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상장 앞두고 투자설명회 잇따라 취소
-전문가들 “기후변화가 기업가치 산정에 변수 될 수도”
-장기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화석연료 수요 줄어들 위험도

아람코의 상장이 머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내달 사우디아라비아증시 상장을 예고한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20일로 예고했던 영국 런던 기업공개(IPO) 로드쇼(투자설명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를 두고 아람코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에 전문가들는 기후변화가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낮추는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아람코 투자살명회 잇따라 취소

아람코가 당초 예상되어있던 투자설명회를 잇따라 취소하자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아람코의 투자 수요가 기대만큼 뜨겁지 않자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지분 판매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람코는 앞서 미국과 일본 로드쇼 역시 취소한 바 있다. 사우디 부호들과 중동 현지 투자자들을 통한 자본 조달에 주로 의존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아람코는 해외 수요 부진을 이유로 기업 가치를 당초 목표로 했던 2조 달러에서 1조6000억~1조7000억 달러까지 낮춰 잡았다. 목표 공모가의 중간값 기준으로 아람코의 IPO 규모는 약 250억 달러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데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 하한선일 경우 공모액은 알리바바 기록을 깨지 못한다. 이 경우 당초 애플을 누르고 세계 기업가치 1위 기업으로 등극하리라는 야심도 위태로워진다.

아람코의 기업가치 측정을 둘러싸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노력이, 향후 화석연료의 점진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아람코의 가치평가에 중대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뉴욕타임즈 역시 최근 사설을 통해 “아람코의 IPO는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가 산업의 주류로 자리잡아가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에는 “세계 석유수요가 향후 20년 안에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라는 컨설팅업체 IHS 마켓의 경고도 있었다.

기후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기후변화센터)
기후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기후변화센터)

◇ 기후변화 아람코 위상 끌어내릴 것

반면 아람코는 글로벌 원유 공급의 10%를 담당한다. 그들 역시 청정에너지로의 산업 구조개혁이 불러올 잠재적 여파를 인정한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로서 천문학적인 소송의 위험을 짊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아람코는 투자설명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그 영향은 탄화수소나 탄화수소 제품에 대한 세계 수요를 감소시키고 회사에 추가적인 자본 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향후 에너지산업은 탄도 농도가 낮은 연료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석 연료는 흔히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유엔과 환경단체들은 각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에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위 예상에 동의한다. 조지워싱턴대학교 호세인 아스카리 국제경제학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압력이 아람코 가치 평가에 가장 시급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브존 손트베트 애널리스트도 “환경, 사회, 정책 리스크가 아람코 가치 평가에 반영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며 “은행과 기관 투자자들, NGO, 이익단체들의 감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화석연료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첨단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가령 아랍에미리트(UAE)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의 장 프랑수아 세즈넥 선임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앞으로 수십 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아람코의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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