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무상급식 실시, 건강보험 수혜대상 확대 등 복지 정책 확대가 소비자물가상승률 끌어내려
- 정부 영향 제외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2.2%...한은 목표치 2% 넘어 기준금리 인상 조건에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한국은행이 고교 무상급식 실시, 건강보험 수혜대상 확대 등 정부의 복지 정책 영향을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9일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현황 및 거시 경제적 파급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1.6%, 2분기 2.2%라고 밝혔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한 가격지수를 말한다.

이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조건에 가까워졌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정부 영향을 제외한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이 한은 목표치인 2%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1분기 1.3%, 2분기 1.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성장세가 그대로 가고, 물가도 목표치인 2.0% 수준에 도달할 경우 금리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변화율을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작성되는 지수다. 총 소비지출 중에서 구입 비중이 큰 460여 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소비자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작성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비자물가에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40개 품목에 대한 관리물가를 작성하고 있다. 관리물가 대상 품목은 전기·수도·가스요금, 열차 요금, 도로통행료 등 공공부문 15개 항목과 의료·교육·보육료, 버스·택시요금, 통신요금, 등 민간부문 25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관리물가 항목은 전체 소비자물가 조사대상 품목(460개) 중 8.7%를 차지한다.

한은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관리물가를 빼면 1분기 1.5%, 2분기 1.8%라고 분석했다. 올해 1.3% 수준을 유지했던 1, 2분기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치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 상황을 잘 반영하는 물가 지수를 말한다. 한은은 금리를 결정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 못지않게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관리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이다. 2006년∼2018년 상반기까지 관리물가 평균 상승률은 1.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3% 절반 수준이다. 2016년 이후 증가세가 더 둔화돼 0%대에 머물거나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관리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둔화시키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교란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6월 관리물가는 전년 대비 0.4% 하락했다. 고교 무상급식 실시, 대학 납입금 폐지·축소, 건강보험 수혜대상 확대에 따른 의료비용 하락 등 복지 정책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 복지정책 확대 방침에 따라 관리물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통화정책 측면에서 관리물가가 경제활동과 크게 괴리돼 변동할 경우 이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생활필수품인 관리물가 품목 특성상,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관리물가에 따른 자원배분 왜곡 효과는 제한적이며, 필수재 지출이 감소해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원료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 전기·가스·수도요금, 전철요금 등  항목에서 가격 관리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 후생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 생산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해당 상품·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공급량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원가 변동 요인에도 관리품목의 가격 조정을 지나치게 억제해 인상 압력이 누증되면 추후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