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행사…산업·재계 ‘예의주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기업 오너의 이사 연임에 적지 않은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은 ‘주주권익 침해 이력’과 ‘과다겸임에 따른 충실의무 수행 우려’가 있는 기업 오너의 연임 등에 반대했다.

여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이사를 비롯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팬오션·NS쇼핑 이사,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HDC현대EP 이사 등이 포함된다. 특히 하림그룹이 상정한 전체 안건의 26.3%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를 두고,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업 경영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자산에 피해가 있는 경우에만 수탁자책임(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추진한다며 기업과의 대화에서 개선이 없는 경우에만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명시해, 오히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는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 사옥.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사옥.

국민연금이 이제는 모든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7년 선진과 팜스코의 정기 주총과 2014년 하림의 정기 주총 때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했다. 올해는 공제회와 자산운용사 등 일부 기관투자가까지 김 회장의 사내이사 겸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 김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상정한다. 임기는 3년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축산전문업체 팜스코와 동물용 사료 제조업체 선진도 각각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다룬다. 김 회장은 하림에서 6년, 선진과 팜스코에서 각각 9년, 12년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 회장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 되면 주총 결과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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