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로컬 패스트푸드 졸리비…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이어가
-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의 틈새시장 노려…공격적인 현지기업 인수도 한몫
- 롯데리아,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 한계…전문가들 “교민 많은 지역 위주 적극적 해외 진출 필요”

졸리비 매장 내부 모습. (사진=졸리비)
졸리비 매장 내부 모습. (사진=졸리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미국 LA에 사는 22살의 대학생 카산드라는 미국계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를 둔 이민 2세다. 그녀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과 함께 버지니아 해변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업체 ‘졸리비’를 찾아 외식을 즐긴다.

카산드라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필리핀인계 미국인들이 들어와 계산대 앞에 줄을 선다. 40평 남짓한 가게 내부에는 이미 빈자리는 없었고, 음식이 담긴 쟁반을 집어든 손님들은 빈자리가 없나 주위를 뱅뱅 맴돌기도 했다. 이러한 장면은 필리핀에서라면 흔한 장면이겠지만, 이 곳은 미국 LA다.

카산드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곳 버지니아 해변의 졸리비는 일요일 낮이면 한 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라며 “필리핀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매릴랜드에서 차로 2시간을 운전해가며 이 곳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

사실이다. 일리노이에 졸리비 체인점이 2016년 개장했을 때 몰린 엄청난 인파는, 마치 80년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미국인 같다고 보도한 현지 언론도 있을 정도다. 졸리비는 2017년 미국 전역에서 37개의 매장을 두고 성업 중이지만, 졸리비의 진짜 강점은 다른 데에 있다.

졸리비가 2015년 콜로라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의 수제버거 브랜드 ‘스매시버거’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은 유명한 사례이다. 현재는 약 2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투자해 8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매시버거는 현재 미국의 37개 주에 걸쳐 약 3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졸리비와 필리핀 자회사 ‘초우킹(Chowking)’과 ‘그린위치(Greenwich) 피자’가 미국 전역에서 운영하는 85개의 매장을 합한다면,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졸리비가 차지하는 위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스매시버거 광고. 스매시버거는 미 콜로라도와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미국의 수제버거 브랜드로써, 우리나라에도 입점해 있는 프리미엄 버거 '쉑쉑'(Shake Shack) 버거와 공통점이 많다. (사진=스매시버거)
스매시버거 광고. 스매시버거는 미 콜로라도와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미국의 수제버거 브랜드로써, 우리나라에도 입점해 있는 프리미엄 버거 ‘쉑쉑’(Shake Shack) 버거와 공통점이 많다. (사진=스매시버거)

◆ 졸리비, 공격적 인수 거듭하며 글로벌 TOP 5 넘봐

탄 캇티옹(Tan Caktiong) 졸리비 회장은 최근 언론 매체들을 통해 “스매시버거는 졸리비의 원대한 야망의 일부”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원대한 야망은 공공연하게 밝혀져 있듯이, 졸리비를 세계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TOP 5로 만드는 일이다. 

그는 올해 7월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졸리비는 필리핀 내에서는 매년 300개의 신규 점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미국과 중국에서의 매출을 끌어올려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30%에서 추후 50%로 늘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가량의 신규 투자 및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한 상태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졸리비의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으로, 이미 업계에서는 세계 6위에 해당한다. 1위는 약 86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맥도날드이며, 2위는 30조 원을 기록한 얌 브랜드가 차지했다. 얌 브랜드는 KFC, 피자헛, 타코 벨 등 유명 프랜차이즈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다. 3위는 버거킹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레스토랑 브랜드, 4위는 서브웨이로 유명한 Doctor's Associate가 이름을 올렸다. 5위는 던킨도너츠다.  

졸리비의 다음 인수 목표는 멕시코 레스토랑 프렌차이즈 ‘치폴레’(Chipotle)다. 다만, 탄 만티옹(Tanmantiong) 졸리비 CEO는 지난 7월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늘어가는 멕시코 시장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치폴레 인수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힌 데 비해, 탄 캇티옹 회장은 “치폴레는 쉽게 인수되지 않을 것 같다. 팔더라도 우리에게 싸게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견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는 순항 중이다. 중국에서 1500개의 매장에 걸쳐 성업 중인 던킨도너츠 현지 법인의 인수권을 넘겨받았을 뿐 아니라, 올해 5월에는 미슐랭 선정 업체이자, 딤섬으로 유명한 홍콩의 팀 호완(Tim Ho Wan)의 매입 절차도 완료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 업체인 Pho24 레스토랑,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의 체인점들, 그리고 하드락카페의 지분을 다수 확보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도 동시에 노리는 모양새다.

주주들도 만족하고 있다. 졸리비의 필리핀 내 평균 주가는 올해 초 대비 8% 상승한 273페소(우리 돈 약 5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노무라증권은 2019년의 졸리비의 주가수익비율(PER)을 36.8배로 측정했다. 이는 아시아 식음료 기업의 평균인 18.1배를 월등히 상회하는 수치이다.

◆ 졸리비의 성공 비결은 '투 트랙 전략'

하지만 졸리비가 언제나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1975년 조그만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시작한 졸리비의 초기 메뉴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햄버거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간단한 국수, 밥, 치킨, 아이스크림 등이 전부였다. 한국의 롯데리아와 비슷한 콘셉트이었던 셈이다.

롯데리아가 1990~2000년대 맥도날도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였듯이, 졸리비도 자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맥도날드의 벽을 넘어야만 했다. 90년대 이전까지는 맥도날드와 붙어있는 매장을 골라 신규 점포를 내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은 훗날 스타벅스를 상대한 한국의 커피 프렌차이즈 ‘이디야’도 채택했었는데, 철저한 조사 끝에 신중하게 매장 입지를 결정하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덕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졸리비의 성장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청년 인구와 탄탄한 내수시장, 필리핀인들의 정서와 민족주의에 어필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보기엔 부족하다. 필리핀의 맥도날드 역시 최근 10년 간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유독 졸리비만이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는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졸리비의 성공비결을 글로벌 시장 자체에서 찾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했다는 것이다. 즉, 필리핀계 인구가 많은 해외 지역에는 졸리비 매장을 세우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유망한 신사업이나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로컬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전략은 자금력이 뒷받침 될 경우, 단순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굳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현지화나 큰 비용이 드는 홍보 마케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 한계에 부딪혔나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롯데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 907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억 원이었지만 영업외손익 부분에서 적자 411억 원을 내 순손실 312억 원을 기록했다. 점포 숫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1338개로 2017년 1350개보다 줄어든 상태다.

롯데리아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점포수는 해마다 줄고 있으며 점포 당 매출액 역시 감소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롯데GRS)
롯데리아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점포수는 해마다 줄고 있으며 점포 당 매출액 역시 감소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롯데GRS)

맥도날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들어 핵심 상권을 포함한 20여 개 매장을 철수했다. 핵심 상권인 서울 신촌점, 관훈점은 물론 정동점, 서울대입구점, 사당점, 용인단대점, 암사역점, 애오개점, 천호이마트점, 부산서면점 등이 문을 닫았다. 

수익성도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3년 117억 원에서 2015년 20억 원대로 급감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308억 원에서 마이너스 17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율은 지난 4년간 2~4%를 겨우 웃도는 실정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유한책임회사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필리핀과 달리 한국 패스트푸드 내수시장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도날드야 글로벌 기업이니 영향이 적은 편이겠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내수에서 발생하는 롯데리아의 사정은 다르다.

롯데리아의 관계자는 “가맹점 수를 늘리려는 정책에만 집중하다보니 트렌드를 읽는 데 실패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2017년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으로 업황이 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건강식 열풍이 불며 롯데리아가 지닌 기존의 이미지가 시장 트렌드에 어필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서브웨이는 2015년 145개이던 매장이 2017년 300개까지 확산되며 지방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 “포화 상태 국내 시장 벗어나야” “교민 많은 지역 위주로 해외 시장 공략 필요”

사실, 롯데리아도 해외 진출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리아의 일본버거킹 인수 건인데,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은 일본 시장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다 2007년 일본롯데리아에 사업을 넘겼다. 하지만, 일본롯데리아 역시 3년 만에 사업을 포기하고 2010년 한국롯데리아(지금의 롯데GRS)에 바통을 넘겼다. 롯데GRS는 당시 버거킹재팬홀딩스가 안고 있던 약 200억 원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100엔(당시 환율기준 1400원)의 상징적인 가격에 일본버거킹을 인수했다. 하지만 롯데GRS도 일본버거킹을 되살리지 못했다. 7년간의 노력에도 매년 100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해당 기간 중 누적 손실은 1010억 원에 달한다.

롯데리아는 해외 시장에서 베트남을 제외하곤 성적이 신통치 않은 편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라오스, 몽골 등 야심차게 진출한 아시아 7개국에서의 성적은 현재까지 지지부진하다. 

베트남 롯데리아에만 있는 '치밥(치킨+밥)' 메뉴. 롯데리아가 해외에서 성공시킨 몇 안된 현지화 사례이다. (사진=롯데GRS)
베트남 롯데리아에만 있는 ‘치밥(치킨+밥)’ 메뉴. 롯데리아가 해외에서 성공시킨 몇 안 된 현지화 사례이다. (사진=롯데GRS)

다만 베트남에서는 최근 들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998년 호치민 1호점을 열었던 롯데리아는 올해로 베트남 시장 진출 20주년을 맞이했다. 롯데리아는 올해 직영점 174개와 가맹점 51개, 총 22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시장점유율 20%를 넘기며 베트남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1위 업체로 올라섰다. 2위 KFC(131개)나 3위 졸리비(101개)와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고 있다. 

롯데리아는 KFC(1996년)나 졸리비(1997년)에 비해 한발 늦게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현지인 입맛에 맞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리아 베트남 법인은 2017년 시장 진출 19년 만에 첫 영업이익(1억 원) 흑자를 냈으며, 올해에도 실적 호조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762억 원) 역시 12% 증가했으며, 당기순손실(10억 원)도 전년(70억 원)대비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식음료 업계의 한 전문가는 “롯데리아도 더 늦기 전에 졸리비를 사례를 참고해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해외 지역을 위주로 좀 더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 패스트푸드시장을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이 오히려 안전한 투자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리아의 현재 메뉴구성으로 현지인들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현지 식문화 자체가 한국과 크게 달라, (롯데리아의 대표상품인) 불고기버거나 새우버거를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지역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황리에 영업 중인 미국 내 졸리비 매장도 필리핀계나 아시아인의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다는 현지 분석은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해 준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콘셉트로 시작하여(한국 롯데리아는 1979년 설립), 현재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졸리비와 롯데리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롯데리아가 졸리비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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