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불통, 마크롱 리더십 상징하는 키워드
-독일과의 우호관계 해치고 있다는 평가
-빈사상태 빠진 유럽 구한다는 책임감으로도 해석

마크롱은 유럽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사진=CNBC)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을 재편하려는 자신의 열망을 과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독선적이고도 과시적인 외교는 EU 파트너들의 인내심을 크게 시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구애부터 발칸 국가들의 유럽연합(EU) 가입 논의 거부, 브렉시트 연장 거부까지, 나 홀로 튀는 마크롱의 의지는 오랜 동맹국들에게조차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 마크롱 권력 도취 비판 목소리

유럽의회 환경위원장인 필립 램버츠는 최근 마크롱을 스타워즈 캐릭터인 팰퍼틴 황제에 비유하며 “권력에 도취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브뤼셀의 한 프랑스 외교관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누군가는 (마크롱은) 상당히 위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그의 독선적인 성향을 은연중에 암시하기도 했다.

반대파들은 유럽의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새 EU 행정부의 집행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프랑스가 지목한 집행위원 후보인 실비에 굴라드(그녀는 마크롱의 복심(腹心)이자 프랑스의 국방장관을 역임했다)의 인준 동의안을 굴욕적으로 부결시킨 바 있다. 그들은 향후 마크롱의 새로운 선택지인 티에리 브레튼에게도 무더기 반대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필히 차기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조직운영을 어렵게 할 것이다.

마크롱의 행보는 EU의 핵심이었던 프랑소와 독일의 동반자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화를 중개하려 애썼다. 아울러 이란의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혹은 중동에서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란과 미국에도 참을성 있게 행동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이는 유럽 각국이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의 ‘새로운 외교전략 개편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전략은 독일의 장기적 플랜과도 명백히 배치된다. 양 국간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독일 외교위원회의 다니엘라 슈바르제르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코-독일 관계의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푸틴 대통령에게 수차례 경제협력 면에서 우호적인 제안을 하고, 러시아의 EU가입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했을 때, 그녀는 “(마크롱은) 사전에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울러 “그의 일방적인 독불장군식의 행동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고 부연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마크롱을 풍자하는 만평. (사진=NBC)
자아도취에 빠진 마크롱을 풍자하는 만평. (사진=NBC)

◇ 활력 잃은 EU에 비전 제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관료들과 외교관들 역시 마크롱이 다른 유럽인들에게 오만한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매체가 인용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한편으로는 아주 프랑스적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의 설득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마크롱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새로운 유럽통합’에 대한 이념과 구상을 이해시키기 보다는, 중요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그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형태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브렉시트나 EU확대 등의 이슈가 그러하다.

실제로 브렉시트와 EU확대의 이슈를 놓고 마크롱은 꽤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브렉시트에 대해서 그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과는 어차피 헤어질 사이이니, 굳이 이런저런 사정을 봐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EU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회원국들을 받아들여 파이를 키우기 전에, 우선 우리들끼리의 단합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어쩌면 영국을 둘러싼 그의 단호한 태도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우선 우리들끼리 잘 해보자는 구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FT는 “마크롱 대통령은 샤를 드골을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라며, “그의 행동에는 윈스턴 처칠을 격분시킨 전시 지도자의 거만한 스타일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 대통령궁의 한 고위관계자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패권주의나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론 마크롱이 다른 지도자들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의 파트너들은 짜증도 좀 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마크롱이 활력 없고 무기력하던 EU에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NBC)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NBC)

◇ 프랑스 유럽 정세 개입 의무감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요즘 외교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EU의 지도자다. 단지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려는 열망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몇 달 안에 EU를 탈퇴할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거의 전적으로 브렉시트 만을 위해 탄생한 지도자다. 메르켈 총리는 빈사상태로 정치 경력이 끝나가고 있다. 슈바르저 대변인 역시 “파리는 베를린을 정치적 마비 상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일한 한 전직 프랑스 외교관은 FT에 “프랑스와 독일간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달리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랑스는 EU 창립 멤버로서 이탈리아가 영국이 그 동안 수행해왔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탈리아를 보라. 게다가 메르켈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프랑스의 외교관들은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유럽 정세에 개입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포린 폴리시(FP) 역시 “마크롱을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그는 항상 일방적이며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정책 중 상당수는 의장직인 핀란드를 포함한 폭넓은 지지를 얻어낸 바 있으며, 최근에는 브렉시트 연장문제를 둘러싸고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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