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거대 철도 산업 유럽 진출, 업계 긴장 고조
- 철도 산업 포함 주요 제조 산업 중국 영향력 확대
- 각종 산업 위협 속 커져가는 중국 ‘큰 손’ 대한 두려움

독일, 중국 국기 (사진=CNN)
독일, 중국 국기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거대 자본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에 독일이 떨고 있다. 독일 핵심 산업들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지분 확대 및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술 유출 및 자국 산업의 주도권 상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철도 산업 ‘공룡’ 중국, 독일에 발 딛다.

지난 월요일(26일) 독일의 철도 산업 제조업체 보슬로(Vossloh)는 독일에 위치한 자사의 열차 생산 공장을 중국 열차 제조업체인 CRRC에 매각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CRRC는 중국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열차 제조기업이다. CRRC가 독일 내 열차 생산 공장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독일 및 유럽 내 철도 산업에 일어날 지각변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올해 1월, EU 집행위원회는 독일과 프랑스의 거대 제조업기업인 지멘스(Siemens)와 알스톰(Alstom)이 유럽 철도산업의 핵심 ‘챔피언’으로 거듭나겠다는 명분 하에 진행 중이던 합병 과정을 반독점 위반이라며 무산시킨 바 있다. 찬반 논쟁이 뜨겁던 그때, 독일과 프랑스는 줄곧 글로벌 공룡 기업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반대 의지를 꺾지 못하고 합병은 무산됐다. CRRC의 유럽내 생산 공장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우려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2007년 첫 발을 땐 이후 12년에 불과한 시간이 흐른 현재 2위의 추종을 불허하는 철도 산업 압도적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압도적 발전 속도를 가진 중국 철도 산업이 중국을 넘어서 세계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해외 산업 진출은 그 규모와 정도가 매우 커 산업계의 불만과 걱정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9년 1월 기준 고속철도 길이(단위: 마일) 기준 국가별 순위 (사진=statista)
2019년 1월 기준 고속철도 길이(단위: 마일) 기준 국가별 순위 (사진=statista)

 

중국 고속철도 발전 추이 및 전망 (사진=포브스,Forbes)
중국 고속철도 발전 추이 및 전망 (사진=Forbes)

◆ 독일 제조업 탐내는 중국의 ‘큰 손’

사실 중국의 큰 손은 철도 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의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독일과 중국은 과거 산업 발전 파트너의 관계에서 점점 라이벌 라이벌 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작년 2월, 중국 항저우에 기반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 지리(Geely)가 벤츠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계 회사 다임러(Daimler)의 지분 9.69%(약 90억 달러, 10조9천억 원)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었다. 관련 산업계를 비롯한 독일 정계는 중국 거대 자본의 행보에 큰 난색을 표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당시 베를린에서는 충격에 빠진 이들의 한숨 소리가 들렸을 정도였다며 충격의 크기를 묘사했다.

중국 ‘큰 손’의 독일 산업계 진출은 그 전부터 이어져왔다. 지난 2016년에는 중국 기업 메이디(Midea)가 독일 최대 산업 로봇 기업 쿠카(Kuka)를 45억 유로(약 6조90억 원)에 인수했다. 2017년에는 중국 HNA 그룹이 도이치 은행의 지분을 3% 매입하고, 나중에는 9.9%까지 지분율을 높이면서 최대 주주로 자리한 바 있다.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산업계를 비롯한 정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독일 정부의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 2017년 독일 정부는 해외 기업의 독일 기업 인수 조건을 보다 까다롭게 조정했다. 독일에 매우 중요한 인프라를 운영하는 자국 기업에 해외 기업이 25% 이상 투자하는 경우 독일 정부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에 해외 기업 간의 인수 합병 과정에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고, 2017년 중국 기업의 독일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 건수도 전년도에 비해 21% 줄어들었다.

2017년, 전년도 대비 21%가 줄어든 중국 기업의 독일 기업에 대한 인수 및 지분투자 건수 (사진=Forbes)
2017년, 전년도 대비 21%가 줄어든 중국 기업의 독일 기업에 대한 인수 및 지분투자 건수 (사진=Forbes)

 

인수 및 투자 건수 감소에도 불구 늘어난 인수 및 투자 금액 (사진=Forbes)
인수 및 투자 건수 감소에도 불구 늘어난 인수 및 투자 금액 (사진=Forbes)


하지만, 인수 및 투자 건수 자체는 줄어들었더라도 오히려 그 금액은 늘어났다. 중국의 영향력이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를 거듭하며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과 해외 기업의 두려움은 비단 독일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도 중국 기업이 지속해서 자국 주요 산업 기업 인수를 시도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무역시장의 추세와 지속해서 증가하는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유럽 국가들의 중국 진출 저지 노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중국, 거침없이 계속 나아간다.

전문가들은 독일을 비롯한 국제 유망 산업계에서의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이어지는 이유로 시진핑 중국 주석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지목했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의 국가 주도 제조업 산업 발전 전략이다. 이 전략을 통해 중국은 제조업 국가에서 하이테크 10대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략에는 전기차, AI, 로봇 산업 등 주요 하이테크 산업 부문이 목표로서 포함되어 있다.

독일 산업계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발전 전략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를린의 정책 연구소 디렉터인 톨스텐 베너(Thorsten Benner)는 ‘중국 제조 2025’가 성공한다면, 독일 산업은 전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경각심을 높였다.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사진=chinausfocus.com)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사진=chinausfocus.com)

중국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중국 제조 2025’는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 문제나 불공정한 시장 조건 등을 미국에서 문제 삼으며 정책 폐기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 전에도 중국 정부는 국가 중점 산업에 편중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유 은행의 저금리 대출을 통해 산업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등 국가들이 “중국이 시장 원리를 왜곡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지속 표출해왔으나, 중국은 보조금 내용을 공개하지 않거나 보조금 제공 사실 자체도 지속 부인해왔다.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져가는 국제 정세 속, 산업계의 전망은 ‘큰 손’의 그림자에 가리운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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