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IPO 줄줄이 등장, 뜨거운 시장 분위기
-미 금리인상·무역분쟁 영향 거의 없어...성장 동력 견고해
-관광산업 부진과 정치적 리스크는 고려 사항

 

방콕의 도시 전경. (사진=트립어드바이저)
방콕의 도시 전경. (사진=트립어드바이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전세계적인 경제침체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전망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유독 '튀는' 국가가 하나 있다. 바로 이머징 마켓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태국이다.

태국은 아세안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국가인데,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며 최근들어 글로벌 자본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뜨거운 태국 IPO시장...사상 최대규모 상장 이어져

태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은 최근 한껏 달궈져 있다.

태국 굴지의 브랜드 오솟스파(Osotspa)가 최대 규모의 IPO에 성공한 데 이어, 11월에는 국영 인프라 펀드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계획하고 있다.

‘태국의 박카스’ M-150로 유명한 127년 역사의 오솟스파(Osotspa)는 지난달 17일 공모가 최상단인 주당 25바트(약 870원)로 상장에 성공했다. 조달한 자금은 4억6000만 달러(약 5200억 원)로 올해 최대 규모다.

템플턴자산운용와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업체들도 투자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0월 18일자 기사에서 "오솟스파의 성공적인 증시 데뷔는 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태국은 올해 2분기에 4.6%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오솟스파 외에도 고속도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펀드인 태국미래펀드(TFF: Thailand Future Fund)도 11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예상 공모가의 최상단에서 상장이 이뤄질 경우 자금 조달 규모는 14억 달러로 역대 최대 타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 보험그룹 AIA는 여기에 5000만 달러를 투자를 계획 중이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태국 동부 연안에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  

바트 가치도 달러 대비 연초 대비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바트 환율은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32.643바트를 가리키고 있다. 태국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SET50지수는 연초 대비 2.5% 가량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달러 여파로 터키에서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신흥국 전반에서 통화 가치와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불황에도 불구, 각종 지표서 경제 성장세 뚜렷

실제로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아시아의 다른 경쟁국과는 달리, 태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0.1~0.2%p 하향 조정되었고, 미얀마는 0.5%, 말레이시아는 0.6%까지 내린 반면에 태국은 0.7%를 상향 조정했다. IMF는 이를 관광과 제조업 수출의 덕이라고 해석한다. 기타 통계에서 드러난 결과도 태국의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태국의 실질경제성장률과 잠재경제성장률이 수렴해가는 모습.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사진=IMF)

IMF가 환율 변동과 외환보유고 변화율의 합으로 측정한 EMPI(숫자가 작을수록 부정적)와 경상수지 비중을 도시한 그래프를 보아도, 태국은 4사분면의 안정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유력 이머징국가인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EMPI와 경상수지이 모두 마이너스 수치인 3사분면에 위치해 있다.

(그래프=IMF)
(그래프=IMF)

IMF가 최근 무역분쟁의 효과를 추정한 모델에서도 태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아래의 그래프는 무역분쟁의 충격을 각국 별로 비교한 것으로, 녹색 바는 무역분쟁 효과, 노란색은 신뢰위기 효과, 적색은 금융섹터 위기 효과를 나타낸다. 신뢰나 금융 부문에서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무역 분야에 있어서는 무역분쟁이 확실히 태국에게는 득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프=IMF)

태국의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보니, 2018년 1월에서 8월까지 각국의 자본 유출입 흐름에서 태국의 자본 유출은 미미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와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로이터에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개 이머징 국가의 취약 정도를 비교한 순위에서 태국은 가장 우수한 국가로 등극했다. 특히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8년 1~8월 자본유출입 순위. 중국의 경우 올해 MSCI에 편입한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사진=IMF)

정치·경제적 리스크도 상존...'안심 말아야'

물론 태국 경제의 앞날이 늘 밝을 것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위 통계들은 외부 변수에 대해 태국이 아직까지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경험적 증거이지, 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앞선 무역분쟁의 효과를 추정한 모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역분쟁이 자동차 산업 등 기타 업계로 확산될 경우 태국의 경기도 덩달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태국은 수출기반의 제조업, 관광산업, 농업을 주요산업으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에 환율, 대외경제 상황 및 농업과 직결되는 기후 변화 환경 등을 늘 예의주시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태국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관광 산업이 중국인 여행객의 감소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있다. 태국의 관광산업은 '경제성장의 캐쉬 카우'로 통한다. 노동인구의 20%가 종사하며 GDP의 10%를 차지한다. 2000년대 들어 있었던 쓰나미와 같은 각종 자연재해와 레드셔츠 사태 등 정치적 동요에도 불구하고, 연간 방문객은 1000만 명에서 약 400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있었던 푸껫 관광보트 전복사고가 문제였다. 쁘라윗 부수상이 사고 원인을 중국인들의 무질서한 보트운행 탓으로 돌린 이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9월에는 공항 경비원의 중국인 입국객에 대한 폭력행사 사건이 발생한 데이어 설상가상으로 뎅기열주의보까지 겹쳤다. 

결국, 푸껫 관광보트 전복사고가 발생한 7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는 8월과 9월 들어 각각 전년 동기대비 12%와 15% 감소했다. 한 전문가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가 민선 이양을 위한 총선을 2019년 열겠다고 발표했다"며, "새 왕의 개인적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GDP에서 서비스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11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54%에 달했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관광산업의 부진은 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사진=IMF)

태국에 대한 국내 정·재계 관심 나날이 증가...태국 관광산업 불황은 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최근 성장하는 태국 시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의세서 쁘라윳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지평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양 일대로 넓히는 '신남방정책'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이에 쁘라윳 총리도 "그간 아세안의 관계 강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신남방정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태국 인프라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동부경제회랑(EEC) 인프라 개발 계획 등이 신남방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동부경제회랑 계획은 2017∼2021년간 방콕 동부 3개 주에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해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태국 현지 합작 홈쇼핑회사인 ‘트루GS’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한국 중소기업이 수출한 주름 개선 제품을 손에 바르고 있다. (사진=GS그룹)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태국 현지 합작 홈쇼핑회사인 ‘트루GS’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한국 중소기업이 수출한 주름 개선 제품을 손에 바르고 있다. (사진=GS그룹)

국내 기업 중에서는 GS가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허창수 GS 회장이 특히 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신남방 경제허브 국가로 도약하는 태국은 적극적인 경제발전 정책에 힘입어 4%의 경제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GS가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가는 데 있어 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태국 시장의 유망함을 콕 찝어 계열사 사장단에 주문했다.

허 회장은 "동남아 시장에서의 한류 열풍이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GS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했다.  

GS 관계자 역시 "올해 태국 방콕에서 사장단회의를 개최한 것은 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 중심에 위치한 아세안 핵심 국가로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 뿐만 아니라 아세안 시장의 수출 전진기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한 관계자는 "태국 정부는 민관협력(PPP)을 통해 메가 인프라 프로젝트 및 동부경제회랑 개발에 큰 관심이 있다"며, "관련 산업인 건설기계 및 자재,통제시스템 분야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2015년까지 감소세를 거듭하다 2016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태국의 대 한국 수입동향은 2017년 전년 대비 10.5%로 크게 증가하였으므로 적극적인 시장개척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통한 서비스수지 개선이 경제성장의 동력인데, 최근 태국 관광업계의 불황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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