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력 강화를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위해 기업인수나 화장품 등 새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개가가 국내 제약업체들의 인수합병시장에 불을 지폈다.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술개발투자를 해온 한미약품이 그동안 연구개발투자의 결실로 지난해부터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이룬 것을 계기로, 최근 국내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제약사나 화장품을 비롯한 다른 업종의 회사를 사들여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나아가 대형화를 통한 기술개발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진약품공업은 KT&G생명과학을 오는 7월 1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1대 0.6099199다.

영진약품공업은 R&D인프라 강화를 통한 신약개발과 경영효율성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KT&G생명과학을 흡수합병 키로 했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모두 KT&G인데 영진약품 관계자는 “제약사업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연구개발능력은 한층 키운다는 전략아래 흡수합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진약품은 현재 요추관협착증치료제 ‘오파스트’와 항생제 ‘세프카펜’ 등을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대형 제약업체이지만 매우 보수적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유한양행도 바이오, 화장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인 소렌토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분자진단 전문기업인 바이오니아와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코스온에 각각 210억 원과 150억원을 투자했다.

화장품산업의 활황과 더불어 제약사들의 화장품사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이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점도 있지만 제약과 화장품이 유사업종으로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화장품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앞으로 크게 시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이 이 시장의 성장률은 15%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로 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함유해 부분적으로 치료효과가 있는 제품을 말한다.

셀트리온이 이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바이오기업 인 계열사 한스킨을 ‘셀트리온스킨큐어’로 변경하며 본격적인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3년 화장품 기업 한스킨을 인수한 후 조직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정비하고 기술개발투자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히트제품’에 의한 대박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 연구소 산하에 화장품 연구소를 별도 설립해 3년 동안 약 1500억 원 규모의 R&D 중심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 연구소를 통해 화장품의 새로운 성분을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혁신적인 딜리버리 기술 연구와 더불어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등 기능성 화장품 성분 개발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셀트리온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바이오기술과 화장품 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고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내년부터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할 방침이며 오는 2020년에는 아시아 리딩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독일 에스테틱 전문 제약사 멀츠와 약국화장품 ‘메더마’의 판권 계약식을 가지고, 국내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3년 ‘고유에’를 출시한 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새로운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을 출시, 롯데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또한 일동제약은 지난해 11월 코스메슈티컬 분야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접목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원천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의 코스메슈티컬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사업영역 확대에 어느 때보다 적극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치료제 중심 의약품 제조업체인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29.7%(특수 관계인 포함 때 37.1%)를 확보하며 실질적인 대주주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R&D 기술력을 바탕으로 피부 상처 치유를 위한 전문의약품 연구에서 개발한 신약을 활용해 화장품 개발에도 착수하며 바이오기술과 제형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대웅제약은 미국·중국·일본·동남아 5개국·중동 등 11개국에 화장품 수출 및 미국 FDA 승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자체 20품목 이상 허가를 완료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 자사 보유 브랜드들의 중국 허가를 완료했고 앞으로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화장품을 통해 2020년 아시아 코스메디컬 NO.1 브랜드로 도약할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제약업체들이 M&A를 통해 기술 개발력을 높이고 새 사업영역을 확보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미약품의 신약수출 ‘대박’에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즉 업종에 대한 전망이 밝은 상태에서 기술개발을 통한 새 제품개발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케이스가 이를 실증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부 역시 제약과 화장품이 미래성장산업이라고 판단, 적극적인 육성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제약·바이오분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해’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육성책을 따르는 측면도 있지만 제약업체 스스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신약 기술 관련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면서 M&A시장에서 기업사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에 시장규모에 중소제약사들이 많다는 점도 이들로 하여금 M&A필요성을 갖게 한다. 중소제약사들은 시장전망은 밝은데 이 시장을 잡기위해서는 대형화나 기술개발력 강화를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기업인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생산 규모는 16조 4194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상위 20개사(7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3% 정도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현재 의약품 제조업체는 600개 이상이며 도매업체 수까지 포함하면 3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대박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과 화장품은 유사업종으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화장품사업 진출사례가 늘고 있는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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