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호,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연임 ‘불투명’
-오너 기업인의 임기 연장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 문제 우려
-저배당 정책 개선 움직임에도 재선임 걸림돌로 작용할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면세점. (사진=현대백화점면세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면세점. (사진=현대백화점면세점)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정지선 회장 사내이사로 있는 계열사 연임 ‘불투명’

현대백화점그룹은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회사 측 지분 12.49%를 가진 주요 주주다. 7개의 상장 계열사(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현대리바트·한섬·현대홈쇼핑·에버다임·현대에이치씨엔)를 갖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을 상대로 국민연금이 경영에 간섭한다면 오너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유통 상장사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변경된 시행령에 따라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배당 증액·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상법상 권리행사·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역대 가장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주요 안건은 오너일가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다. 국내 의결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기업집단 동일인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해 정 회장처럼 임기가 끝난 오너 기업인의 사내이사의 임기 연장에 대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간의 내부거래 문제가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속한다. 서스틴베스트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경우 주주와 이해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2018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172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계열사로부터 얻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67.5%)다.  

2010년 6월 열린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선포식. 왼쪽에서 세번째 인물이 정교선 당시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 그 옆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사장. (사진=연합뉴스)
2010년 6월 열린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선포식. 왼쪽에서 세번째 인물이 정교선 당시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 그 옆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사장.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도 주주 배당금 높인 속사정

그 부분에 대해 국민연금이 못마땅한 눈치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전 의결권을 공개한 코스피 기업(89곳) 중 사외이사(25건), 사내이사(4건) 선임에 대해 32%의 반대표를 던졌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무사통과될 것이라는 장담을 하기 불확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논란거리인 저배당 정책에 대해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낼지 주목된다. 앞서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되며 압박을 받아왔다. 결국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배당을 전년 6.2%에서 13.7%로 2배 높이는 등 개선책을 내놓으며 주주제안을 피했다.

당시 이 회사는 올해까지 높인 배당성향비율을 유지하기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현대그린푸드를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2016년 2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017년), 공개중점관리기업(2018년)으로 선정했다. 현대그린푸드와 같은 모기업을 가진 현대백화점은 이러한 전력을 의식했는지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15.2%)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였다.

현대백화점이 공시한 지난해 이 회사의 실적(연결기준)에 따르면 매출 6조5415억원, 당기순익 339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1% 감소한 292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2001년 금강개발산업으로부터 인적분할된 회사임을 감안하면, 이전까지 동일 회사였기 때문에 이해 관계 상충을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지선 회장은 2007년, 불과 30대 중반의 나이에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동생인 정교선 씨가 당시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직을 형에게 물려받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 올랐다. 형제 간 계열 분리 경영이 아닌 형제경영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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