기업의 CSR 활동 의무를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한계는 존재했다. 회사법과 시행령에는 의무사항은 명시되어 있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없었다. 이는 법령의 실질적 시행과정에서 기업들의 참여가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법률 시행 후 기업들의 CSR 보고 결과는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속)

 

이 기사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법제연구 53호에 실린,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와 박종호 前 아시아교류협회 연구원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입법과 적용에 대한 고찰 - 인도 회사법 개정과 적용 경험을 중심으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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