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열의 갖고 조직에 몸담는 마음자세부터 준비해야
-자격증·어학점수 등 '스펙쌓기'보다는 인턴 등 실질적인 '경험쌓기'가 중요

주변 사람들이 필자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왜 헤드헌팅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 가이다. 그러면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10년쯤 전에 개인사업을 접으면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이직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 헤드헌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헤드헌터는 우선적으로 기업을 위해서 일한다. 이유는 기업에서 구인의뢰를 받기 때문이다. 간혹 지인을 통해서 구직자를 추천 받는데 당장 진행되는 포지션이 없으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힘들다)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원하시는 분에게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헤드헌터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향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봤는데요. 우선 마음만 먹으면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고, 하면 할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커지는 직업이며, 마지막으로 과거에 몸 담은 산업 외에 다른 사업군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솔직히 첫 직장을 선택할 때 헤드헌팅 일처럼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이 우선 고려대상이고 첫 월급을 받으면 으레 부모님께 '빨간 내복' 등을 선물하는 것이 그 당시 풍습이었다. 구체적인 직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먼저 결정하고 해당 산업의 선두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취업의 정석이었다.

최근 모 대학에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컨설팅을 진행했다. 졸업을 앞둔 패션학과 학생들로, 취업에 대해서 다들 걱정했지만 선호하는 기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원하는 직무가 명쾌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패션MD(머천다이저)가 되고 싶어 했고 이를 위한 준비 방법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패션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바로 MD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패션 대기업인 A사의 공채는 서류 전형만 1만 명 이상이 지원한다. 그 중 3000명 정도에게 인적성 검사 자격이 주어진다. 그 중 15% 정도가 1차 면접 기회를 갖고 임원면접을 거쳐서 최종 합격되는 인원은 50명이 안 된다.

최종합격을 통과하더도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영업직무로 발령이 난다. 시장과 밀접한 판매 현장을 우선적으로 알아야 다른 직무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1만 명 중에 MD가 되는 신입사원은 손에 꼽는다.

(그림=박지순)
(그림=박지순)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직무 중심이 아닌 과거처럼 기업 중심의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솔직히 정답은 없다.

기업 중심으로 직장을 선택하여 여러 직무를 거친 경력자는 해당 기업에서 관리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전체 조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조직 간의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한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에 직무 중심으로 직장을 선택하면 당장 원하는 직무를 담당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직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망으로 결국 원하는 직무를 담당하게 된다. 직무의 변화 없이 다년간 경력을 쌓으면 자연스레 전문성이 높아진다. 또한 성과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경쟁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게 된다. 

취업을 위한 준비 방법은 기업 중심이건 직무 중심이건 본인의 관심과 열의에 있다. 직무 중심으로 선택했더라도 막상 경험해 보면 본인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겉에서 보는 선망의 직업이 실제 겪어 보면 '내가 왜 이걸 선택했을까'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중심으로 선택하여 일하다 보면 꼭 하고 싶은 직무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취업 준비는 창업 준비와는 다르게 기업과 직무를 선택하기 이전에 조직에 몸담는 마음자세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그 동안 경험했던 서클이나 봉사단체와는 다르다. 많은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에 서클 회장을 했다거나, 국내 및 해외 봉사 활동 경험을 기술하는데 이러한 경험으로 조직 생활에 적합하다고 주장하기 힘들다. 기업 조직은 서클처럼 비슷한 연배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봉사단체처럼 전적으로 이타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취업 준비는 원하는 기업이든 아니든 인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인턴이 되면 해당 기업의 신입 및 경력사원들과 단기간 동안 함께 일하게 된다. 인턴에게 실무를 맡기지는 않지만 시키는 일들을 묵묵히 하다 보면 직장인들의 업무상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외국어처럼 들리던 전문용어가 익숙해지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 이외의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직장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기 시작하면 면접에서도 유리하다. 만약 본인의 원하는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면 면접관의 언어를 다른 지원자보다 이해하기 쉽다. 즉 그 기업의 언어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해당 기업의 문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 적응도 쉽다.

인턴 생활에서 조직의 안 좋은 모습을 본 취업준비생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보았지만, 그 또한 인턴 경험을 통해서 내린 결론이다. 즉 취업준비는 사회에 나를 던져 보는 것이다. 젬 바턴의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Don't get a job, Make a job)라는 책이 있다. 자신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 창업을 선택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성공담이다. 사회에 나와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닌 본인들의 재능을 사줄 고객을 찾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유럽의 디자인 전공생들의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해법 같은 책이다. 저자의 책 제목처럼 일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과거에 인정하던 자격 및 경험들이 하나둘씩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토익점수 및 해외연수 경험이다. 남자들의 경우, 군 복무를 통해서 얻은 교훈과 역량을 기재한 자기소개서는 이제 식상하다. 오히려 호프집 아르바이트 생활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리매김하려면 발부터 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ㅣ박지순(비네트컨설팅 대표)

 

<필자 약력>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現 비네트컨설팅 대표
-前 커리어케어 부문장/상무
-前 코오롱패션

  • 주요 대학교 취업특강 다수 진행
  • 커리어 컨설팅, 취업컨설팅 다수 진행
  • 공공기관 및 공기업 면접관 다수 참여(KOTRA,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 도로교통공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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