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절대 강자들의 경쟁

라면업계의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물라면의 시즌이 다가왔다.
라면업계의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물라면의 시즌이 다가와 신라면과 진라면의 경쟁이 주목된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라면업계의 여름 키워드는 비빔면이었다. 입추가 지나고 쌀쌀해지면서 비빔면을 이을 국물라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특유의 얼큰한 맛이 일품인 농심의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의 대결이 볼만하다. 코로나19로 외식을 지양하는 현상이 확대되면서 라면회사의 반사이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는 농심이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6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6.8% 상승했고 영업이익도 무려 101.3%나 올랐다.

◇ 30년째 국내 라면 업계 점유 1위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는 장면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호재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회사의 스테디셀러인 신라면이 무려 30년째 국내 라면 브랜드 점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굳건한 매출의 요인이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됐다. 올해까지 30년 넘는 세월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5년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긴 진기록을 세운 신라면은 2019년까지 13조5000억원어치, 325억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유명 스포츠스타의 먹방을 CF로 내보낸 것에서 볼 수 있듯 매운맛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이 먹기에도 땀 흘릴 만큼의 얼큰한 맛을 강조했다. 이 얼큰한 맛에 중독된 이들이 신라면을 지속적으로 찾았다.

자극적인 맛을 추구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찾는 매운맛이 인기 비결이다. 신라면 출시가 되기 전 라면업계는 순한 맛의 라면제품을 내놓았다. 현재의 국물라면의 매운맛 시대는 신라면이 이끈 것이다.

실제 삼양라면에 이어 만년 2위였던 농심은 안성탕면의 인기로 슬슬 역전을 하더니 신라면 출시 이후 수십년간 라면왕좌를 지켜왔다. 신라면 출시를 위해 한국인의 입맛에 주목했다. 얼큰한 쇠고기장국의 맛에 착안해 얼큰하면서도 깊은 매운맛을 찾아 개발에 나섰다.

스포츠 선수를 기용해온 농심은 최근 월드 축구 스타 손흥민을 통해 신라면의 맛을 광고로 송출했다. (사진=농심)
스포츠 선수를 기용해온 농심은 최근 월드 축구 스타 손흥민을 통해 신라면의 맛을 광고로 송출했다. (사진=농심)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고추 모든 품종을 구해 매운맛 실험에 착수한 이 회사는 국물 요리에 넣어 먹는 다진 양념의 조리법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이 찾는 매운맛을 찾았다.

국물뿐만 아니라 면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성탕면보다는 굵고 너구리보다는 얇으면서 쫄깃한 식감의 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몰두했고 수백 개의 면발 테스트를 거쳐 신라면의 면발이 만들어졌다.

수 십 년간 신라면의 제품력으로 승부하면서도 농심은 유행을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 2011년 신라면의 고급화 전략을 담은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면서 건강을 생각한 라면을 내놨다.

아울러 칼로리가 낮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신라면 건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9년 출시된 신라면 건면은 말 그대로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담은 제품이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판매량이 확고하다.

신라면은 특히 한국인의 매운맛이라는 슬로건으로 해외에서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자리잡은 농심은 신라면을 필두로 일본과 경쟁하며 한국의 위상을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신라면은 해외 판매망을 더 넓힐 방침이다.

오뚜기는 진라면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 제품을 출시하며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진라면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 제품을 출시하며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사진=오뚜기)

2위 오뚜기는 매출 6455억원, 영업이익 572억원이라는 호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올랐고 영업이익도 8.1% 상승했다. 진라면은 신라면보다 2년 정도 늦은 1988년 출시했다. 이후 꾸준한 인기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제품명에서처럼 국물이 진한 것이 특징인 이 제품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을 자랑한다. 아울러 순한맛,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8년 진라면의 누적 판매량은 50억 개로 추산된다.

오뚜기의 또 다른 제품인 진비빔면과 진짜장, 진짬뽕 등이 진라면이라는 제품명에서 뿌리내린 것을 봐도 진라면이 오뚜기의 대표제품으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당초 오뚜기는 카레 등 즉석식품을 주력으로 했는데 사업을 다양하게 하고자 라면을 공략했다.

이에 1987년 청보식품을 인수해 라면박사 등을 내놨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시행착오 끝에 출시된 진라면으로 인해 라면업계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일단 진라면 매운맛도 다른 매운 라면보다 덜 매운 편에 속한다. 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매운맛을 주는 하늘초 고추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출시 직후엔 타사 제품에 밀린 것이 사실이지만 2000년대 들어 6단계에 걸쳐 맛을 점차 진화시켰다. 나트륨 함량도 줄이면서 쇠고기맛을 첨가했다. 또 야채의 건더기 양을 늘려 국물 맛을 더 진하게 했다.

오뚜기 로고.

◇ 라면 가격, 2008년부터 12년째 동결

오뚜기도 면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밀단백을 추가해 쫄깃함을 살렸고 국물에 잘 퍼지지 않는 면발을 만들어냈다. 계란을 풀면 잘 어우러지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최근 오뚜기가 착한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선택을 많이 받기도 했다.

스포츠 모델을 기용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모델로 기용해 류현진의 진라면 먹방을 광고 방송으로 내보냈다. 오뚜기는 농심에 비해 해외 수출 판로가 넓다고는 할 수 없어 국내를 우선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2008년부터 동결을 하면서 신라면에 비해 약 10% 저렴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2008년부터 12년째 동결하고 있다. 오뚜기는 또 진라면의 포장 디자인을 리뉴얼하기도 했다.

출시 30주년 기념 제품인 ‘진라면×호안미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 진라면 30주년 에디션은 스페인의 화가 ‘호안미로’의 원작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속되고 있는 추세라 전 분기 라면업계 및 간편식 매출 호조를 보인것처럼 마지막 분기에 뜨거운 국물라면 제품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호황이기 때문에 농심과 오뚜기가 사이 좋은 선의의 경쟁을 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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