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등장한 공룡 생보사…단숨에 업계 4위 등극
-2020년 현재 자산은 커졌지만… 영업 성적표 ‘글쎄’
-높아도 너무 높은 방카 의존도…공격 영업 한계 명확

농협생명. (사진=연합뉴스)
농협생명.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생명보험업계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시장포화에 따른 성장세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악재까지 발생한 상황. 결코,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 속에서 생명보험업계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각 생명보험사의 보험영업 실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생명보험업계의 현재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농협생명은 자산 기준 업계 4위의 대형 생명보험사다. 이미 시장이 굳어진 생명보험시장에서 지난 2012년 농협공제에서 민영보험사로 출범하며 단숨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거대 공룡’ 생명보험사의 출현으로 자연스레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 공룡 생명보험사…2020년 현재는?

농협생명은 출범 당시 44조원 규모의 자산을 바탕으로 당시 자산 기준 업계 1~3위였던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뒤를 이어 단숨에 4위로 뛰어올랐다. 갑작스러운 ‘공룡’ 생명보험사의 출현으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출범 1년 받아든 성적표가 몸집에 걸맞아 업계의 예상대로 들어맞는 듯했다. 출범 직후 시작 점유율 12.5% 기록하며 그간 삼성, 교보, 한화 위주로 돌아가던 생명보험 시장의 구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듯했다.

실제로 농협생명은 출범 이후 몇 년간 막강한 초회보험료 동원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려 왔고 2020년 현재 여전히 자산 기준 업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농협생명의 자산은 64조 9210억원이다. 해당 기간 483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다.

농협생명은 출범 당시와 비교해 자산이 20조원가량 증가하는 등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신계약 영업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농협생명이 부진했다기보다는 태생적 구조와 급변하는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농협생명은 3887억원의 초회보험료(일반계정)를 거둬들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4464억원과 비교하면 577억원 12.9% 줄어든 수치다.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농협생명은 3887억원의 초회보험료(일반계정)를 거둬들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4464억원과 비교하면 577억원 12.9% 줄어든 수치다. (사진=연합뉴스)

◇ 충격적인 초회보험료 하락

올 상반기 농협생명은 3887억원의 초회보험료(일반계정)를 거둬들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4464억원과 비교하면 577억원 12.9%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초회보험료 하락 현상은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에 대한 대비 때문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 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평가된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 대비 보험료가 높다. 생명보험업계가 새 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줄여나가 모든 생명보험사의 초회보험료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농협생명은 초회보험료 감소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상반기 당시 생명보험업계의 새 회계기준 도입 대비가 본격화하기 이전 농협생명의 초회보험료 규모는 1조 4994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무려 74%가 감소한 수치다.

농협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절대적으로 방카슈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채널 초회보험료는 3656억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의 94%에 달한다. 농협공제에서 출발한 농협생명은 단위 농협과 같은 계열을 통한 보험판매 비중이 높다.

농협금융지주 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농협금융지주 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 몸집 안맞는 전속 조직 어떻게 하나?

방카슈랑스는 기본적으로 인바운드 영업으로 아웃바운드 영업은 금지다. 이는 결국 판매 창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영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단위 농협이라는 막강한 판매 창구가 있지만, 판매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매출 감소 현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는 최근에는 더욱 공격적인 영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생명보험사는 전속 설계사 조직 또는 GA(독리법인대리점)을 통한 공격적인 영업과 방카슈랑스채널 등을 적절히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보장성보험 위주 영업을 해야 하는 최근 설계사 조직의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문제는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한 설계사 조직의 육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GA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사업비 및 타 보험사와의 경쟁 등의 이유로 전속 설계사 조직만큼의 활용을 기대할 수 없다.

농협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은 자산 64조원 이상 업계 4위라는 몸집에 걸맞지 않게 소규모다. 올 상반기 기준 1299명이다. 업계 1~3위 생명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조직 규모가 1만 4000~ 2만 4000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작은 규모다. 규모보다는 생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농협생명 전속 설계사 조직이 올 상반기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79억원으로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 조직 육성과 제휴 GA 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본적으로 협동조합인 농협 소속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장,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이 더딘 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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