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L MONITOR)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 2곳의 공격에 성공했다. 적어도 배후세력이 이란의 사주를 받은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한 후티 반군은 이목을 끌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거나, 이란 내 시아파 행동주의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고의로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의견을 종합하자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력을 시리아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14일 IRGC가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해 공격했다고 믿고 있다. IRGC은 터키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반군을 겨냥해 수년 동안 유혈진압 작전을 이어왔다. 이후 체결될 시리아 병력 감축 협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번 공격에 나섰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뉴욕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을 무산시키는 것도 IRGC의 또 다른 목표로 언급된다.

미국 폼페이오 외무부 장관과 펜스 부통령의 최근 논평에 따르면 이란은 두 곳에서 두 가지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사우디의 정유 시설을 타격했다. 이라크 남부 시아파 기지에서 아바빌(Ababin) 2/T형 드론을 발사했고, 이란의 국경지대에서 쿠드(Quds-1) 미사일을 발사했다. 모두 22개 무기를 발사했는데, 19개가 목표물을 타격했다. 대단히 정밀도가 높은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은 정확성에 미국 전문가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통신 성능을 벗어난 먼 거리에서 그토록 정확한 타격이 가능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물론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도 비슷한 정밀도로 타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몇 개의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매우 정교한 지형 추적 및 목표물 대조가 가능한 전자 장치와 GPS가 요구된다. 미리 ‘목표’를 정해놓고, 토마호크의 컴퓨터 메모리에 학습시키고, 비행경로 역시 사전에 빈틈없이 설정해놓아야 한다. 따라서 쿠즈-1 미사일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가격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이번 공습에 사용된 드론은 목표물을 대조할 수 없고, 원거리에서 통제하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드론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공격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이번 공습에 쓰였다고 추측되는 아바빌 드론의 탄두는 이른바 고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능 화약으로 채워진 폭탄이다. 접촉 시 폭발하는 형태인데, 위성사진에는 정유시설이 불타오르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몇몇 전문가들은 이란이 몇몇 요원들을 침투시켜 드론에서 전송된 영상을 통해 미사일의 최종 공격 단계를 유도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요원들이 침투해서 미리 정유시설에 구멍을 뚫어놓고 정밀한 공격을 유도했다는 설명은 앞선 기술적 의문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연합뉴스)

이란 입장에서는 몇 달에 걸친 치밀한 계획과 실행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선 드론을 준비해서 밀반입했어야 했다. 또 이란과 이라크 국경으로 쿠드-1 미사일을 이동해놓아야 했다. 공격 현장에 파견할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사우디로 몰래 침투시켜야 했다. 이런 식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작전 준비는 이란이 상당한 작전 능력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이란이 사우디 석유 인프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능이 뛰어난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면 사우디의 방공 시스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몇 달에 걸친 치밀한 준비가 요구되었던 만큼, 반대로 사전에 그 계획을 알아챌 기회도 충분했다. 그러나 어느 한 단계에서도 사우디는 이란의 계획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방공 시스템은 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이번 공격을 전혀 차단하지 못했으니, 사우디의 방공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란은 지난 5월 이라크 남부에서 사우디 송유관을 공격한 적도 있다. 그러니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대해 더 많은 준비를 해놓고 있어야 했다. 이에 홍콩 일간지 아시아타임즈(AT)는 “미국의 제재에 시달리는 이란은 미국에 굴욕감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말인즉슨 이란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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