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에 에어로졸 살포해 기온 상승 막는 ‘태양 지구공학’, 빈부격차도 줄인다
- 과학계 반응은 ‘싸늘’…”국부시술식 해법에 불과”
- 연구진, “태양 지구공학의 파급력 대한 연구 지속 필요”

지구온난화 (사진=pixabay)
지구온난화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과학적 해법 중 하나인 ‘태양 지구공학(solar-geoengineering)’이 경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까지 함께 가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태양 지구공학이 가지는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적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 ‘태양 지구공학’ 지구온난화 막고 빈부격차도 줄인다?

태양 지구공학(solar-geoengineering)은 과거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대기 중에 퍼진 황산염 입자가 햇빛 일부를 반사해 약 1년 가까이 지구 온도가 상승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로 태동한 환경공학의 한 분야다.

태양 지구공학계에서 논의되는 지구 온난화 해소 방법으로는 대기 중에 소금물을 살포해 구름을 더 하얗고 밝게 만듦으로써 구름이 반사할 수 있는 햇빛의 양을 늘리는 것이 있다. 다른 선택지는 대기 중에 유황산화물의 에어로졸을 살포해 태양광을 차단하고 이를 통해 온도 상승을 막는 방법 등이 논의된다.

지난 13일에는 태양 지구공학이 국제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쳐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기후 문제의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태양 지구공학의 물리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실어 발표했다.

연구진은 태양 지구공학적 해결책을 실제 실행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른 연구 결과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빈곤국의 경제 성장률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양 지구공학적 해결책이 실제 이뤄졌을 때 나이지리아와 차드, 말리와 같은 열대 지방에 위치한 국가들의 평균 임금 상승이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상 각각의 시나리오마다 임금 상승에 있어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태양 지구공학의 수행은 국제 사회의 임금 불평등을 50%가량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하딩(Anthony Harding)은 “특히 열대 지방의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태양 지구공학 솔루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가장 큰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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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파급력’…아직은 확신 없는 과학계

하지만 태양 지구공학에 대한 과학계의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다. 지구 온난화도 막고 빈부격차도 줄일 수 있다면 만능 해결책임에 틀림없는데 어떤 이유로 태양 지구공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지속하는 것일까.

태양 지구공학을 활용한 기후 변화 대응 솔루션이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 혹은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배출량 감소와 같은 해결책은 전 지구적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 지구공학은 충분한 자본과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도 독자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기후 대응 전략이다.

태양 지구공학의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과학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태양 지구공학은 탄소배출량 감소와 같은 다른 기후 변화 대응책과 달리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국가가 태양 지구공학적 해결책을 수행하기로 한다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상위 권력 집단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앤서니 하딩도 연구 결과에서 이와 같은 위험성을 미리 언급하며 “태양 지구공학이 가지는 경제 및 윤리적 파급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양 지구공학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취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많은 전문가는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에 수행 주체 외에 다른 국가들이 가뭄이나 작물 피해와 같은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태양 지구공학이 지구 온난화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경향비즈에 “이 저렴한 국부수술식 위기탈출 해법은 지구 기후나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다른 환경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모하다”는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앤서니 하딩 역시 연구진이 태양 지구공학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연구하게 된 것의 배경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하딩은 “태양 지구공학이 가지는 파급력에 관한 연구가 지속해서 이뤄져서 (태양 지구공학 해결책이) 실제 사용됐을 때 오직 한 국가만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라며 “어떤 영향력을 가진 해결책인지, 나아가서는 어떻게 이를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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