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원유시설 피폭… 예멘 반군 “우리가 했다”
- ’지정학적 요인’으로 불안정성 증대
- 국제 유가 혼란 불가피… 가격 급등한 채 거래 시작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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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대 원유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에 피폭 당했다. 중동 국가 간 갈등이 직접적인 가해로 이어지면서 불안정성이 증가해 유가 급등 및 국제정세의 전환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폭탄을 던진 예맨, 왜? 

당초 난민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적이 있던 예멘에서는 종교 분파 갈등으로 인한 오랜 내전이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시기 예멘에서 장기집권하던 초대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가 물러나고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집권한다. 하지만 살레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Houthi)를 등에 업고 자리 탈환에 나섰다. 하디 대통령이 시아파와 갈등 관계에 있는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종교 분쟁이었다.

후티 반군은 2015년 1월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의회를 해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해 3월, 시아파의 확장을 우려한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하면서 내전이 본격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레이트, 수단 등의 국가들이 이끄는 ‘아랍 동맹군’은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며 후티 반군 세력과 맞선다. 이에 대응해 대표적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후티 반군 세력을 지원하며 종교 분쟁이 국가 갈등으로 이어져왔다.

후티 반군 세력은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그들의 석유 시설 2곳을 무인기 10대로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피폭의 배후 역시 자신들임을 자인했다. 한편, 사우디와 우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피폭 당일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두가 긴장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란은 세계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을 저질렀다. 이번 공격이 예멘에서 왔다는 증거가 없다”고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주장했다.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무인기 공격 배후가 자신들임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무인기 공격 배후가 자신들임을 밝히는 모습.

◆ 원유 생산 차질… 유가 급등 우려와 현실

사우디는 미국과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지위를 다투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다. 또 공격의 타겟이 된 원유시설은 하루 처리량이 사우디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의 가동을 우선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번 조치로 인해 하루 570만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을 줄 거라고 예측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고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찍이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장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아마 세계 원유 공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며 "이 공격으로 유가가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에너지 전문가 제임스 크레인은 “사우디가 전체 수출물량 중 80%를 보내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즉각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대비해 "필요하다면 전략비축유에서 석유를 시장을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량을 방출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람코가 몇 주 동안은 고객사에 원유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을 비축해두었고, 가동 중단이 길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 관계자들은 사우디 당국도 비축해둔 물량을 동원해 국제 원유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에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에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

사우디는 자국 내에도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일본 오키나와, 이집트 시디 케리르 등 주요 거점지역에 저장시설을 갖고 있어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성명을 내고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로선 재고가 충분해 공급은 잘 이뤄질 것”이라며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우디 당국, 주요 산유국과 수입국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긴 했지만, 국제 원유 시장이 열린 16일 현재 국제 유가는 개장과 함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 원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올랐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다음 달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한 채 거래를 시작했다.

국제 유가가 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도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원유 중 29%가 사우디 산이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한국의 원유수입 1위 국가인 만큼 가격이나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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