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신남방정책특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세안(ASEAN)지역은 익히 알려진 대로,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대상지에 속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누적 투자액은 619억 달러, 법인 수 1만4680개에 달하는 ‘4대 투자 대상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정부가 과거 신남방지역을 핵심 투자처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래,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실제로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역시 22일 보고서를 통해 “2017년 말 신남방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진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對아세안 투자는 대중국 투자를 상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세안의 전략적인 가치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KIEP 역시 “신남방정책 발표 후 1년이 도래한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對아세안 투자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정책 지원 및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호 KIEP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신남방정책이 이후 2018년 한국의 對아세안 투자는 신규법인 1291개, 투자액은 61억3000만 달러로 동기간 대비 각각 14.1%, 1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인 對미국 투자가 전년대비 28.9%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성과이다.

◆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업종별로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투자구조(41.0%)를 유지하고 있으나, 금융·보험과 도소매업등 서비스업의 비중이 다소 증가했다. 금융·보험의 경우 2017년 이전 19.2%에서 2018년 말 25.1%로 증가했으며, 도소매업 역시 과거 7.1%에서 최근 8.8%로 그 비중을 확대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비중이 71.4%에서 64.4%로 감소한 반면 개인의 투자 비중은 2.9%에서 4.7%로 증가했다. 

국가별 투자현황은 어떨까? 신남방정책 발표 후 2018년 한국의 對아세안 국별 투자는 주요 투자국인 베트남, 싱가포르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對인도네시아 투자규모가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실제로 베트남투자는 신남방투자 가운데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역내 최대 투자대상국인 베트남이 51.5%의 비중을 차지하며 대세의 위상을 확인한 가운데 싱가포르(25.6%), 인도네시아(8.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018년 한국의 對베트남 투자는 약 31억6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60.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비중은 감소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했다. 이재호 연구원은 “기업 규모별로는 개인의 투자 비중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고 부연했다.

지난 11월 베트남투자기업 설명회를 연 오거돈 부산시장(가운데). (사진=부산시)

한국의 對싱가포르 투자 또한 신남방정책 발표 후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최대 투자업종인 금융보험·도소매 등 서비스업이 크게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비중이 다소 감소한 반면 개인 및 기타 부문의 투자가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시장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싱가포르는 주요 다국적기업들의 아태지역 본부 및 지주회사들이 진출해있다. 이에 싱가포르 투자는 싱가포르를 경유해 아세안 전역으로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통적으로 아세안 투자는 제조업이 중심이었지만, 싱가포르의 서비스업 투자 비중이 유독 높은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다.

◆ 인도네시아 투자 부진...이유는?
 
2018년 對인도네시아 투자는 전년대비 48%의 감소세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농림업 부문의 투자는 증가했으나, 금융·보험 부문에 대한 투자가 크게 감소하며 투자 감소세를 주도했다. 

투자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한국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 진출이 일정 수준의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어 2017년 연말부터 제기되어온 신흥시장 금융불안 및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약세와도 유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변화하는 투자 동향을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對아세안 제조업 투자는 한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 통상분쟁과 같은 위협요인으로 인해 세계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이 매커니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대규모 제조업 투자를 통해 아세안 을 글로벌 우회 수출기지로 활용해온 한국 제조업 기업들의 피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에 대해 “신남방정책 발표 후 양적인 對아세안 투자진출 증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반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투자업종 다각화 및 현지 수요를 감안한 아세안 소비시장 투자가 요구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스마트 ICT와 같은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진출 등 중장기적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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