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남방정책 핵심 국가로서 태국 대두
- ‘중진국 함정’ 속 태국, 타개 위한 스마트 산업 육성 나선다
- 한·태 협력 확대 필요 속 ‘태국 4.0’, 동부경제회랑 등 주목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의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의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지난 27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태국과의 지소미아 체결을 의결했다. 내달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방문에서 의결을 정식으로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태국은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역점 국가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해오고 있는 외교 전략이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들 중 두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보유한 산업국가로 정부의 신남방정책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태국이 올해 아세안 의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한-아세안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 태국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대변인은 “태국·미얀마·라오스는 우리 외교·경제 지평 확대를 위해 역점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 중요 축 국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 전략적 파트너 태국,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수행에 있어 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게 되면서 태국과의 경제 협력 방안에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태국 간의 경제 협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대태국 수출 약 85억 달러, 수입 약 56억 달러로 태국은 한국의 16위 교역 대상국이며, 대아세안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8%, 수입 9.4%에 불과하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의 대태국 교역·투자 비중 저조는 태국의 저임금 매력 감소, 베트남 등 후발개도국 부상 등의 이유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아세안 선도 산업국가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며 해외 투자 등이 감소하는 한편, 베트남을 주로 한 후발 개도국은 빠른 성장으로 기존 태국이 수행하던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업종별 비교우위에 변화가 생기면서 투자 및 교육이 태국에서 다른 후발 개도국으로 옮겨간 것이다.

태국 수도 방콕의 도심 모습 (사진=pixabay)
태국 수도 방콕의 도심 모습 (사진=pixabay)

◆ 성장 정체 극복 시급한 태국, 스마트 산업 집중한다.

태국은 1980년대 노동집약 산업, 1990년대 기술집약 산업, 2000년대 자본집약 산업으로 성장동력을 전환하면서 산업 고도화를 이룩해왔다. 그러나 태국은 점차 ‘저임금 매력’이 감소했고 다음 세대의 산업을 이끌어갈 동력 발굴이 늦춰지면서 성장이 둔화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서는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 즉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 태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과의 교역 확대 여지와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태국은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계획, 실행 중이다. 최근 태국은 제12차 국가경제사회개발계획(NESDP: National Economic Social Development Plan)의 핵심 전략, ‘태국 4.0(Thailand 4.0)’을 수립 및 추진 중이다. 이 전략에서 태국은 산업 전반에 스마트·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고부가가치 미래형 산업을 육성해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동부경제회랑 지역별 ・ 분야별 주요 프로젝트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동부경제회랑 지역별 ・ 분야별 주요 프로젝트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이와 함께 태국 정부는 2017년 동부경제회랑(East Economic Corridor)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성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태국 동남부 해안 인접 지역을 따라 펼쳐진 동부경제회랑은 이전부터 태국의 주력 산업이 밀집되어있던 지역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코트라 방콕 무역관은 동부경제회랑 개발 계획을 두고 아세안 최대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은 동부경제회랑을 ‘태국 4.0’이 목표로 하는 스마트 산업 발전의 요람으로 삼아 적극적인 발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 양국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 협력 전략 수립 필요.

태국은 성공적인 ‘태국 4.0’과 동부경제회랑 개발 수행을 위해 한국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릿 트엇사티라삭 태국 투자청 부청장은 지난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차이나반도 중심에 위치한 태국에 투자하면 효과가 주변 국가까지 파급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에도 부합한다”면서 한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태국 투자를 희망하는 뜻을 밝혔다. 또한 “‘태국 4.0’ 하에서 태국 시장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한국이 강한 디지털, 로봇·오토메이션, 전기차 등의 분야는 기존 태국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릿 트엇사티라삭 태국 투자청 부청장 (사진=연합뉴스)
나릿 트엇사티라삭 태국 투자청 부청장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수행을 위한 태국과의 교역 강화에서는 ‘태국 4.0’ 전략, 즉 스마트 산업 개발 부문이 특히 주목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재호 전문연구원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경제협력은 이미 베트남에서 큰 비중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태국 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와도 관련 산업 경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하는 태국의 입장에서 스마트 산업이 중시되는 이유다. 교역 강화와 국가 간 신뢰 증진을 목표로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도 태국의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더 적절하다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태국이 스마트 산업 개발의 거점으로 삼은 동부경제회랑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세안 최대 규모라고 평가되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개발 사업인 만큼 정부의 관심도 클 것이라 예상된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프로젝트 및 스마트 시티 관련 협력 등 광범위한 개발 계획이 수립 및 진행 예정된 만큼, 관련한 협력 구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신남방정책 수행의 주축이 되는 태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한·태 경제협력 위원회’ 재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의 명확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 2016년 1차 회의가 진행 된 후 정체되고 있는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태 경제협력 위원회가 ‘태국 4.0’과 ‘신남방정책’이라는 양국 간 이익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상대국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로, 11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과 아세안의 상징적 해가 되는 올해 태국이 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됨으로써 양국 협력 방안 모색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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