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CEO 내정자...황창규 회장과 ‘오버랩’
-‘그 밥에 그 나물’...KT 자질론 부상?

황창규 회장(왼쪽)과 구현모 사장. 구 사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CEO로 내정됐다. (사진=KT)
황창규 회장(왼쪽)과 구현모 사장. 구 사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CEO로 내정됐다. (사진=KT)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KT는 자사를 국민기업이라 칭하며 이에 걸맞게 차기 내정 CEO에 대해 현행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사장’ 제도로 변경하는 등 이사회의 요구가 있었다고 알렸다. 차기 CEO 내정 소식과 함께 황창규 회장의 경영 비리 의혹 리스크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작 내정된 CEO가 황 회장 취임 당시부터 비서실장을 역임한 구현모 사장으로 알려져 향후 KT의 변화 행보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비리 의혹 난무한 황창규 회장 취임 이래 초고속 승진한 구현모 사장

KT는 2014년부터 현재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황 회장의 온갖 비리 의혹으로 얼룩져있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자사 대관부서 CR부문을 통해 제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 3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는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장본인이다. 특히 법인자금으로 상품권 등을 구입해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져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황 회장의 이러한 비리의혹에 함께 연루 된 인물이 바로 신임 CEO 내정자인 구 사장이다.

문제는 해당 비리 의혹들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 사장은 현재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구 사장은 KT 내부인사로 분류되지만 황 회장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구 사장은 황 회장 취임 이래 순조로운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사장으로 올랐다. 3년 만에 초고속 사장 승진 가도를 달린 것이다.

◆새로운 경영 체제서도 ‘CEO 리스크’ 짊어지나?

이 때문인지 KT 이사회는 구 사장에게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고 구 사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황 회장과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혐의가 밝혀질 경우 구 사장 또한 해당 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KT는 차기 CEO가 새롭게 취임해도 결국 이전처럼 ‘CEO 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KT 차기 CEO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전직 임원들은 구 사장에게 “구 체제와 결연히 단절하고 미래 성장을 도모할 비전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는데 황 회장의 그림자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해당 내용을 담은 ‘KT 신임 CEO 선정 관련 우리들의 입장’이라는 서신을 구 사장,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에게 각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 사장은 내부 인사 출신으로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다. 이사회에 법 관련 전문가도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선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구 사장은 (황 회장 재임 당시) 임원이었을 뿐 황 회장의 오른팔이나 왼팔로 분류되지 않는다. CEO 리스크는 어느 회사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선임되면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황 회장이 영입한 김인회 사장의 경우 회장 후보에 나서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 회장의 첫 번째 비서실장을 지낸 뒤 초고속 승진(전무-부사장-사장)을 한 신임 CEO 내정자 구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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