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미 유럽연합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라는 점에 이견은 적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리더십은 프랑스가 강대국이어서나, 그가 어떠한 성과나 자질을 증명해서가 아니다. 단지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에 가깝다.

그는 무언가 이상(理想)과 대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유럽연합의 리더를 넘어 유럽연합을 더욱 강력한 행위자로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안타깝게도 유럽 전체의 미래를 그리는 지도자는 유럽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쉽게 유럽연합의 의회에서 발언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프랑스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이 있기를 바라는지, 마크롱과 프랑스는 늘 세계의 스포트라이트에 목마르다.

현재 불가능한 두 개의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 그는 명백히 유럽연합과 프랑스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모두가 무기력했다는 G7 정상회담에서 그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를 유럽연합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점진적으로나마 실천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프랑스와 러시아의 경제적 유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다. 

그러나 그의 전략을 논의하자면 수많은 전제가 필요하다. 미국은 프랑스의 역할에 대해 신뢰하며, 러시아는 유럽연합에 느슨한 고리로나마 편입되고 싶다. 유럽연합도 프랑스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가공된’ 혹은, ‘실질적인’ 공포에 대해 내려놓을 방안에 대해 강구한다. 그러나 모두가 현재의 질서 내내 단 한 번도 현실화된 적 없으며, 논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가정이다. 거기에 마크롱은 브렉시트를 상수로 받아들이면서도, 포스트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 모양이다. 애초에 그는 유럽연합의 영향력에 대해 과신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프랑스 첫 대통령이기도 했던 나폴레옹 3세가 떠오른다. 마르크스는 그를 “국가주의자들에게는 나폴레옹의 영광을 약속하고, 부자들에게는 안전을 약속하고, 왕당파에게는 군주의 혈통임을 자랑하고, 노동자들에게는 분배를 약속하고 농민들에게는 가부장적 질서를 약속했다"며 “그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역시 어떠한 자질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활력을 잃었던 유럽 전체에 대전략을 제시했다. 틀린 전략이지만, 어쨌든 전략이다. 그러니 유럽연합의 리더도 당분간은 마크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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